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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음악수집가 Sep 17. 2022

그리고 당신은 가을로 변했어요.

타케우치 마리야 - September

들으시며 시작하시죠 :)
 '빠바밤 빰빰빰 (띠리리리) 빠바밤 빰빰빰 (띠리리리)'


 그래! 도입부 만으로도 설레고 기분이 좋고 다 좋다. 딱 9월을 제외한 달에는 어떻게든 듣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다가 9월 1일이 되는 순간부터 9월을 마치는 날까지 지겹도록 듣는다. 그러다 보면 9월은 이미 내 곁을 도망가고 없을 정도로 시간은 빠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달이 있다. 나는 1월과 4월 그리고 9월을 가장 좋아한다. 1월은 내가 태어난 날이 있기 때문이고 4월은 1년 중에서 가장 바쁜 달이며 9월에는 좋아하는 두 곡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곡의 제목은 바로 <September>. 9월에 맞는, 제목조차 ‘9월’이다. 여름이 서서히 지나고 있음을 아직도 지나가지 못한 더위가 남아있는 9월이지만 덥다는 느낌보다는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4월을 좋아하는 이유도 따뜻함이 있기 때문이지) 


 제대로 된 가을을 느낄 수 있을 때는 밖에서 외근업무를 할 때다. 사실 외근업무를 나가게 되면 4계절을 오롯이 차창 너머로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봄이 오면 꽃들이 개화를 하기 시작하고 여름이면 에어컨 바람을 느끼며 따가운 햇살에 푸르게 자라는 생명을 보기도 하며 비가 오면 그 축 처지는 느낌조차 좋다. 가을에는 노랗게 변하고 하나 둘 떨어지는 낙엽에 나의 감성을 주입하기도 하고 겨울에는 모든 것이 떨어져 눈까지 뒤덮으면 천천히 운전하여 위험을 줄이고 하얀 눈에 바퀴 자국을 남긴다. 어쩌면 외근업무가 나에게는 조금의 ‘낭만’을 주는 것 같아 조금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1979년에 나온 타케우치 마리야의 <September> 7인치, B면은  涙のワンサイデッド・ラヴ(눈물의 원사이디드 러브)


 (이제는 언급하기도 지긋지긋한) 코로나19가 일상에 방해가 되는 수준을 넘어서 바깥으로 외출하는 것조차 일하는 것에 민폐가 될 때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흔히 ‘집돌이(혹은 집순이)’라 하여 집에서 활동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집은 오로지 휴식을 위한 공간이라 생각하고 밖에서 나가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코로나19가 정말 달갑지 않았고 매우 힘든 시간임은 분명했다. 분명 빠른 시간 내로 끝이 나리라 언론에서는 주야장천 떠들어 댔지만 언론은 믿을 것이 못 되었고 전문가들도 믿을 수 없고 내 옆에 앉은 사람이 안전하다는 보장을 못하니 퇴근 후에 할 수 있는 것은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뿐이었다. 


 사실 퇴근 후 몰려오는 지독한 외로움을 이기기 위한 몸부림이 분명했다. 바깥을 나갔다가 들어오는 것은 다음날 출근 후 마주치는 동료들에게 민폐가 될 확률이 높기도 했고 야속하게도 약속도 썸도 허락지 않던 시기... 그리고 가을만 세 번 맞이했고 매번 9월마다 이 노래를 들었다. 정말 지겹도록... 그래도 코로나19에 한 번은 걸렸으니 이제 조금은 여유를 가져도 되려나요? 아님 말고요...


 뭐 언젠가 우연찮게 이 곡을 듣게 된다면 흐뭇해하거나 다시 풀이 죽을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또 새로운 9월이 왔다는 뜻이 아닐까? 그래! 더위는 갔으니 나의 마음도 어느새 풍성해질 것 같은 가을로 변해간다. 딱 추워지기 직전까지만!




타케우치 마리야의 <September> 7인치의 피지컬, 왼쪽 하단에 적혀있는 600엔은 당시의 음반 가격!

 

 살아감에 있어서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다가 고민 없이 살아가는 것만큼 재미없는 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요즘이다. 타케우치 마리야에게도 많은 고민이 없었다고 하면 아마 거짓말일 것이다. 당시 RCA레이블 소속이었던 타케우치 마리야는 소속사에서 원하는 음악프로그램을 포함한 TV쇼에 자주 나가야 하는 아이돌이냐 오로지 본인의 방식으로 음악적으로 승부하는 뮤지션이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데뷔 이후 활발하게 활동하며 자신만의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아 올리면서도 그 고민은 점점 심해져갔다.


 <아이돌 vs 뮤지션>에서 갈등하는 타케우치 마리야에게 운명적인 사람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사람은 훗날 남편이 되는 '야마시타 타츠로'였고 야마시타 타츠로는 그녀가 뮤지션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많은 지지를 해주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신념이 틀렸다고 생각할 수 있을 때 누군가가 마음을 다해 지지해준다면 그것만큼 큰 힘이 없을 것 같다. 뮤지션의 길을 오롯이 걷고 있던 1984년, 엄청난 명반으로 보답하게 되는데 이 음반은 따로 이야기를 하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이 작품은 일본 음악 잡지 <Record Collector's Magazine 6월호>에 실린 '70년대 시티팝 100작품'에서 17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September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명곡 <不思議なピーチパイ>(신기한 피치파이)도 이 음반에서 함께 들을 수 있다! (1980년 발매)

 여담으로 위에 있는 7인치 싱글을 사서 듣는 것도 좋지만 정규 음반에는 바로 위에 있는 <Love Songs>에도 September를 들을 수 있다. 버전이 약간 다른데 싱글 버전에서 나오지 않는 도입부의 아카펠라가 정규 음반에는 짤막하게 나오니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쏠쏠할 것이다.


  음반을 구입할 때의 팁은 없지만... Obi(보통 LP에 붙어있는 띠지, 주로 일본 음반에 붙어있다.)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냥 구입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동봉된 포스터가 있다면 가격은 배로 뛴다고 하니 참고하자. 내가 중고로 산 저 음반에는 다행히(?) 가사지까지 제대로 들어있었다. 9월이 끝나면 다시 수납장으로 들어가서 1년 동안 꺼내지 않을 것이니 지금이라도 많이 들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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