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고기반찬
출근을 한다. 늘 같은 시간에 들어와 "좋은 아침입니다!"하고 인사를 하고 전투복으로 갈아입니다. 그리고 점심메뉴를 확인한다. 아직 일과시작까지 시간이 충분히 남았다. 그럼 내가 할 일은? 사무실 한켠에 자리한 나의 컴퓨터를 켜고 나를 향해 날아온 업무 관련 문서를 휙휙 확인한다.
사실 전부를 눈여겨봐야 하는 것들 투성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들을 보고 나면 챙길 것들을 챙겨 사무실을 나간다. 대충 뒷주머니에 '3M 장갑'이 있어야 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하니 모자도 미리 쓴다. 그리고 문 밖을 나서기 전 꼭 봐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날의 점심메뉴!
점심메뉴는 하루 시작의 기분은 최대치로 올릴 수도 있고 최저점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마법의 구성원이다. 대체로 메뉴는 무조건 중간이상을 가는 게 요즘 군대식단의 매력이다. 무조건 잘 먹여야 하고 한번 싸울 때 잘 싸우자는 것을 강조하기 때문에 메뉴는 알차고 훌륭하다. (다른 부대는 어떤지 모르겠다. 만약 메뉴가 좀 그렇다면? 건투를 빈다.)
흔히 남자의 소울푸드 3대장을 제육볶음, 국밥, 돈가스를 꼽는다. 이 세 메뉴가 얼마나 강력하게 작용하냐면 내가 후배들과 밥을 먹을 기회가 생긴다면 높은 확률로 세 가지 중 하나로 추려질 정도이며 나는 아주 흔쾌히 간다는 것이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저 세 가지가 로테이션을 돌며 점심으로 나와도 무방할 정도!
대체로 군대의 밥은 잘 나오는 편이다. 고기반찬! 고기반찬이 매일 나오는 것만으로도 군대의 밥의 질은 훌륭해졌다고 할 수 있다. 가끔 아버지나 친척 어른께 전화를 할 일이 있으면 "군대에 밥은 잘 나오냐?"라고 하는데 잘 나온다고 대답하면 잘 믿지 않으신다. (이제는 좀 믿어주세요.)
사실 든든하고 맛 좋고 질 좋은 수준까지 올라오는 데 걸린 시간은 길었다고 생각한다. 폐쇄적이고 특수성을 띈 집단에서 주는 삼시 세끼의 수준이 이렇게나 많이 향상된 것만으로도 기적이라 생각하고 감사함을 느낀다.
평일 매일 식당에서 만나는 급양관님과 취사병 그리고 민간조리원님께 잘 먹었다는 인사는 빼먹지 않는다. 정말 수고가 많으신 분들이다. 평시에도 훈련에도 명절에도 주말에도 살뜰히 챙긴다. 그분들이 있기에 전투력 보존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절대 당연히 여길 수 없다. 그렇게 여겨서도 안된다.
그리고 남김없이 잘 먹고 오후 일과를 하는 시간까지 시간이 조금은 남는다. 약간의 여유를 어떻게 즐기는지는 각자의 몫이다. 누군가는 밀린 일을 처리해야 하고 누군가는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취하기도 한다. 나도 후자에 가까운 편이다. 약간의 쪽잠이 오후를 조금 더 상쾌하게 만들어 주리라는 일말의 믿음을 가지며....
달빛요정만루홈런(본명:이진원)이 그토록 원하던 LG트윈스가 2023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했지만 그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한참 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LG트윈스의 팬은 아니지만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팬으로서 LG트윈스가 우승하는 그날에 마음속으로 축하를 빌었다. 그리고 그를 떠올렸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3집과 3.5집에 수록된 이 곡은 느린 버전과 빠른 버전이 각각 실려있으며 이 곡뿐만 아니라 <치킨런>이라는 곡도 빠른 버전과 느린 버전으로 각각 실려있기도 하다. 고기반찬은 1분도 안 되는 짧은 곡이지만 짧은 가사 속에 공감이 되는 말이 있다.
아무리 노래가 좋아도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라면만 먹고는 못 살아 든든해야 노래하지.
맞다. 우리는 든든히 배를 채울 수 있는 고기반찬이 필요하다. 고기를 먹어야 사는 맛이 나지 않겠는가!
내일도 점심시간에 고기반찬이 나오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