배 부르고 등 따습고 눈 감기고

몽이 배가 부르네

by 몽이맘


#고구마 #밤 #가을 #강아지


가을은 말만 살찌는 계절이 아니다. 강아지도 찌고 사람도 찐다.


동생네에서 가져온 밤과 고구마를 강아지들과 같이 먹는다. 고구마보다는 밤을 좋아하고 밤보다는 배를 좋아한다. 내가 간식을 먹을 때면 자연스럽게 식탁아래로 자리 잡는다.


동생네에서 심은 고구마는 무려 4종류다. 호박고구마, 밤구고마, 자색고구마, 이름 모르는 고구마 이런데 우리 강아지들은 밤고구마를 제일 좋아한다.


호박고구마는 너무 무르고 상한 게 많아서 냄새가 나기도 했다. 애들은 냄새에 민감하여 아무리 맛있어도 냄새가 먼저 나면 절대로 가까이 오지 않는다.


자색고구마는 일반고구마와 같이 삶으면 빨리 물러진다. 밤고구마가 익으면 자색고구마는 죽이 된다. 강아지들도 물기 많은 고구마를 좋아하진 않는다.


같은 밤고구마도 생산지에 따라 맛이 다르다. 개들은 기기 막히게 맛있는 고구마는 찾아먹는다. 동생네 밭에서 캔 고구마는 달지만 얻어온 고구마는 달지 않다. 같이 줘도 동생네 밤고구마, 자색고구마, 얻어온 고구마, 호박고구마 순서로 먹는다.



요즘 밤은 맛없는 게 없다. 어릴 적에는 맛없는 밤도 간혹 있었는데 톡 터트리면 물이 찍 나오고 무맛도 아닌 설컹설컹한 밤이 있었다. 크기는 크기만 달지도 폭폭 하지도 않아 바구니에 끝까지 남아 있다. 이건 생밤으로 먹으면 맛있다. 뭐든 익힌다고 맛있어지는 건 아니다.


밤을 사 먹지는 않지만 동생네에서 가져온 밤만 먹지만 다 맛있다. 맛이 좋으니 청설모도 멧돼지도 좋아하나 보다. 벌레도 무척 좋아한다. 벌레 먹은 밤이 안 먹은 밤보다 더 많다. 우리 강아지들도 고구마보다는 밤이다.


밤을 주울 때는 벌레 먹은 거와 안 먹은 거 전부 다 줍는다. 금방 삶아 먹는 밤은 벌레가 좀 먹어도 괜찮다. 금방 삶아도 벌레가 밤 속을 다 먹지는 못한다. 삶아서 벌레 먹은 부분은 잘라내고 먹으면 된다.


강아지들에게 밤을 칼로 잘라서 준다. 몽이는 대충 먹고 금세 달려오고 콩이는 숟가락으로 파먹은 것처럼 깨끗하게 먹는다. 콩이는 몽이 먹고 남은 밤도 깨끗하게 청소한다.


밤은 가능하면 한자리에서 먹는다. 먹는 것보다 흘리는 것도 많고 쓰레기도 많이 나와서 다 먹고 청소해야 한다. 동생네 집에 가면 집안에서 보다는 마당에서 먹는다. 청소할 필요도 없고 대충 먹은 껍질은 닭이 다 해결해 준다. 밤벌레는 닭들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간식이기도 하다.


밤벌레는 우리 거북이도 좋아한다. 올해는 한 마리도 못 줬네.



우리 강아지들은 나보다 더 가을을 기다린다. 강아지들은 채소도 좋아하고 과일도 좋아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배다. 사각거리고 물이 많은 햇배를 제일 좋아한다. 배가 선물로 들어오는 추석이면 냉장고에서 뭘 꺼내지를 못한다.


배가 커서 혼자서는 못 먹는다. 남편이나 아이들이 있을 때만 먹기에 매일 먹지는 않는다.


냉장고에서 배를 꺼내면 잠만 자던 콩이도 내려온다. 배 향기가 집안으로 퍼져나가면 개 두 마리가 두 발로 다닌다. 내가 칼을 들고 자리에 앉으면 무릎에 머리 두 개가 올라온다.


개들에게는 배 속살을 거의 주지 않는다. 도톰하게 깎은 껍질을 주는데 말 그대로 환장한다.


개들에게는 사람이 뭔가 먹을 땐 간식을 주지 말라고도 한다. 그럼 개가 당연히 사람음식을 같이 먹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과일은 같이 준다. 바닥에 접시를 두고 껍질을 담아두면 물고 가는 애,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는 애,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동생네 강아지들은 집에 먹을 게 많아서인지 밤정도만 먹는다. 고구마는 삶아서 말려 줘야 먹고 과일 껍질은 닭이나 먹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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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탈출을 꿈꾸는 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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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건 사냥개인데 하는 짓은 막내인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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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듬직하고 순한 엄마바라기 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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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만 가족이라고 인정하는 순이. 보리를 제일 싫어하고 산이에게는 관심 없는 순이 보리가 있으면 가출하는 상극이다.


동생네 동물가족들은 육식성이라 고구마보다는 멸치를 더 좋아하고 대추보다는 메뚜기를 즐겨 잡는 든든한 동물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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