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아직도 못 잊어, 이사 가는 날

희한하게 그날은 정말 내 기억에서 제일 또렷한 하루였다.

by 좋은음악수집가

매의 힘은 강력하다. 가정에서 맞고 학교에서 맞고 대학교를 가서 뺨까지 맞아봤던 시기를 겪어서 일까? 타인이 보기에 바른 길을 걸어온 것 처럼 보여지겠지만 속으로는 '나는 절대 나의 자식은 때리지 않고 키워야지.' 하다가도 요즘 청소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매의 필요성'을 가끔씩 느낀다. (중요한 것은 나의 전공은 '청소년교육상담학과'라는 것이다.)


숱하게 맞았던 매였지만 부모님께서는 절대 감정을 앞세워서 자식을 대하지 않았다. 조곤조곤 나의 잘못을 이야기를 해주시고 명확한 잘못이 성립되었음을 내가 인지하였을 쯤에 '맴매하셨다'. 그래도 그 훈육의 덕분인지 미술학원에서의 삶을 성공적으로(?) 청산하고 당시 살고 있던 집 근처에 위치한 경주 유림초등학교 1학년 8반에서의 시작은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미술학원을 마치고 피아노 학원으로 터덜터덜 걸어간 것에서 초등학교에서 피아노 학원으로 걸어가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것을 굳이 꼽자면 내가 있었던 초등학교에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은 곳이었다는 것. 에코붐(1950년대 중반 ~ 1960년대 초반 출생에 해당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메아리(Echo)처럼 돌아온 것 같다는 의미에서 붙은 세대 명칭이다. 지금은 뭐 이 세대를 뒷세대랑 엮어서 'MZ세대'라고도 한다.) 세대에 걸맞게 학교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교실은 정말 붐볐고 하교는 몰라도 같은 시간에 등교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보통은 생각이 형성된 사람이라면 이별을 하기 전 마음의 준비를 한다. 분명한 것은 오래되진 않았지만 그간의 정을 정리해야 했다. 1학년 2학기가 막 시작될 무렵이었는데 정확한 이사일을 알려주시지 않았다. 전학 처리가 그렇게 원활했나 싶기도 하지만 보통이라면 "우리 0월 0일에 가니까 선생님께 알려주고 친구들한테도 알려주고 인사하도록 해."라고 알려주실 테고 학교에서 나를 강단 앞으로 불러서 친구들 앞에 인사를 시킬 텐데 그런 일련의 과정이 없었다. '뭐야? 나 왕따였어?'라고 하기엔 친구도 있었는데?




이사 가는 날, 나는 그날이 이사 가는 날인지도 모를 때, 학교를 마치고 피아노 학원에 가는 길이 왠지 모르게 너무 가벼웠다. 문방구 앞 오락기의 유혹도 쉽게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웠다. 분명한 것은 내가 그날 이사 가는 날인 줄 정말로 몰랐다는 것이다.


"바로 집으로 가거라."


피아노 학원에서도 바로 집으로 가라는 이모의 말을 들으니 더욱 홀가분한 마음이 되고 날아갈 듯 한 발걸음의 도착점은 집 앞의 아버지의 차 안이었다. 마치 KBS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서 김종민이 소집해제가 되자마자 멤버들이 납치(?)하여 방송에 투입되었듯이 결은 다르겠지만 집으로 오자마자 들어가지도 못하고 차에 탑승해버렸다. 뭐... 타의와 자의의 차이랄까?


한 시간 정도 지나고 도착한 곳은 경사가 제법 있는, 누가 봐도 산을 깎아서 만들었다고 과언이 아닌 경사가 진 아파트 단지였다. 새로운 주소, 이곳은 경상북도 경산시였다. 새로운 '초딩'의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평소보다 짧아진 글에 부담은 줄어들긴 하였으나 그래도 많은 생각과 그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쓰고 있습니다. 늘 저의 이야기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님들께 무한한 감사를 이 글을 빌어 남깁니다. 그리고 매거진 한편에 '피아노'가 들어간 음악, 좋은음악수집가가 사랑하는 1곡을 추천해드립니다.



Queen의 다섯 번째 스튜디오 음반 <A Day At The Races>는 전작 <A Night At The Opera>와 '쌍둥이 음반'으로 불리기도 한다.

Queen - Somebody to Love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2018년에 개봉하였을 때, '20세기 폭스 팡파레'를 퀸의 사운드로 녹음한 것을 시작으로 이곡을 배경으로 프레디 머큐리가 라이브 에이드로 향하는 모습이 나온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나오는 장면과 퀸의 음악이 너무도 완벽하여 시작부터 끄윽끄윽 거리며 울었다.(물론 퀸, 특히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기에 퀸의 음악이 잘 어울릴 수밖에 없지만...)


퀸의 프런트맨, 프레디 머큐리는 피아노를 굉장히 잘 치는 아티스트였기에 상당한 고민을 했다. 어느 곡을 올려도 이상할 것이 없는 데다가 동명의 음악 'Bohemian Rhapsody' 또한 피아노로 시작하는 굉장한 곡이기에... 하지만 이번에는 꼭 이 곡을 소개하고 싶었다.


'아니 얼마나 쌍둥이 음반이길래?'라는 생각이 드실까 봐 참고용으로 가져왔다. 이 음반에 그 유명한 <Bohemian Rhapsody>가 들어있다.

이 음반의 전작인 <A Night At The Opera>(4집)와는 달리 평론가들에게 많은 혹평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건 당시 평론가들의 의견일 뿐 지금에서는 참고만 해도 무방할 것이다. 4집과 5집의 요소는 <앨범 전체의 완성도 vs 음반에 실린 한 곡 한 곡의 완성도>의 Queen의 내적인 요소로 비교할 수 있겠다. 그래도 이래나 저래나 Queen의 훌륭한 쌍둥이 음반이다.


가사가 지금의 나와 비슷한 상황이라서 더욱 와닿게 들리는 시간이다. 위로가 많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고 물론 독자분들이 계셔서 위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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