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les - LET IT BE
오늘은 나의 생일, 사실 예정에 없었던 발행을 하면 계획단계부터 글쓰기 이후의 마감을 칼같이 지키는 날이 있는 반면 이미 완성단계에서 한참을 저장해 뒀다가 발행하는 토요일이면 설레는 마음으로 발행하고 반응을 살피는 것도 쏠쏠하다. 브런치에서의 발행한 글 중 토요일을 벗어난 글들은 대부분 저장해 놓고 그냥 발행을 해버렸는데 이번 글은 오로지 초점을 '나의 생일'에 뒀고 생일에 관한 추억을 한번 써보고자 기획하였다.
근데 생일과 LET IT BE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내게 생일과 비틀스(Beatles)가 무슨 관계가 있냐고 물으신다면 꼭 이렇게 말씀드리겠다.
"1969년 1월 30일, 비틀스가 대중들 앞에 선 마지막 공연. 그리고 1992년 1월 30일에 제가 태어납니다."
아! 이 얼마나 경이로운 우연의 일치인가! 내가 사랑하는 밴드의 마지막 공연일과 나의 생일이 같다니! 근데 어지간한 비틀스 팬이 아니면 이 사실을 모른다. 아직까지도 내 생일을 언급하였을 때 "비틀스의 옥상공연 날짜랑 같네요?!"를 들은 적이 없으니 말이다. 만약 그 말을 들었다면 그 사람은 나와 평생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 내 오랜 친구들에게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냥 그들은 내가 비틀스를 광적으로 사랑하는 것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
나의 학창 시절에서의 나의 생일은 1월이라는 이유가 가장 큰 불만이었다. 학기 중도 아니고 방학중에 맞이하는 생일인 것도 모자라서 겨울에 태어났기 때문에 친구들과 모이기에도 추운 날이었다. 정말 최악은 생일과 명절이 겹치는 것이었는데 '왜 최악이지?'라고 의문을 품겠지만 우리 집안에서의 명절은 생일보다 비중이 컸다. 그냥 '안중에도 없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가 맞는 표현이겠다.
오죽하면 설 연휴 나의 생일날이었던 중학생 시절 미역국 냄새를 맡으며 일어난 내가 "오늘 내 생일이라 미역국 하시는 거예요?"라는 말에 어머니는 화들짝 놀래시며 "오늘이 니 생일이가? 맞네!"라는 말에 나는 그게 참 서글펐다. 내 밑으로 7~8명의 동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대가족의 막내도 아니고 고작 자식은 두 명이고 나는 장남인데 지금도 그날은 떠올리고 싶지는 않은 생일날이다.
대학교를 다닐 때도 나의 생일은 언제나 그랬듯 방학이었다. 근데 대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 해의 생일은 기쁜 일로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당시 다니던 학교의 카페에서 나는 유일한 남자였는데 우리를 담당하는 선생님(쉽게 말해 사장님 같은 역할)과 동기 두 명과 후배 한 명 그리고 내가 시간대 별로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학기 중에는 시간대가 달라서 거의 마주치기 어려웠지만 방학 때는 전부 모일 수 있었다. 그러다 나의 생일날에 그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그날만큼은 바깥 온도와 다를 바 없이 차가웠는데 나의 생일을 위해 일부러 분위기를 차갑게 해 놓고 서프라이즈로 케이크를 준비한 것이었다. 그때 어떻게든 나를 속이려고 선생님도 친구들도 고군분투 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 그것도 다 추억이 되었구나. 그래도 기억에 남는 생일을 안겨줘서 그게 참 고맙고 또 고맙다.
올해의 나의 생일모임은 1월 28일 이었다. 토요일이기도 했고 그날이 제일 무난하게 모일 수 있는 날이었다. 제일 친한 후배 '원효'에게 1월이 시작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원효야... 이번 생일은 내가 정말 그냥 못 넘어가겠다. 1월 28일 토요일에 선배님과 후배들을 소집하는 방향으로 가보자."
"제가 그럼 짜보겠습니다."
<좋은음악수집가 탄생 31주년 기념식> 이라는 다소 허세가득하고 광기가 가득한 타이틀을 놓고 거의 2주간 만나는 친한 사람들마다 나의 생일을 상기시켰다. 선물을 필요없다. 무조건 만나서 (그 놈의)삼겹살을 먹고 노래방을 가는 것으로 끝을 내자. 그냥 만나기만 하자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쌍둥이를 키우는 선배님도 나를 구워삶는 후배들도 모두 모여 나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모두모두 고맙고 사랑합니다.
하지만, 저의 생일은 오늘입니다. 저의 생일을 마음껏 축하해주시면 참으로 감사하겠습니다!
댓글로 혹은 개인적으로 축하를 해주십시오! 부끄러우면 마음으로 해주시면 됩니다!
늘 감사합니다!
비틀스의 <LET IT BE> 제작기는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시기상으로도 <Abbey Road>(비틀스의 11번째 정규음반) 보다 앞서 있었는데 결과물은 해체하고 나왔다. 오죽하면 이 천재 네 명은 1970년에 각자의 솔로음반을 들고 나왔을 정도니...
그리고 수록된 곡들의 대부분이 비틀스의 1969년 1월을 담은 영화 <Get Back>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분위기 자체가 심상치 않았다. 바깥도 추운데 스튜디오까지 추웠고 멤버들의 불평불만을 다 받아내는 폴 매카트니의 모습도 보이지만 어떻게든 초심으로 돌아가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작업에 몰두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조지 해리슨은 비틀스를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까지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 추웠던 트위크넘 스튜디오를 벗어나 애플 스튜디오로 돌아오고 잠시 떠났던 조지 해리슨도 돌아오면서 키보디스트 빌리 프레스턴까지 합세하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회복이 되고 존 레논은 "우리 음반에 네 이름 넣어줄게"라는 최고의 대우(?)까지 하게 된다.
대망의 1월이 끝나고 모든 작업이 완료된 상태에서 발매해야 할 <Get Back>이 나오지 않았다. 대중 앞에서의 게릴라 공연도 하였음에도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고 <Abbey Road>가 세상에 먼저 나왔다. <Get Back>의 프로듀싱을 맡은 글린 존스(Glyn Johns)의 작업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당시 비틀스의 매니저 앨런 클라인(이 사람은 비틀스의 와해를 주도한 사람이다.)이 폴 매카트니의 의도를 무시한 채 프로듀서 필 스펙터(Phil Spector)에게 넘겨버리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LET IT BE>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
필 스펙터가 프로듀싱한 것이 시기상으로 비틀스는 이미 서로를 등한시 한 상태였고 매니저 문제로 폴 매카트니와 나머지 멤버들이 싸우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결국 비틀스의 매니저는 앨런 클라인이 맡게 되긴 했지만... 아무튼 <LET IT BE>가 세상에 나온 시점은 1970년 5월 8일이지만 비틀스는 4월 9일 공식적으로 해체하였다.
매년 나의 생일을 기점으로 나는 나 자신에게 생일선물을 꼭 하나씩 해준다.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굵직굵직한 선물을 나에게 했다. 남에게 받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대로.. 2020년에는 비틀스 싱글 박스세트, 2021년에는 킹 크림슨의 1969년을 담은 박스세트를, 2022년의 선물은 이것이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박스세트로 이루어 진 것이고 가격대가 조금 높다는 것이고 생일 맞춰서 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생일에 맞춰서 사겠노라 하면 금방 품절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LP 박스세트와 CD 박스세트 그리고 당시의 모습을 모아놓은 사진집까지 알차게 구입해서 지금도 잘 보관하며 잘 듣고있다. 오래오래 간직했다가 미래의 나의 자식이나 아님 현재를 살고있는 내 조카에게 꼭 제대로 들려줄 날을 기다려봐야겠다.
"이 곡으로 아빠의 인생이 바뀌었어."
"이 곡으로 삼촌이 기타를 시작했어."
이 정도면 충분히 나의 인생곡이 전달되지 않을까?
<LET IT BE> track list. (제목을 누르면 노래와 연결됩니다. / 뒤의 ★ 표시는 옥상공연 라이브 음원이 그대로 음반에 실린 겁니다.)
1. Two of us
2. Dig a Pony ★ (그대로 실리긴 했지만 도입부에 부르는 코러스가 삭제되었다.)
3. Across the universe (개인적으로 슈퍼 디럭스를 사게 된 결정적인 곡)
4. I me mine
5. Dig it
6. Let It Be
7. Maggie Mae
8. I've got a feeling ★
9. One after 909 ★
11. For you blue
12. Get Back
영화 <Get Back>이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되고 나서 음반을 다시 들으니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옥상 라이브 에서의 Get Back(take 2)이 연주도 깔끔하고 템포도 적당하고 이 버전이 정규음반에 실렸으면 옥상 라이브 버전과 스튜디오 버전의 밸런스도 어느 정도 맞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하지만 이제 와서 아쉬우면 어찌하리 음반은 내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나와버렸는 걸...
하지만 위의 두 박스세트를 사는 데까지의 고민은 일절 없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밴드의 가장 사랑하는 음반, 나의 인생을 바꿔놓기 충분한 그 음반은 구매가치가 이미 차오를 때로 차 올랐다. 즉, 아무런 고민 없이 큰돈을 지출했지만 오히려 기뻤다는 것!
이 음반은 <Get Back>을 제작하면서 나왔던 많은 곡들의 연습, 합주, 즉흥연주 등을 한데 담은 음반이다. <Abbey Road>에 들어가는 곡도 미완성인 채로 들을 수 있고 폴 매카트니가 원했던 담백한 버전의 'Let It Be'와 'The Long and Winding Road' 등을 이 음반을 통해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조지 해리슨의 솔로음반에 수록된 'All Things Must Pass'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음반임을 떠나서 사료적인 가치로 충분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녹음 당시의 멤버들이 떠드는 잡담도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에 대략적인 분위기도 알 수 있고... 막상 들어보면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냥 아쉬움이 한켠에 오래 남는다.
이 음반은 내가 처음으로 구입한 <LET IT BE> LP다. 우리나라에서 라이선스를 받아서 발매하였고 음질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비틀스의 음반을 이 음반으로 구입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음반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이유가 있겠는가? 비틀스라서 구매했고 그게 마침 인생음반이니 구입한 것!
이 음반은 가장 최근에 구입한 음반이다. 올해 구입하였으며 일본판이라고 하길래 덜컥 구입했다. 가격도 꽤나 저렴하게 구입하였고 막상 시리얼 넘버를 조회해보니 미국에서 발매한 초판이었고 괜시리 기분이 좋았다. (영국 초판은 5월 8일, 미국 초판은 5월 18일에 나왔다.) 사진속에 있는 음반들을 조금씩 비교해서 보면 자켓의 명도와 채도가 조금씩 차이가 나고 라벨도 빨간 사과로 되어있다. 영국과 미국의 버전 차이를 위해 색을 나눈 것인지 상당히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이 음반은 내가 2020년 나의 생일선물로 구매했다. 총 23장의 7인치 싱글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의 22번째 음반만 쏙 빼서 찍었다. 비틀스의 <Let It Be>는 버전이 다양한 편이다. 정규와 싱글의 기타솔로가 다르다. "그냥 다 똑같은거 아니야?" 라고 하시면 곤란하다. 그래도 역시.. 필 스펙터 프로듀싱의 오버더빙 된 조지 해리슨의 공격적인 기타솔로 보다는 조지 마틴 프로듀싱의 싱글 버전이 조금 더 좋게 들리고 그래도 역시 나에게 있어 Best of Best는 비틀스가 해체하고 한참 후, 폴 매카트니가 주도한 <LET IT BE Naked>음반에 수록된 버전이 제일 좋은 것 같다. 폴 매카트니가 원했던 것은 역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Get Back) 이었으니까. 근데 그건 LP로 왜 안나올까? 분명 나왔는데 내가 못 찾은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재발매를 기다리는 수 밖에!
좋은음악수집가의 생일을 기념하여 비틀스의 LET IT BE 모양으로 꾸며주신 늘 고맙고 또 고마운 디자이너 mean._.ing 님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