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에 스트링 교체라... 상당히 오래도 걸렸다. 자주 갔었던 악기사에 가면 적당한 스트링을 사고 맡기기만 해도 교체를 무료로 해주는데...
'왜 이걸 이제야 할까?'
귀찮음이 컸나 보다. 사실 그랬다.
그냥 가만히 있는 악기가 너무 많았다. 다들 내 손을 기다릴 텐데 귀찮음이 그동안 오랜 시간 동안 자리 잡아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줄을 다 끊어내고 헤드 머신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동안 묵은 때를 레몬오일로 정성스럽게 닦아주니 처음 샀던 그대로의 모습이다.
기타는 꽤 많이 가지고 있지만 한대만 가지고 있는 악기는 우쿨렐레, 산신(오키나와 전통악기), 가야금, 베이스 기타뿐... 큰 마음먹고 우쿨렐레의 스트링을 교체도 하였으니를 어떻게 시작하였는지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10년을 함께하면서 스트링은 딱 한번 교체해준 그 전설의(?) 우쿨렐레.
우쿨렐레는 일단 작다.
4개의 현이 이루어진 하와이 전통악기다.
휴대도 간단하고 어디서든 연습하기에 더없이 만족스러운 악기다. 그리고 소리마저 귀엽고 기타처럼 전투적으로 치면 금방이라도 줄이 끊어지기 때문에 부드럽게 쳐야 한다.
기타를 칠 때도 전투적으로 치면서 노래하던 나에게 우쿨렐레는 상당히 매력적인 악기가 분명했으나 우쿨렐레를 사야 할 마땅한 명분이 없었다. 하지만! 명분은 만들면 되는 것!
"크리스마스 때 아르바이트 좀 할래?"
2012년 겨울, 당시 어린이집 원장님이셨던 어머니의 달콤한 제안, 크리스마스 산타 아르바이트! 1년에 딱 한번 있는 좋은 일거리였고 체격도 나쁘지 않겠다! 전용 산타복과 수염도 가지고 있었으니 오히려 나를 안 불러주는 게 이상한 것 아녔겠는가.
산타 아르바이트는 비교적 쉽고 간단한 아르바이트지만 그냥 어린아이들과 캐럴 한두 곡 부르고 선물을 나눠주고 인사하고 끝나는 것인데 캐럴을 그냥 부르기가 싫었던 내가, 만약 기타를 들고 아이들 앞에 나타난다면? 어쩌면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신비주의'를 표방하는 그 사람이 현실에 나온다면?
"와~!!! 산타 하라부지!!!" 하면서 좋아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낯설어하고 자신보다 키가 두배 이상 큰 데다가 높은 확률로 공포심이 생길 수 있기 충분하기에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
게다가 몸집에 걸맞은 기타까지 친다고 하면 아이의 입장에서는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일종의 의식'과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우쿨렐레 라면 아이들이 좋아할지 몰라...!'
정말 그 생각이 딱 들자마자 버스를 타고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대구 동성로의 단골 악기사 '뮤직No.1'(지금도 있다.)에서 어느샌가 우쿨렐레를 집어 들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나를 발견하였다.
기타를 나름 오래 쳐서일까 우쿨렐레를 습득하는 속도가 나쁘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몇 개의 코드를 그 자리에서 뚝딱! 익히고 처음으로 우쿨렐레를 사용하여 부른 곡은 역시나 캐럴이었다.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오우! 기타를 오래 쳐서 그런가 습득이 빠르시네~"
"이 정도면 노래도 만들 수 있겠는데요?"
"만들면 되지! 뭐가 어렵겠어요?"
그 후로 10년이 지났다.
산타 아르바이트도 아이들 앞에서 불렀던 캐럴도 우쿨렐레를 연습해서 만든 노래 <건전가요>도 추억의 한 페이지로 자리 잡혀있다.
아주 가끔씩이라도 힘들게 교체한 우쿨렐레 스트링에 보상이라도 받고 싶은 것인지 조금이라도 잡게 된다. 확실히 내가 가진 악기들은 정말 악덕 주인을 만났다. 우쿨렐레 스트링 교체하는 것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리게 했으니 정말 좋은 주인이 아닐뿐더러 전 세계 우쿨렐레 연주인들의 질타를 한 몸에 받을까 두려울 정도다.
그래도 또 다른 추억을 쌓아가기 위해 조금이라도 자주 연주해줘야 하겠다는 다짐만 열심히 해본다. 아이들에게 조금은 덜 무섭게 다가가기 위해 시작한 우쿨렐레는 어쩌면 별 볼 일 없는 나 자신의 반전매력으로 조그맣게 자리했으니 그래! 그거면 됐다.
우쿨렐레를 대표하는 나라, 하와이의 아티스트! 이즈라엘 카마카위올레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곡을 IZ의 스타일로 리메이크를 한 곡이다. 노래에서 우쿨렐레와 IZ의 목소리뿐이지만 더 좋은 악기가 필요할까? 하와이의 향기를 음악으로나마 간접적으로 느껴보자.
일본의 전설적인 록 밴드 'Carmen Maki & OZ'와 우리나라에서는 <장사하자>로 대단한 히트를 쳤던 기타리스트 하찌 형님(본명 : 카스가 히로후미)이 국악인 황애리 님과 결성한 하찌와 애리는 서로가 걸어온 음악의 길은 다를 수 있어도 우쿨렐레를 통해 하나의 음악이 완성되었다.
비틀스의 리더였던 폴 매카트니가 비틀스 탈퇴 후 1971년에 자신의 아내인 린다 매카트니와 함께 발표한 <RAM>의 3번 트랙. 같은 음반에 수록된 곡들 중에 'Too many People'이나 'Uncle Albert / Admiral Halsey' 같은 명곡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이 묻힐 수 있는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