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비틀스도 피아노 칠 줄 알아?!

나중에야 알았다. 그들은 대부분의 악기를 다룬다는 것을. 그리고?

by 좋은음악수집가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Whisper words of wisdom.. Let It Be."


그 어떤 노래 보다도 아름다운 음악, 피아노를 치는 폴 매카트니, 베이스를 치는 존 레논, 기타를 치는 조지 해리슨, 드럼을 치는 링고 스타 그리고 오르간을 치는 빌리 프레스턴(Get Back 녹음세션과 옥상공연까지 참여하였으며 녹음과정 중, 존 레논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앨범에 이름을 넣어주겠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까지 5명이 만들어 내는 음악의 힘에 중학교 1학년의 나는 음악 앞에서 넋을 잃었다.


하지만, 나는 내 현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피아노는 무리라는 것을... 피아노로 뭐 하나 이루어 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에이... 왜 이런 대단한 음악을 하는 팀을 이제야 알았을까... 하는 마음에 노선을 튼 것은 역시 기타였다.


8dc2fb45ac9db6ed879e45a6fa407d2f3ffb78e4v2_hq.jpg 또다시 이 사진을 꺼내게 될 줄이야. 비틀스의 다큐멘터리 <Get Back> 촬영 장면.

비틀스는 열네 살의 나를 송두리 째 바꿔놓았다. 그럴만했지... 학교 마치고 돌아와서 남는 시간에 달래주는 것은 학원 가기 전까지 들을 수 있는 음악뿐 이기도 했고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동생의 음악세계에는 온통 아이돌뿐이었으니.. 아마 이때부터 내가 회개(?) 하기 전 까지는 나의 음악세계에 아이돌은 절대 접근할 수 없었던 시기이기도 했고 동생과 나는 음악을 대하는 방식조차 달랐기에 사이가 약간 틀어지기도 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일이지만 사실 지금도 음악 스타일이 안 맞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알게 된 팀이 있다면 일본의 전설적인 록밴드 'X-Japan'이라는 팀이었는데 이 팀도 어마어마하게 피아노 선율이 참 아름다워서 한동안 함께 빠져 있었는데 어쩌면 이 시기(청소년기)에 형성되는 음악적 취향은 아마 세상에서 내가 없어질 때까지 유지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중학생 때는 기타를 만난 덕분이랄까 적어도 내가 악기를 하는 것에 있어서 핀잔을 주는 사람이 없어서 좋았고 학교를 마치고 뭔가에 열중할 수 있다는 것에 외로워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공부는? 그건 잘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잘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근데 비틀스가 악보를 볼 줄 모른다고?'


비틀스에 열광했던 중학생이 인터넷으로 찾게 된 비틀스의 이야깃거리를 보면서 왠지 모를 희망이 마구 샘솟았다. 분명 많은 악기들을 다룰 줄 알고 폴 매카트니만 해도 비틀스에서 베이스 기타를 주로 다루었지만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는 물론, 드럼을 다루기도 하였고 (The Ballad of John and Yoko) Hey Jude, Let It Be에서는 피아노 연주를 하며 노래를 했으니 그야말로 '먼치킨'인데.. 악보를 볼 줄 모름에도 많은 히트곡들을 발표했다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도 희망을 얻었다. 뭔가 나의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거쳐 빛을 보지 못한 나와는 달리 동생은 꾸준히 피아노를 연마(?)했고 이미 실력이 날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 어렵다는 두꺼운 성경책 뒤편에 자리한 오랜 세월이 흐른 찬송가까지 칠 수 있었고 하기 싫다며 투덜투덜 대면서도 모조리 칠 수 있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지만 이 당시만 해도 나와 동생은 만나면 서로 싸웠기 때문에 각자의 악기를 다룰 때는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때 조금만 더 잘해줬다면 동생이 알려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한낱 치기 어린 중학생의 기타는 정말 오래가는 듯했으나 쉬는 시간을 강제로 가질 수밖에 없었다. 듣는 음악 말고는 악기를 다룰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격동의 고등학교 시절이 성큼 찾아왔기 때문이다. 정말 어느 정도로 버거웠냐면 자고 일어나서 학교로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자야 하는 그런 삶.. '워라밸'이라는 단어는 물론이고 남녀 간의 ''이라는 단어조차 없었던 참으로 칙칙했던 그 순간에 찾아온 한줄기 빛을 여전히 기억하는데....



ef3c45c19a517093d038b79d89fd8ad647f85c0df4c151dc5de2775a314a7e87ecebd81032f8fb32392f6b4a8dc351db2322db1e5ed45811d9b46dd76872dc7624922b0f7719e56cd20e0ad14d5bf509d88eacf9e283c7f3fd65c887d694209a0fc145734ef34.jpg 비틀스의 여섯 번째 정규앨범. 이 음반을 기점으로 비틀스의 '진짜 음악'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eatles - In My Life


우선 이 음반을 먼저 설명을 해야겠다. 비틀스의 여섯 번째 정규 음반이며 이 음반부터 마지막 음반인 <LET IT BE> 이전까지는 모두 비틀스 멤버들의 자작곡으로 채워졌다. 전작 <HELP!>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전작이 포크 스타일을 어느 정도 수용한 수준이라면 <Rubber Soul>은 과감하게 포크록을 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들야들한 느낌의 비틀스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어쩌면 가장 사랑하는 음반이 바로 이 음반 일 것이다. 오죽하면 존 레논 표 포크송인 'Girl'과 폴 매카트니 표 포크송인 'Michelle'이 같은 음반에 수록되어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비틀스의 파워가 현격히 떨어졌다고 하면 큰 오산이다. 1번 트랙인 'Drive My Car'만 들어보아도 폴 매카트니는 작정한 듯이 목소리를 긁어대고 후반부에 나오는 곡인 'I'm Looking Through you'에서도 폴은 상당히 기분이 나쁜 듯 신경질 적이다. 오히려 존 레논의 곡들이 대체적으로 차분한 편이기도..


아무튼! 이 음반에서는 명곡들이 줄기차게 쏟아져 나온다. 그중에서도 'In My Life'는 존 레논이 비틀스 시절 작곡한 곡 중에서도 가장 애착을 가지는 곡 중 한곡이기도 하며 중간에 피아노 소리가 나는 것은 비틀스의 멤버가 아닌 프로듀서였던 조지 마틴(George Martin; 1926 ~ 2016)이 직접 연주하였으며 그는 비틀스 멤버 전원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었고 답례로 기타를 배우기도 하였다. 그 영향인지 존과 폴은 피아노를 통하여 훌륭한 곡들을 많이 만들어 냈고 비틀스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Get Back>에서는 드러머 링고 스타 조차도 즉흥적인 연주를 해내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5. 분명 다른 길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