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바로 알아맞히시는 분이라면 적어도 '12월의 비'라는 곡을 1번 이상 들어보신 분이라 생각된다.
맞다. 2009년, 고등학교 3학년 때 만들어서 아직까지도 정식으로 발표하지 못한 내 첫 자작곡의 제목이다.
'곡을 써야겠다.'
이 생각은 기타를 치기 시작했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가지기 시작했는데 음악을 정식으로 배운 것이라곤 학교 교육과정에서의 '음악'과 초등학교 저학년 때 다녔던 피아노 학원에서 배운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일까 그 덕분에 지금도 '높은음자리표'는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잘 그려서 당시 같은 반 여학생들에게 칭찬은 많이 들었다. 그리고 말이 정식 교육일 뿐이지 다장조 악보만 읽을 뿐이지 그 외의 악보는 지금도 잘 모른다.
곡을 써야겠다는 중학교 1학년 때의 결심과는 달리 첫 자작곡은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이 끝난 후 12월에 나왔다고 하면 어떤 생각들을 하실까? 의욕만 앞서고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생각하시지는 않으실까?
오랜 시간의 경험이랄까? 곡은 생각보다 쉽게 나오지 않으면서 갑작스레 찾아오더라 내 첫 자작곡도 그러했다.
대부분 사람들의 사랑과 이별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사랑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삶의 활력에서도 가장 최상을 찍을 것이며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다는 것에서도 많은 안정감을 주지만 이별은 그동안 공들여 쌓은 탑을 누군가 무너뜨리는 것만큼의 허탈과 공허함 그리고 삶의 지장을 줄 정도의 상당한 고통을 가져와 준다.
그 고통은... 사실 이별을 경험한 당사자들이라면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공감하지 않을까?
2008년의 나는 처음으로 '사랑'의 아픔을 경험했다. 정말 누군가가 나를 계속 옥죄는 그런 고통.. 첫사랑의 아픔은 지금이야 웃으며 추억하지만 당시에는 참 강렬하고 강력했다.
그것을 승화시킨 날이 2009년 12월 10일 눈이 와도 이상할 것 없는 날에 비가 내렸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이야 10월만 되어도 추워지고 눈이 한번 내리면 그게 참 곤란해지는 곳인데 당시 살던 경산은 12월에 비가 왔다. 따뜻한 비. 비가 내리는 창문을 바라보니 빗방울이 창문에 달려들어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내 방 유리창에... 흐르는.. 나의 눈물"
기타도 옆에 있었고 연습장과 볼펜도 있었고 다시 한번 읊조리며 적어가니 혼잣말이 내 노랫말의 첫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그럴싸한 문장이 되어갈 수 있도록 다음 가사를 이어 적었다.
"추운... 겨울에... 얼지 않는 나의 눈물.... 나쁘지 않네"
여기까지 쓰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기타를 잡으면서 쓴 것만 계속 불러봤다.
쓰인 두 줄의 가사와 멜로디를 잊지 않으려고 반복하며 불렀다. 정말 그럴싸하게 C코드와 F코드를 반복하며... 그러면서도 들었던 생각이 이 행위가 누군가에게 들키기 싫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계속 반복된 가사를 부르다가 괜찮은 다음 가사가 떠오르면 바로 노트에 적었다.
"내 방 유리창에 흐르는 나의 눈물~ 추운 겨울에 얼지 않는 나의 눈물~ 그게 너무 많이 흐르는 것 같아~ 유독 12월에만"
쓰인 두 줄의 가사와 멜로디를 잊지 않으려고 반복하며 불렀다. 반복하며 부르면서도 아이러니했던 것은 이 상황을 누군가에게 들키기 싫었다. 그 자체가 너무 부끄러웠는데 존경하는 아티스트 산울림, 김창완밴드의 리더 김창완 님은 산울림 1집의 성공을 '정육점에 걸린 고기'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부끄러워하셨다는 회상을 하신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딱 그런 비슷한 상황이였다. (지금도 나 자신이 곡을 쓸 때는 부끄러움이 몰려오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아픈 기억과 떨어지는 빗물과 주욱주욱 그으면서 수정해간 가사들이 한데 모여서 <12월의 비>가 되었다.
그때는 녹음할 만한 장치라고는 당시 사용하던 '전자사전' 뿐이었는데 녹음 기능을 켜고 틀리지 않게 온 신경을 한 곳에 모아서 겨우 3분 40초 정도에 담을 때쯤 멜로디가 머릿속에 박혔다.
안타깝게도 처음 녹음된 생생한 고등학생의 내 목소리는 지금은 찾을 수 없다. 하지만 편곡이 단 한 번도 바뀌지 않고 지금까지 부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것 같다.
그리고 제대로 된 첫 녹음을 2010년 대학교 1학년 때 자작곡 경연대회를 위해 하였고 유일하게 하나만 사용하는 이메일을 겨우 뒤적뒤적거리다 찾게 되었다. 제대로 된 녹음본이 나와있는 버전은 2010년에 했던 작업물과 2019년에 당시에 했던 밴드에서 데모로 남겨놓은 것 두 개가 유이하게 남아있다.
나의 음악을 모아 언젠가는 꼭 제대로 된 음반을 통해 발매가 될 수 있기를 마음으로 늘 빌고 있다.
혹시 모른다.. 정말 음반이 나온다면 나의 글을 구독해 주시는 분들에게 선물로 드릴 수 있지 않을까?
노래 <12월의 비> 소개.
'12월의 비'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난 첫사랑과 헤어지고 그다음 해에 만든 저의 첫 자작곡입니다.
첨부한 파일은 2010년에 자작곡 경연대회를 위해 처음으로 녹음실에서 한 작업물입니다.
가사와 함께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확실히 11년 전 목소리가 괜찮네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