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린날의 피아노가 왜 그렇게 싫었냐고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하나? 여러 가지의 요소들이 있겠다만.... 적어도 6살의 좋은음악수집가에게 피아노는 '매력'이 없었다. 지금 6살의 어린아이들을 봐도 그저 뛰어노는 것이 좋을 나이가 아닐까? 물론 그중에서도 정적인 것을 추구하며 감성적인 부분이 뛰어난 아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피아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때면 습관처럼 "만약 부모님이 피아노 학원을 보내기 전 존 레논이나 프레디 머큐리 같은 멋진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셨다면 주저 없이 피아노 학원을 갔을 겁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아, 6살짜리가 록음악을 알겠어요? 모르죠 적어도 6살에 저는 WWF를 봤던 레슬링 키드였던 것은 분명하니까요.
"자, 이거 한 번씩 칠 때마다 색칠하고 10번 칠 때까지 나오지 마." 하고 나가신 선생님은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인데도 무서우리만큼 냉정했다. 사실 어렵지 않은 다장조의 음표는 마음만 먹으면 금방 칠 수 있는 것이었고 잔머리가 조금만 돌아갔어도 거짓말을 칠 수 있었는데 그냥 울어버렸다. 그것도 아주 서럽고 크게. 그리고 돌아온 것은 달래줌을 빙자한 위로가 아닌 회초리였다. 어린 6살이 감당하기엔 상당히 아픈 회초리가 너무도 서러웠다. 울고 있는 어린이를 뚝 그치게 하는 수단이 회초리였던 것은 거의 모든 학원이 그러했다. '맞아야 말을 잘 듣는다.'가 이미 만연한 사회였지만 그게 참 견디기가 어려웠다.
눈물을 한껏 쏟아내고 돌아가는 집은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아파트였는데 돌아가면 기다리는 사람은 외할머니뿐이었고 그저 서러움을 또 외할머니에게 전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6살의 서러움을 어른들이 이해하기엔 너무도 하찮기도 했겠지만 당시의 무서운 존재셨던 당신의 딸과 외손자는 같은 집에 살았기 때문에 그것만큼 공포는 없었다.
난 지금도 의문이 있다면 아버지도 어머니도 나의 피아노 실력이 향상이 되고 있는지 안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과연 가지고 계셨을지에 대한 것이다. 물론 그 당시 외부 업무(?)와 스케줄(??)로 평일은 항시 바쁜 6살이었기에 어쩔 수 없겠다만 아버지의 출근길에 나를 미술학원에 내려주신 것 말고는 피아노에 관한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으셨다. 어쩌면 나의 부모님의 '방목형 육아'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듬해 초등학교를 입학했을 때는 이야기가 약간 달라진다.
(빠른 생일을 적용하여 7살에 입학을 하게 된다.)
경상북도 경주시에 위치한 경주 유림초등학교는 애통하게도 정문을 기준으로 피아노 학원과는 불과 1분 거리에 있는 아주 명당(?)이었다. 등굣길도 하굣길도 도보로 이동하기 충분한 거리였으며 등굣길은 사실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학교를 마치고 바로 피아노 학원을 가야 한다는 것이 나를 힘들게 했다.
1996년 SNK를 먹여살린 효자종목 '더 킹 오브 파이터즈'와 '메탈슬러그'. 추억의 게임이자 지금도 이 때의 감성을 사랑한다.
땡땡이를 부리려고 해도 부릴 만한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렇다면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어떻게든 학원에 가는 시간을 지연시켜야 한다. 7살 머리에서 겨우 생각해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문방구 앞 오락기였다. 화끈한 액션을 자랑했던 SNK의 효자 아케이드 게임이었던 <더 킹 오브 파이터즈>와 <메탈슬러그>에 그만 매료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 여느 때처럼 게임 구경을 하다가 쎄한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봤더니 익숙한 차가 있었고 차창문 너머로 보이는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까딱거리는 손짓, 어느새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피아노 학원이 아닌 집에서 기다리고 계셨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의 매'였다.
다음 편에 계속...
사랑의 매의 힘(?)으로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고 잘 길러진 좋은음악수집가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피아노와 함께한 시기를 이야기로 풀어내어 매거진 형식으로 발행합니다. 매거진 한편에 '피아노'가 들어간 음악, 좋은음악수집가가 사랑하는 1곡을 추천해드립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명반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괜찮다. 지금이라도 기억하고 있으면 된다. 1984년에 발매된 <음악도감>.
최근 유희열의 행보가 너무 아쉽다. 그가 존경한다는 아티스트 사카모토 류이치의 곡 <Aqua>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그 행위를 인정하면서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도 유튜브에서는 많은 표절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유희열 측이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는 것이 팬으로서 너무 아쉽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1970년대, 아티스트 야마시타 타츠로, 오오누키 타에코 등의 아티스트의 세션을 해주며 대중음악의 길로 들어섰고 일본의 전설적인 록밴드 'はっぴいえんど(핫피 엔도)'의 베이시스트 호소노 하루오미, Sadistic Mika Band의 드러머 타카하시 유키히로와 함께 Yellow Magic Orchestra (Y.M.O)를 결성하고 대중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게 된다. (그리고 이 당시에 사카모토 류이치는 갑작스러운 인기에 부담을 느꼈던 것인지 대인기피증을 앓게 된다.)
물론 중간중간 솔로 음반을 내기도 하였지만 Y.M.O 활동을 마무리 짓고 1984년에 들어서 발표한 이 음반은 동양적인 선율을 서양의 악기로 표현하고자 한 실험정신이 돋보이는데 그중에서도 조금은 대중적인 사운드로 접근한 SELF PORTRAIT를 오늘의 추천곡으로 잡았다. 특히 비 오는 날 들으면 아주 좋다.
2022년 6월 7일, 사카모토 류이치는 자신이 시한부임을 문예지 '신초'를 통해 밝혔다. 20시간이 넘는 수술을 견뎌내며 "남은 시간 속에서 음악을 자유롭게 하며 내 인생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라고 하였는데 남은 시간이 그가 아프지 않고 최대한 오래 유지되기를 팬으로서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