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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음악수집가 Dec 25. 2021

소년! 기타를 처음 만난 날.

반쪽짜리 음악인이 아닌 반의 반의 반쪽 뮤지션의 삶의 이야기.

Guitar.

기타는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또는 음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필수적인 악기라고 할 수 있다. 혼자서 음악을 하던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노래를 할 때 곁들이면 좋은 악기를 꼽자면 피아노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악기이지 않을까?

하지만 휴대성을 고려한다면 기타는 분명 1위를 차지할 것이다.


기타와 관련된 대중음악도 참 많다.

전설적인 록밴드이자 내 인생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비틀스(1962-1970)의 곡 중에는 'While My Guitar Gently Weeps'라는 곡도 있고 우리나라 가수 송창식은 하나의 이야기 형식으로 담은 '나의 키타 이야기'(1978년 작.)를 부르기도 했고 산울림은 무려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기도 했다!


가끔 기타를 치는 나를 보며 흔히 하는 질문이

"기타를 언제 처음 치셨어요?"인데 그럴 때마다 늘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잡았어요."라고 대답하지만 사실은 거짓말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3년... 그때는 집에서 3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나오는 교회를 다녔었는데 그때 기타를 칠 줄 알던 대학생 형이 있었다. 그때 그 형이 초등학생인 나에게 "기타 한번 배워볼래?"라고 했을 때 그때는 정말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저 악기에 불과했고 심지어 피아노도 바이엘 이상을 떼지 못했고 바이올린도 흐지부지하게 했던 나였기에 악기 자체에 일찌감치 흥미가 없어져 버린 나였기에 당시의 기타는 그저 그런 악기에 불과했다. 그나마 동생은 당시에 피아노를 아주 잘 쳐서 교회에서 찬송가 반주를 할 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처음 배웠던 노래는 CCM곡이었던 '내 입술로'라는 곡이었는데 교회를 좀 다니셨던 분들은 잘 알 것이다. 

"이건 C코드고 G코드는 이렇게 잡아."

나를 가르쳐 주던 형은 정말 친절하게 하나하나 가르쳐 주셨는데 머리로는 코드가 대충 어떻게 넘어가는지 아는데 손가락이 따라와 주지 않았다.

진짜 딱 한번 레슨 받고 흥미가 더 떨어져 버렸다. 하지만 나의 운명이 바뀌는 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4년 중학생이 되고 하교를 하고 학원 가기 전까지는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에는 TV를 봤는데 그때 M.Net이라는 채널을 틀면 정말 패션부터 요란한 형이 시끄러운 목소리로 지나가는 시민을 붙잡으며 


"자기소개 하하하하하한~번!"


그랬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노홍철'이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인터뷰가 끝이 나면 인터뷰한 시민이 원하는 음악(뮤직비디오 형식으로)을 틀어줬는데 그때 그 시민께서 신청한 곡이 나왔다. 그날이 내 인생이 바뀌는 순간! 비틀스(Beatles)의 'Let It Be'가 흘러나온 날이었다.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Whisper words of wisdom Let it be"


반복적이면서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에 얹어지는 폴 매카트니의 목소리와 존 레넌, 조지 해리슨이 쌓는 하모니에 나는 금방 매료되었고 특히 존 레넌이 중간중간에 넣어주는 허밍에 나는 그때 제대로 결심했다.

(물론.. 링고 스타의 드럼은 다른 곡에서 빛을 발한다.)


'기타를 사야겠다. 나는 기타를 쳐야 해!'


당장 어머니가 원장님으로 계시던 어린이집으로 달려갔다. 어머니는 갑자기 들이닥친 아들을 보고 놀라면서 무슨 일이 있냐고 하셨지만 철없는 아들놈이 던진 직구는


"엄마! 기타 한대만 사주세요."


였다. 당연히 반대하셨다.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초등학교 6학년 때 잠시 배운 기타도 전혀 발전 없이 포기했는데 기타를 갑자기 사달라고 하니 어머니가 바라본 아들의 모습은 안 봐도 비디오였으리라...

하지만 내가 모은 돈을 털어서라도 기타를 사고 싶어서 중고 악기 사이트를 샅샅이 뒤져 기타를 가지게 되는데 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이야 유튜브 같은 좋은 사이트에서 '기타 독학'만 쳐도 친절하신 유튜버들이 초보자들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데 그때는 그럴만한 자료가 '이정선의 기타 교실'같은 책밖에 없었다. 코드표를 어떻게든 인터넷으로 찾아내고 내 기타 주법은 비틀스의 공연 영상을 보면서 하나하나 흉내를 내는 게 전부였다. 그때만 해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쟤가 기타를 얼마나 칠까?' 하시면서 서로 내기를 하시진 않으셨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그게 벌써 15년이나 지났다. 



좌측부터 조지 해리슨, 폴 매카트니, 존 레넌 / 존 레넌이 사용하는 악기는 기타처럼 보이지만 사실 베이스 기타다.


이 글을 통해 밝히지만 비틀스의 Let It Be를 보며 존 레넌이 되고 싶었다. 근데 당시 존이 치던 것은 일반적인 기타가 아닌 6현 일렉트릭 베이스 기타였다. 그래도 비틀스에서는 보컬과 리듬기타를 맡았던 사람이니 결론적으로는 방향은 잘 잡은 셈이다. 


처음에 샀던 기타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후 내 손을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나와 함께하는 지금의 기타들은 바라만 봐도 배가 부르다. 비록 비틀스, 존 레넌이 되고 싶다는 꿈은 여전히 이루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만 그래도 나름 자작곡도 가질 수 있는 실력이 되었고 단발적이지만 록밴드를 경험해 봤기에 불평하지 않고 감사한다. 

조금씩 모으고 모은 결과물을 언젠가 세상 밖으로 꺼내야겠다. 물론, 그 시기는 여전히 멀었다.

그래! 언제나 나의 꿈은 2004년! 내가 기타를 쳐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처음 기타를 잡았을 때의 나의 꿈과 똑같고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여러분들에게 물어봅니다.

어때요? 저.. 언젠가 음반을 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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