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2021년 12월 31일에는 특별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슬그머니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오늘이 2021년의 마지막 날임을 전혀 실감하지 못했으니까...
그만큼 1년의 삶이 적응이 되었기 때문일까?
2021년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글 하나를 발행할 때마다 '제 글을 한번 읽어봐 주세요..!' 하는 마음으로 많은 곳에 소식을 전하고 있다.
'만약 내 글에 가치를 매긴다 가정하면 얼마나 될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금방 냉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결론을 지었다.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는 커피를 사줘도 모자랄 판이야! 멍청한 생각하지 마!'
12월 31일의 출근길은 별 다를 바 없이 차에 시동을 걸고 오래 생각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음악을 틀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함께하는 퇴근길이 문제였다.
"선배님! 비틀스.. 지긋지긋합니다!"
내 차를 같이 타고 가는 후배 녀석이(<출퇴근 길의 소중함>에 나오는 그 후배 녀석이다.) 12월의 마지막 날을 그냥 두지 않았다. 한참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음반을 전곡 재생으로 들으며 가고 있는데 세 번째 트랙 'Getting Better'에서 그만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언젠가 후배도 이 음반의 진가를 알아주지 않을까?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내용으로 2021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후배의 깊은 태클은 상당한 수준이었을지 모르나 안전한 운전이 먼저였다. 흔쾌히 휴대폰의 패턴을 풀어주고는 "어디 한번 초이스 해보아라~"
내 휴대폰을 뒤적뒤적거리더니 노래 한곡을 튼다. 처음 듣는 곡인건 확실하다.
(후배 녀석은 이 곡을 틀었다.)
"이거 누구 노래냐?"
"이름이...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 곡 좋지 않습니까?"
"글쎄.. 크게 와닿지는 않은데.."
"말도 안 됩니다! 이거 진짜 명곡인데..."
곡의 주인공이 '피니어스 오코넬'(팝스타 빌리 아일리시의 친오빠)인 것을 한참 후에 알게 되었지만. 2021년의 마지막 날에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멜로디가 좋았고 목소리가 좋았다. 어쩌면 휴대폰을 양보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집에 도착해서야 들었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 한참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인터넷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카카오톡을 확인하기도 하면서 어느덧 마지막의 2021년을 천천히 보내주었다. 아니... 내가 천천히 2021년에서 벗어나며 잠을 청하지 않은 사람들과 카카오톡과 화상회의를 통해 새해 인사를 나누기도 하였고 서로의 목표를 나누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나의 2022년의 모토는 '재미있게 살자'
어떠한 환경이 닥치더라도 그 상황을 여유롭고 슬기롭게.. 재미있게!
1969년 1월 30일, 내가 사랑하는 비틀스는 그들의 회사 옥상에서 마지막 곡 Get Back(옥상에서만 총 세 번 불렀다.)을 부른 후 존 레넌은 이렇게 말했다.
"I'd like to say thank you on behalf of the group and ourselves. I hope we passed the audition."
(단체와 저희를 대표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오디션에 합격했으면 좋겠어요.)
역시나 악기상과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농담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재미를 추구하며 살아가야겠다는 2022년 1월 1일의 다짐을 꼭 잃어버리지 말아야겠다.
"너의 '인생곡'을 나한테 뿌려 보려무나"
며칠 전, 늘 나의 차를 타는, 태클로 나의 음악세계를 저지한 후배 녀석의 '인생 곡'을 알려달라 했고 바로 답을 받았다. 이제 그 곡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대략적인 나의 음악 세계를 이곳에서 피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나의 글을 좋아하시고 나의 음악세계를 엿보신 분들에겐 신선한 방향을 제시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음악은 언제나 옳은 법이니까.
2002년에 나온 영화 <8 마일>에서 에미넴은 쓸쓸하지만 당당하게 혼자 걸어가며 이 곡이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흘러나온다. 힙합을 즐겨 듣지 않는 나조차도 익숙하게 느껴질 정도로 도입부부터 인상적이다.
낮고 어두운 분위기에 하이톤으로 꽂는 에미넴의 랩은 경이롭다.
2019년 11월에 발매된 EP <oh, how perfect>의 수록곡.
해외의 인디음악을 소홀히 들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멜로우한 팝... 특히나 멜로트론이 깔리는 것이 너무 좋다.
이 녀석... 힙합만 듣는 줄 알았는데 이곡을 소개해줘서 어쩌면 참 고마운 곡이기도 하다.
'얘는 이런 장르는 어떻게 알고 듣는 걸까?' 하며 감탄했던 곡. 정말 신기했다.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닐 영'의 목소리를 젊은 감성으로 다시 듣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팀도 캐나다의 록그룹!
'그래! 내가 원했던 곡은 이런 느낌이었어!'
후배에게 인생곡을 보내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이 곡을 찾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찔한 느낌, 아주 오랜만에 드는 느낌이었다.
역시 사람은 알 수 없다. '대체 얘는 취향이 어디까지야?' 하며 위의 감탄사와는 반대 선상에서 감탄(?)했던 곡. 해외 힙합에서 유명한 곡들을 들어보면 잔인한 내용의 가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 곡은 잔인하다는 것보다 자신의 '어머니'를 괴롭히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상당히 효녀스러운(?) 가사를 담고 있다.
FUN. 에서 '.'까지 붙여야 함을 잊지 말자. 미국의 3인조 얼터너티브 록밴드 FUN. 의 이 곡은 그래도 익숙했다. 무엇이든 불태울 수 있고 씹어먹을 것 같은 열정이 샘솟는 노래다. 가끔씩 초심을 잃었다고 판단이 선다면 이 노래를 꼭 틀자. 그리고 액셀레이터를 밟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