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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음악수집가 Jul 29. 2023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 part 2. (달리기)

Nujabes - reflection eternal (2005)

"아니! 무슨 연속으로 또 보내?????!!! 또 가라고??"


 사실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아니지... 반대로 생각하면 말이 되는 것이다. 경력자 우대라는 말이 정확할 수 있겠다. 엉망진창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지만 2월이 지나면서 추운 날씨는 조금 풀리기 시작했고 운동에 조금 더 박차를 가하여 다시 대전에서 기록을 단축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위기는 기회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하지만 2월의 입장과는 조금 달랐다. 2월에 뛸 수 있었던 시간은 어둑어둑한 시간이었다면 이번에는 해가 여전히 떠있는 오후에 뛸 수 있었다. 그렇다. 나는 야간조였다. 날도 조금씩 풀리니 따뜻함을 약간 머금은 3월은 뛰기에 충분했다. 어느 정도 헬스를 했으니 다시 유산소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 단, 그냥 뛰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새로운 운동을 추가해 줄 수밖에 없었다.


"같이 뛰십니까?"


동반자가 생겼다. 그래, 혼자서 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 뛰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래서 제안을 했다.


팔 굽혀 펴기 20회 5세트

달리기 5km

윗몸일으키기 20회 5세트

맨몸 스쾃 20회 5세트


"어때? 이 정도면 할만하지?"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정말 컨디션이 허락하지 않는 날과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하기로 약속한 나와 후배는 마침 숙소도 같은 방을 썼다. 본격적인 짧은 대전에서의 두 번째 운동하는 삶이 시작되었다.




 일단 야간조의 부작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내가 전부 떠안아야 했다.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일하고 돌아와서 잠을 잔 후 오후 2~3시에 일어나서 운동을 시작한다고 하면 나는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계속 피로가 쌓인다는 것,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나는 아직 혈기가 왕성하니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기 싫으면 안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해야 했다. 부대에서는 몸을 가꾸는 전우들이 있기 때문에 나도 동참하리라는 마음뿐.


그렇게 뛰기 시작했다. 물론 팔 굽혀 펴기가 선행되어야 했고 팔 굽혀 펴기가 끝나는 대로 숙소부터 병원까지의 거리는 약 2.5km, 왕복이니 5km. 정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겠지만 나는 달려야 했다. 2월의 최고기록은 29분, 나는 그것보다 조금 더 빨리 달려야 했다.


그날그날 컨디션이 받쳐주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다가 조금씩 속도가 나면 기분이 좋았고 속도가 나지 않는 날이면 뛰는 내내 짜증이 났다. 교육을 받던 시절에 교관님은 "뛰다가 지치면 아예 욕을 해라! 그러면 속도 올라간다!"라고 하셨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그 시간에는 뛰는 사람이 참 많았기 때문에....


"선배님 진짜 대단하십니다."

"왜?"

"어떻게 매일 뛰십니까?"

"네가 뛰니까"


사실 대답할 힘이 없었다. 길게 말할 이유도 없었고 그 후배는 나보다도 잘 뛰었고 체력도 나보다 뛰어났으니 나에겐 선생님이나 다름없다. 선생님이 하니까 학생도 하는 것. 출장지에서의 나의 삶은 단순함 그 자체였다. 이 시기에 정말 다행인 것은 내가 글을 많이 써놓고 갔기 때문에 마감일도 잘 지켜낼 수 있었다.



"오? 살이 좀 빠진 것 같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들은 말이다. 하긴 매일 뛰고 먹는 것도 규칙적으로 먹고 철저히 제한된 식사를 했으니 그럴 수밖에. 타인을 통해 살이 빠진 것 같다는 말을 들으니 기뻤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그 당시의 내가 그것을 못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3주의 시간을 달리기, 팔 굽혀 펴기, 윗몸일으키기 (군대 3대 운동) 그리고 맨몸 스쾃을 식단과 함께 병행하면서 살이 좀 빠졌다는 소리도 들었다. 다시 돌아온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운동에 재미를 붙일 수 있겠다는 생각과 헬스장이 그리운 생각뿐이었다. 이제는 박차를 가해야 할 때 벌써 1분기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1월 1일의 결과는 전편에 올려놓았다. 몸무게만 봐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화면을 누르면 음악과 연결이 됩니다!



'천재는 빨리 죽는다.'는 말은 수많은 아티스트를 거쳐갔고 내가 누자베스를 알았을 때는 이미 세상을 떠난 지 한참 후였다. 당시 대전에서 함께 했던 후배 중 한 명이 내게 "누자베스 아십니까?"라고 하였고 그 당시 그 친구가 내게 알려준 곡은 <Aruarian Dance>였다. 재즈 힙합과의 첫 만남은 그리 강렬하지 않았지만 덕분에 누자베스라는 아티스트에 빠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글을 꾸며주는 곡은 누자베스의 명반으로 꼽히는 2집 <Modal Soul>에 수록된 곡이다. 가끔 혼자 뛰어야 하는 경우가 생겼었다. 스피드를 못 맞추거나 후배가 중간에 깨지 못하면 혼자 뛰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지겨울 법 한데 5km 되는 거리를 뛰기 위해 다른 음반도 아닌 누자베스의 2집을 틀었다. 그러면 1번 트랙부터 7번 트랙까지 들으면 나의 달리기가 끝난다.


근데 중요한 건 5km 이상을 뛰지 않다 보니 8번부터 14번 트랙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것. 아쉽지만 이 글에 있는 음악은 3번 트랙이다. 음악에 맞춰 발을 맞추다 보면 어느샌가 호흡을 가다듬고 굳어있던 다리가 조금씩 풀리면서 본격적인 러닝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킬로미터 당 5~6분 페이스라면 누자베스의 2집은 아주 훌륭한 음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대전에서 그 음반만 지겹도록 들으며 나의 체지방을 태웠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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