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음악수집가 Dec 24. 2022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삼겹살?! OK!

하찌 - 삼겹살 OK

 나는 가리는 음식이 딱히 없다. '반찬투정'이라는 단어를 어릴 때 읽었던 교육용 만화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어린이 주인공이 "햄이 하나도 없네?"라는 말을 꺼내고 그 집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해지는 장면을 보면서 반찬투정은 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깨달았는데.. 그러기에는 우리 집의 식탁은 맛있는 반찬이 가득하지는 않아도 훌륭했다. 물론 내가 독립하기 전까지!


근데 유일하게 내가 안 먹는 음식은 '오이냉국'이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은 "오이를 싫어하세요?"가 높은 확률로 날아오는데 늘 똑같은 대답으로 "아뇨... 오이도 좋아하고 냉국도 좋아하는데 그 두 개를 합친걸 안 먹어요."라고 말한다. 다소 뚱딴지같은 대답이지만 정말 그 두 개를 합친 오이냉국은 입에 거의 대지 않는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근데 안 먹는 거지 절대 못 먹는 건 아니다. 오해하지 말자!




 한국인의 소울푸드는 굉장히 많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각자의 소울푸드가 있다. 보통의 사람들의 소울푸드는 제육볶음, 돈가스 그리고 국밥이 있다고 한다. 무조건 공감한다.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과 혼자서 식당에서 먹어도 부담이 없는 장점이 있다. 그에 반해 오늘 이야기할 삼겹살은 혼자서 구워 먹기에는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다. 식당에서 혼자 구워 먹으려면 마치 혼자 식사를 하는 것에 달관한 자세를 취해야 할 것 같고 집에서 혼자 먹기에도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울푸드 3 대장을 뒤로한 부동의 1위를 삼겹살로 한 이유는 삼겹살에 담긴 추억이 다른 음식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나의 집안의 구성원 자체가 고기 러버(Lover)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우리 아버지는 자칭 '기록의 사나이'라고 하실 정도로 계산을 하고 나오기 전 사장님이 "기록이십니다."라는 말을 숱하게 들었던 대식가인 데다가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와 내가 채식을 위해 외식을 한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는 것, 부자끼리 삼겹살을 먹기 시작하면 이야기 꽃을 피우는 시간이 고기를 굽기 시작하기 전과 고기를 다 먹고 난 소강상태뿐이라는 것, 진정한 고기러버에게서 고기러버 태어난 것이 확실하다.


내가 친구를 만날 때도 제일 만만한 게 삼겹살이고 선, 후배들과 식사를 할 때도 제일 만만한 게 삼겹살이다. 목살은 안된다. 낄자리가 없다. 나는 오로지 삼겹살이다. 회식을 할 때 메뉴가 생각나지 않을 때도 삼겹살을 이길만 한 메뉴가 있을까? 거기 소고기를 생각한 당신! 만약 당신이 사는 것이라면 저도 끼워주세요!




생삼겹살도 좋지만 주머니 사정은 다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냉동삼겹살도 좋다. 둘이서 배불리 먹어도 4만 원 이하로 나오니 회식으로는 정말 으뜸인 삼겹살. 더군다나 나는 술을 먹지 않기 때문에 오롯이 삼겹살에만 집중할 수 있다. 쌈장에 찍은 후 따뜻한 공깃밥에 한 숟갈 넣으면 그게 진정한 행복이고 천국이다. 아직 혼자서는 고기를 구워 먹은 적은 없지만 정말 추운 날 밖을 돌아다니다 인적 드문 고깃집이 있으면 꼭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는 생각만 있을 뿐, 아직은 두 명 이상이 움직여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얼마 전 지인과 함께 삼겹살을 먹으러 갔을 때 나의 계산법에 상대방이 심히 당황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분명 두 명인데 나는 이렇게 외쳤다.


"이모~ 여기 냉삼(냉동삼겹살) 5인분이요~"


5인분으로 끝이 나느냐? 그건 절대 아니다. 3인분을 더 시키고 볶음밥까지 먹었을 때 상대방의 표정을 지금도 기억한다. '저 사람은 먹기 위해 태어난 게 분명해..' 하던 그 눈빛을. 아니 뭐,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겠나!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곧 인류의 시작과 동시에 생겨난 인생인 것을... 물론 삼겹살과 함께라면 더욱! 약속이나 또 잡아봐야겠다. 또 삼겹살을 먹는 날이라면 그것만큼 행복한 시간이 또 있겠는가! 모르는 사람도 좋습니다. 저에게 삼겹살을 먹자고 제안해 주세요. 날이야 언젠가 잡으면 되니까요. 왜 사냐건 먹지요.




(아래는 뮤직비디오! 특별출연이 무려 코미디언 전유성!)



하찌(본명 : 카스가 히로후미 春日博文) 형님은 아직까지 영상으로 밖에 못 봤다. 아주 가끔씩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안부를 전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뵌 적은 없다. 분명한 것은 일본에서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라는 것과 한국을 사랑하시는 아티스트라는 것이다. 1972년 カルメン・マキ & OZ(카르멘 마키 앤 오즈)에 가입한 후 1975년 1집 <カルメン・マキ & OZ>로 데뷔하였으며 이후 RC Succession(여기서는 드러머였다!) 등의 밴드에서 활동하다가 도쿄비빔밥클럽으로 활동, 우리나라에서는 하찌와 TJ, 하찌와 애리 등의 그룹을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이번 음악은 아쉽게도 CD로 나오지 않은 디지털 싱글로 발매되었다. 직접 메시지를 보내고 답변이 생각보다 빨리 왔는데 당시에 CD로 낼 여력이 되지 않아서 디지털 싱글로 발매하였다는 답을 받았으니 그걸로 끝! 나중에 꼭 삼겹살로 식사대접을 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Code Name. <병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