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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음악수집가 Nov 20. 2021

회개, 아이돌 음악의 힘!

반쪽짜리 음악인이 아닌 반의 반의 반쪽 뮤지션의 삶의 이야기.

BTS가 최근 영국 밴드 Coldplay와 함께 만든 'My Universe'가 빌보드 차트 1위를 찍으며 빌보드 HOT 100에 1위를 찍은 여섯 번째 곡이 되었다. BTS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아이돌이자 동시에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전 연령대를 아우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한들 특정 연령층의 소비는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의 힘이라 믿는다.


근데 아이돌 음악을 두고 나는 왜 제목에 '회개'라는 다소 종교적이고 엄숙하고 용서를 구하는 고급스러운(?) 단어를 앞에 썼을까?


"나 때는 말이야 핑클이 최고였어"

"무슨 소리야 S.E.S가 최고였지"

지금의 3040세대에서 걸그룹을 논한다면 S.E.S와 핑클의 양강 구도는 늘 형성이 된다. 물론 내가 초등학교(나는 놀랍게도 국민학교를 경험하지 않았다) 저학년 시절에 두 팀은 각 회사가 자랑하던 아이돌이었으니 그럴만하겠다. (그 당시 여학생 입장에서는 H.O.T와 젝스키스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성장하여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아이돌의 엄청난 파급력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남녀공학 중학교를 다닐 때는 잘생긴 외모의 남자 아이돌 가수를 깎아내리면 그날은 여학생들의 약간의 손찌검과 욕설을 감수해야 했다. 특히 건드려서는 안 되는 보이그룹은 '동방신기'와 'SS501'였는데 그 당시 남학생들은 함부로 언급조차 못했던 존재들이었고 학교 축제 때 소위 좀 논다는 남자들이 5인조로 꾸려 동방신기의 노래를 부를 때는 소개하기 앞서 "여학생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대단히 조심스러운 그룹들이었다.

(공교롭게도 S.E.S, H.O.T 그리고 동방신기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고 핑클, 젝스키스, SS501은 DSP미디어(구, 대성기획)에서 출범했다.)


남자들만 득실득실한 남고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당시 나는 한국의 인디음악과 산울림 음악에 굉장히 심취해 있었는데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등에 열광하는 동급생들을 보면서 '왜 인디음악에는 관심이 없을까? 이렇게 좋은 음악들이 많은데...' 하며 혼자 음지(?)에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대학생 때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취미와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들이 제대로 모인 곳이기도 했고 내가 다니던 대학교의 같은 과 친구들은 특히 그랬다. 그때는 내가 아이돌(특히 걸그룹) 음악을 듣는 녀석들을 향해서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그런 것들 음악은 음악이 아니다." 라며 폄하하곤 했다. 그때의 나에게는 그게 당연했다.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었으니까.


Smells Like Teen Spirit...!!! 단순한 기타 리프로 세계를 정복했던 너바나(1988년에 데뷔한 3인조 록밴드)의 음악처럼 세상을 바꾸는 음악들이야 말로 진정한 음악이라 생각했고 단순히 음악프로에 나와서 보이는 것에 비중을 둔 아이돌 음악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었고 음악을 논하는 자리(라 쓰고 삼삼오오 모여 치킨을 먹으며 친목을 다지는 시간)에서 내가 참여했을 땐 아이돌의 '아'도 나올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철학이 한방에 무너진 사건은 '군대'라는 집단에서 시작되었다.

군대는 일단 놀라운 곳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군인이거나 군인 출신이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고 그나마 정보가 될만한 예비역 선배나 친구들의 스쳐 지나가는 조언들이 어쩌면 상관없는 곳이기도 하지만 분명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고 때로는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고 위계질서가 있어 자신의 욕구를 조금은 억눌러야 하는 곳이기도 하는 어쩌면 서글픈 곳이다.


수많은 동기들이 모여있는 신병교육대 시절... 야간 종교행사는 그야말로 '문화혁명 대잔치'였다.

그때는 종교에 대한 회의감이 강하게 들어서 새로운 종교에 대한 탐구적인 자세로 임했는데 당시 야간 종교행사 시간은 많은 정보력이 총동원되는 시간이었다.

"오늘 야간 기독교는 누가 온다더라"

"그래도 야간 종교행사는 불교가 짱이야. 와보면 알아"

간식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그날의 주인공(?)이 누구냐였다.

신병교육대 야간 종교행사는 기독교와 불교만 실시하였는데 특히 야간 불교행사는 뮤직비디오를 틀어주기로 꽤나 명성(?)이 높았는데 이 참에 불교에도 관심을 한번 가져보자는 생각을 전면에 두고 속으로는 '어떤 뮤직비디오를 틀어주길래..?'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짧은 설법이 끝이 나고... 군종 법사님이 훈련병들이 원하는 것으로 틀어준 현아의 '빨개요'와 스텔라의 '마리오네트' 뮤직비디오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아마 나와 함께 한 전우들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뮤직비디오를 보고 열광하던 많은 훈련병들 사이에 나도 동화되었고 당장 이 기세로 전쟁에 참여했으면 승리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그 사건(?)이 있고 나서는 두 번 다시 아이돌(특히 걸그룹)의 음악을 두고 "저건 음악이 아니다"라는 망언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음악에 편견을 가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음이라..! 

몇 년 전 음악평론가이신 최규성 선생님도 대한민국의 걸그룹을 총망라한 책 '걸그룹의 조상들'을 봐도 걸그룹은 역사와 함께 해왔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조금은 더 다양한 시각과 조금은 덜한 비판적인 사고로 접근해야 많은 음악들을 더 애정 어린 마음으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아이돌 음악이라도 지금은 좋다! 아! 앞으로도 좋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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