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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음악수집가 Nov 05. 2022

아픔이 다가와도 힘껏 웃고 기가 살아야 해

김흥국 - 레게의 神

"요새 웃을 일이 없다."

 이런 말을 누군가에게서 자주 듣거나 아주 가끔씩 내가 타인에게 내뱉곤 한다. 사실 나는, 모임에 나가면 주로 웃기는 포지션일 뿐 웃는 포지션이 아니다. 웃기는 포지션은 사실 집안 내력이다. 가족들이 각자 모임에 나가면 제일 많이 웃기는 사람들이 된다. 하지만 모임에서 웃기는 사람 네 사람이 어쩌다 한 곳에 모일 때면 그리 웃기지 않는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유쾌하다, 긍정적이다, 웃기다' 이 세 가지를 에서 가장 많이 듣는다. 오죽하면 나의 좌우명은 '내가 웃어야 타인이 즐겁다.'인데 놀랍게도(이 글을 읽는 사람이 경악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출근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보면 에너지가 솟아나고 그 에너지를 잘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오죽하면 체육대회가 열리면 그날 하루의 나의 목소리는 응원과 MC를 하면서 갈아(?) 버려야 뭔가 제대로 해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하면 며칠은 그 기운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매일매일 활력을 뿜어내어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면 좋겠지만 가끔씩 무너지는 경우가 생긴다. 보통 사람이 '무너진다.'라는 표현을 신체적인 무너짐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고 정신적인 무너짐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는 전자를 두고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코로나19를 겪었을 때도 몸 어딘가 고장이 난 느낌이었는데 최근에는 감기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그렇게 기대하는 점심시간을 제쳐두고 점심시간 내내 잠만 잤는데도 몸이 회복되지 않았다. 약을 안 먹은 탓도 있겠지만 환절기에 면역력이 떨어진 것도 한몫했을 것이며 그동안 제대로 하지 않은 운동을 해보겠답시고 새벽부터 뛴 것도 감기를 맞이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나왔다. 제목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제목만 기억할 뿐 읽지는 않았는데 한번 아플 때 심하게 아파서 '겔겔'거리는 내가, 아플 때마다 느끼는 것은 아프니까 그냥 아픈 거다. 결국 치유되는 것은 '시간', 시간이 약인 셈이지. 아픈 청춘은 아무 잘못 없다.




 감기 몸살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컨디션이 평소보다 더 좋은 날이 며칠간 지속이 된다. 언젠가 나의 어머니께서 내가 중요한 일을 한 달여 정도 남기고 있던 시기에 감기몸살로 심하게 앓고 있을 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지금 아픈 게 좋다. 막상 당일날 가서 아픈 것보다 지금 아프면 그때 가서 안 아프지."

맞는 말씀이시다. 중요한 일정을 하루 이틀 남겨두고 아프면 유감이지만 오래 남았다면 (약 한 달 정도?) 회복기에 맞출 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은 회복기가 아닐까? 딱히 요즘 스케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일에는 출근을 늘 해야 하니 매 순간이 어쩌면 중요할지 모른다. 그래서 회복을 하고 있는 요즘은 일상이 참 중요하다.



그래도 웃으며 산다.


 여전히 웃기는 포지션을 고수하고 있고 타인을 웃기며 나도 웃는다. 글을 쓰는 2주의 시간 동안 어느 정도 회복은 되었지만 입술이 말썽이다. 그래서 요 며칠을 잠을 설쳤다. 보통은 머리가 아프거나 몸 어딘가가 아파서 잠을 설치는데 입술이 아파서 잠을 설쳤다. 날이 추워진 것도 한몫했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것도 이제 다 나아간다.


날이 추워지는데 뉴스에서는 좋지 않은 뉴스들이 연일 나오고 있다. 이태원에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세상을 떠났고 북한은 눈치 없이 국가 애도기간에 도발을 해오고 있으니 희망적으로 살아가야 할 청년들이 웃음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웃으며 살겠다는 다짐을 한다. 나를 위한 것도 있고 타인을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으니까 그 속에서 기껏해야 100년을 살까 말까 한 인생에서 조금은 더 웃어보도록, 웃겨보도록 해야겠다. 코로나 바이러스보다는 역시 해피 바이러스가 으뜸이다.




김흥국이 1994년에 발표한 <Last Reggae> 레게와 연관성이 없는 아랍풍의 복장과 김흥국을 상징하는 축구공, 모든 것이 맞지 않는다. 대충 컴퓨터로 쓴 이름과 기울임까지


 <레게의 神>을 만난 것은 소규모로 열렸던 레코드 페어였다. 2017년 겨울이었고 김흥국의 음반이 10인치 이닐로 나온다는 것까지만 알았는데 실물로 보았을 때, '이걸 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사는 사람이 나였다. 당시 신품 가격이 3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었는데 LP를 판매하던 지인께서 나에게 조심스레 다가오시더니 "2만원에 줄 테니 가져가."라는 유혹에 제대로 넘어갔다. 부담 없는 가격이니 낼름 샀다. 진정한 레게의 신을 영접하는 순간이었다.


정말이지 미워할 수 없는 사람. 그 이름 김흥국 ; 레게의 신


레게의 神<흔들흔들>, <호랑나비>, <59년 왕십리> 라는 히트곡을 남긴 김흥국의 실험정신이 대단히 돋보이는 그렇다고 달랑 한두 곡만 레게음악으로 꾸민 것이 아닌 아예 레게로 점철된 음반이다. 처음에 이 음반이 나왔을 때, 위에 언급하였지만 '많은 의문이 들었을 정도'로 손이 가지 않았던 음반이다. 인간 김흥국은 보수적이지만 그의 음악성만큼은 대단히 진보적임을 알 수 있는 음반이기도 하다.


원래는 <Last Reggae>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으며 해당 음반에 수록된 곡 중 이장희의 곡 <그건 너>가 연주곡으로 수록되어 있었으나 재발매가 된 음반에서는 삭제되었다. 만약 연주곡이 아닌 김흥국의 보컬이 들어갔다면 정말 레게의 정점을 찍었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감히 해본다.


<레게의 神>의 자켓 뒷면, 막상 나왔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몇 수 앞을 내다보신 비트볼 레코드에게 무한한 영광을!

첫 번째 곡과 마지막 곡은 이 음반의 가장 핵심적인 음악, 알파와 오메가라 할 수 있는 <레게파티>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아. 꿈에서 현실은 멀지 않아.

늦었다 생각하면 기회는 달아나지. 지금부터 시작이야 처음처럼.


첫 가사부터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이를 향한 가사라 그런지 묵직하다. 그래도 힘들어하는 청춘들을 레게 파티에 초대하여 위로하고자 외우는 주문 "기살어"는 듣는 이에게 묘한 희망과 유쾌함을 동시에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러하였으니까!


그리고 이 곡의 랩을 맡은 사람은 지금은 예능에서 '궁상민'이라는 캐릭터로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지만 당시에는 룰라로 데뷔하기 전, 완전 무명시절의 '이상민'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그건 너>를 제외한 레게의 신에 담겨있는 모든 곡을 올려주셨다. 전곡을 정주행 해보자!


이런 명반이 나오자마자 품절이 되지 않고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품절이 되었다. 처음에 샀을 때 '이 음반을 기획한 비트볼 레코드는 제정신인가?'라는 나의 생각은 시간이 지나며 아주 잘못된 생각임을 깨달았고 4.19 혁명을 의미하는 듯한 419장은 보수적인 김흥국의 진보적인 음악세계를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해도 무방할 듯. 그게 곧 '김흥국', 종횡무진이라는 단어와 가장 어울리는 그의 모습이다. 예상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음악적 변신도 김흥국이니까 이해가 된다. 만약 좋은음악수집가가 갑자기 '띠부띠부씰수집가' 가 된다고 하면 사람들이 이해해 줄까? 그건 사실 나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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