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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음악수집가 Dec 04. 2021

그래요. 12월에는 비가 오겠죠.

반쪽짜리 음악인이 아닌 반의 반의 반쪽 뮤지션의 삶의 이야기

어떻게 노래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시작이라... 울음, 그래요 울음으로 시작되었죠. -밥 말리의 인터뷰 中-


주제만 보고도 오늘의 이야기를 알아맞히는 사람이 지구 상에 몇 명이나 될까?

만약 바로 알아맞히시는 분이라면 적어도 '12월의 비'라는 곡을 1번 이상 들어보신 분이라 생각된다.


맞다. 2009년, 고등학교 3학년 때 만들어서 아직까지도 정식으로 발표하지 못한 내 첫 자작곡의 제목이다.


'곡을 써야겠다.'


이 생각은 기타를 치기 시작했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가지기 시작했는데 음악을 정식으로 배운 것이라곤 학교 교육과정에서의 '음악'과 초등학교 저학년 때 다녔던 피아노 학원에서 배운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일까 그 덕분에 지금도 '높은음자리표'는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잘 그려서 당시 같은 반 여학생들에게 칭찬은 많이 들었다. 그리고 말이 정식 교육일 뿐이지 다장조 악보만 읽을 뿐이지 그 외의 악보는 지금도 잘 모른다.


곡을 써야겠다는 중학교 1학년 때의 결심과는 달리 첫 자작곡은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이 끝난 후 12월에 나왔다고 하면 어떤 생각들을 하실까? 의욕만 앞서고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생각하시지는 않으실까?


오랜 시간의 경험이랄까? 곡은 생각보다 쉽게 나오지 않으면서 갑작스레 찾아오더라 내 첫 자작곡도 그러했다.


대부분 사람들의 사랑과 이별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사랑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삶의 활력에서도 가장 최상을 찍을 것이며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다는 것에서도 많은 안정감을 주지만 이별은 그동안 공들여 쌓은 탑을 누군가 무너뜨리는 것만큼의 허탈과 공허함 그리고 삶의 지장을 줄 정도의 상당한 고통을 가져와 준다.


그 고통은... 사실 이별을 경험한 당사자들이라면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공감하지 않을까?


2008년의 나는 처음으로 '사랑'의 아픔을 경험했다. 정말 누군가가 나를 계속 옥죄는 그런 고통.. 첫사랑의 아픔은 지금이야 웃으며 추억하지만 당시에는 참 강렬하고 강력했다.

그것을 승화시킨 날이 2009년 12월 10일 눈이 와도 이상할 것 없는 날에 비가 내렸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이야 10월만 되어도 추워지고 눈이 한번 내리면 그게 참 곤란해지는 곳인데 당시 살던 경산은 12월에 비가 왔다. 따뜻한 비. 비가 내리는 창문을 바라보니 빗방울이 창문에 달려들어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내 방 유리창에... 흐르는.. 나의 눈물"


기타도 옆에 있었고 연습장과 볼펜도 있었고 다시 한번 읊조리며 적어가니 혼잣말이 내 노랫말의 첫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그럴싸한 문장이 되어갈 수 있도록 다음 가사를 이어 적었다.


"추운... 겨울에... 얼지 않는 나의 눈물.... 나쁘지 않네"


여기까지 쓰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기타를 잡으면서 쓴 것만 계속 불러봤다.

쓰인 두 줄의 가사와 멜로디를 잊지 않으려고 반복하며 불렀다. 정말 그럴싸하게 C코드와 F코드를 반복하며... 그러면서도 들었던 생각이 이 행위가 누군가에게 들키기 싫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계속 반복된 가사를 부르다가 괜찮은 다음 가사가 떠오르면 바로 노트에 적었다.


"내 방 유리창에 흐르는 나의 눈물~ 추운 겨울에 얼지 않는 나의 눈물~ 그게 너무 많이 흐르는 것 같아~ 유독 12월에만"


쓰인 두 줄의 가사와 멜로디를 잊지 않으려고 반복하며 불렀다. 반복하며 부르면서도 아이러니했던 것은 이 상황을 누군가에게 들키기 싫었다. 그 자체가 너무 부끄러웠는데 존경하는 아티스트 산울림, 김창완밴드의 리더 김창완 님은 산울림 1집의 성공을 '정육점에 걸린 고기'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부끄러워하셨다는 회상을 하신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딱 그런 비슷한 상황이였다. (지금도 나 자신이 곡을 쓸 때는 부끄러움이 몰려오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아픈 기억과 떨어지는 빗물과 주욱주욱 그으면서 수정해간 가사들이 한데 모여서 <12월의 비>가 되었다.

그때는 녹음할 만한 장치라고는 당시 사용하던 '전자사전' 뿐이었는데 녹음 기능을 켜고 틀리지 않게 온 신경을 한 곳에 모아서 겨우 3분 40초 정도에 담을 때쯤 멜로디가 머릿속에 박혔다.


안타깝게도 처음 녹음된 생생한 고등학생의 내 목소리는 지금은 찾을 수 없다. 하지만 편곡이 단 한 번도 바뀌지 않고 지금까지 부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것 같다.


그리고 제대로 된 첫 녹음을 2010년 대학교 1학년 때 자작곡 경연대회를 위해 하였고 유일하게 하나만 사용하는 이메일을 겨우 뒤적뒤적거리다 찾게 되었다. 제대로 된 녹음본이 나와있는 버전은 2010년에 했던 작업물과 2019년에 당시에 했던 밴드에서 데모로 남겨놓은 것 두 개가 유이하게 남아있다.


나의 음악을 모아 언젠가는 꼭 제대로 된 음반을 통해 발매가 될 수 있기를 마음으로 늘 빌고 있다.

혹시 모른다.. 정말 음반이 나온다면 나의 글을 구독해 주시는 분들에게 선물로 드릴 수 있지 않을까?




노래 <12월의 비> 소개.

'12월의 비'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난 첫사랑과 헤어지고 그다음 해에 만든 저의 첫 자작곡입니다.

첨부한 파일은 2010년에 자작곡 경연대회를 위해 처음으로 녹음실에서 한 작업물입니다.

가사와 함께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확실히 11년 전 목소리가 괜찮네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모두가 들을 수 있게 공유합니다. 어차피 제가 만든 곡이니까요.

언젠가 꼭 정식으로 발표하겠습니다.


<12월의 비>

작사, 작곡 - 좋은음악수집가


내 방 유리창에 흐르는 나의 눈물

추운 겨울에 얼지 않는 나의 눈물

그게 너무 많이 흐르는 것 같아

유독 12월에만


아...

이상하게 12월에 비가 내려 자꾸 내려


너에게 고백한 그때의 12월에도

오늘처럼 얇은 비가 내렸었지

아무렇지도 않게 흐르는 눈물이

비와 같이 내리고


아...

니가 없는 12월에 비가 내려 비가 내려


그때 흐르던 12월의 눈물

널 생각하며 떨어지는 눈물이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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