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음악수집가 Jan 28. 2023

아! 정말 하기 싫어도 해야하는 것

나카모리 아키나의 <소녀A>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는 보통 두가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으로. 하고 싶은 것은 머리 속에 넘쳐나지만 하기 싫은 것은 머리 속에 담그는 것 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예기치 않은 곳에서 튀어나온다. 예기치 않은 일의 강도가 약한 편이라면 모르겠지만 내가 해야할 업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하기 싫은 일이 크게 겹쳐버리면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는 빨리 떠나야 할 각을 잡아보게 된다. 그렇게해서 실제로 떠난 사람들도 있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도 가끔은 그런 소리를 한다.


'이직'이라는 단어를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 만약 내가 전공을 잘 살렸다면 조금이라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 곳으로 이직을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 근데 모르겠다. 그 업계가 그런가보다. 아주 가끔씩 같은 학과를 졸업해서 현재 그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친구와 대화를 하다보면 누가 어디로 갔느니 누구는 그만뒀느니 하는 이야기가 오간다. 근데 중요한 것은 내가 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나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준 사람이 아니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편, 관심도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만큼 따분한 것은 없을 것이다.




 삶을 살면서 큰 축복이자 감사할 것은 어린시절의 등원, 학창시절의 등교 그리고 성인이 되고나서의 출근까지, 제일 많이 했던(하는) 이 세가지가 싫지 않은것, 그것만큼의 삶의 큰 축복은 없다. 그게 참 다행인 것은 인복이 한몫했다. 10명이 있어도 10명이 다 좋을 수는 없는 것인데 그래도 눈에 보이는 사람들 만큼은 마음을 다하고 있다고 자부할 정도로 함께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매번 좋을 수는 없다. 아무리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도 업무는 매번 다르다. 늘 좋은 일거리만 내게 오지 않는다. 삶에서 지금 받는 급여에서 내가 처리하기 좋은 일거리만 들어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조차 별로 하지 않게 되었다. 그게 마음이 편하다. 오죽하면 출근하면서 '오늘은 이 업무를 해야지' 마음을 먹어도 막상 현장에서 그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다른 업무에 치인 적도 많다. 결국 마음을 비우는 것이 답임을 오래전에 깨닫고야 말았다.


조금은 부끄럽지만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하기 싫은 일이 닥쳤을 때의 나는 '회피'하기 바빴던 것 같다. 회피는 절대 옳은 행동이 아니다.(아 물론 누군가가 날 해치려 할 때의 회피는 인정해 줘야한다.) 어린날의 후회로 치부하는 것은 핑계일 수 있으나 그때의 나의 행동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참 중요함을 직장을 잡고나서 느꼈다. 그렇다. 닥친 현실에서 도망가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잠깐의 휴식을 위해 연차를 쓰고 일을 잠시 내려놓을 수는 있겠지만 그만두고 도망가는 것은 도박이다. 도박에서 성공한 사람의 사례를 본 적이 있는가? 순간은 달콤하겠지만 끝은 잔혹하다.





 대구에서의 12월은 눈보다는 비가 먼저오는데 2022년의 경기 북부는 그렇지 않았다. 첫눈이 야무지게 왔고 그뒤로 연말을 눈과 함께 보냈다. 그 덕(?)에 출근이 늦어졌고 출근과 동시에 모든 업무를 제쳐두고 제설을 했다. 모인 사람들 모두가 입으로 눈으로 욕을 해댔다. 나도 동참했다. 눈을 쓸면 그 자리를 내리는 눈이 채울 때의 모습을 보고있으면 욕이 안나오는게 이상한 것, 그래도 글의 주제에 참 걸맞게도 할 것은 해야한다. 내가 도망가면 다른 사람들이 내 몫까지 해야하는 상황이 생겨버리지 않겠는가. 도망가지 않고 꿋꿋하게 하루를 제설로 보내고 가뿐하게 퇴근했는데 또 눈이 온댄다. 그러면 또 아침에 일어나서 걱정하고 조심스레 엑셀레이터를 밟으며 속으로 욕을 하겠지. 연말은 하기 싫은 일들로 수레바퀴 돌듯 똑같은 삶의 반복일지도 모르겠다.


비단 제설뿐일까? 지금 내 나이는 살아온 날들에 겪었던 수 많았던 사건들보다 앞으로 겪을 사건들에 느낄 감정들이 더 많을 것인데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의 문제인 것 같다. 대학생 때 감명깊게 본 영화, <세 얼간이>에서 "마음은 속이기 쉽기 때문에 이렇게 주문을 외우면 돼. '알~ 이즈 웰~'" 그래 하기 싫은 일도 결국 해야할 일이기에 마음부터 속여야겠다. 그렇다고 주문을 대놓고 외우면 좀 그렇고 어디 숨어서 외우는 방향을 모색해봐야겠다. (알~ 이즈 웰~~)




(한번 들어보시지요!)


나카모리 아키나의 두번 째 싱글 소녀A

危険な素敵が、してみたい。(위험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라는, 미성년자가 가지기엔 다소 위험한 캐치프레이즈로 발표한 두번 째 싱글 <소녀A>는 전작이자 데뷔작인 <スローモーション(Slow Motion)>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곡이라 괴리감이 상당하다. 데뷔할 때의 모습은 풋풋하고 청순함 그 자체의 모습과 음악인것과는 달리 두번 째 싱글부터는 과감해졌다. 목소리 톤도 눈빛도 패션도. 이러한 이미지 변신이 대중들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왔는지 이 싱글음반을 기점으로 그녀의 1위 행진이 시작된다.


나카모리 아키나의 두번 째 정규음반 <Variation 변주곡>

하지만 나카모리 아키나 입장에서 이 곡을 녹음하는 과정자체가 순탄하지 않았다. 원래 제목은 <소녀A(16)>이었는데 '16'은 당시 아키나의 나이였고 제목에 붙는 'A'는 아키나의 'A'라는 말을 듣고 "녹음하기 싫어요!"라고 외쳤다고 한다. 하지만 신인가수가 어찌 반항할 수 있겠는가. 결국 딱 한번만 연습삼아 불러보고 실패하면 더이상 녹음하지 않겠다고 한 뒤 그녀는 딱 한번만에 녹음을 끝을 내버린다. 정말 한번에 부른게 맞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잘 불렀다. 반항적인 이미지를 반항하듯 한번에 성공시킨 것!


나카모리 아키나의 첫번 째 미니앨범 Seventeen, 픽쳐디스크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녀의 성공시대가 시작되었다. 마츠다 세이코가 밝은 이미지의 '해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면 나카모리 아키나는 그 반대노선의 '달의 아이돌'로 불렸다. 어쩌면 <소녀A>를 통한 이미지 탈바꿈을 빠르게 시도한 것이 본인에게는 싫었겠지만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알리게 된 서막이었으니 당시 프로듀서의 안목이 탁월한 셈임을 증명했다. 그래서일까 80년대의 일본 최고의 아이돌을 꼽으라고 한다면 마츠다 세이코와 나카모리 아키나는 항상 초반에 언급된다. 물론 그 뒤로 많은 아이돌들이 일본 대중음악계에서 활동을 하였지만 마츠다 세이코와 나카모리 아키나가 항상 '투톱'임은 변함이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답이 없다고요? 결국 답은 제가 찾는 거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