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소설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서리 Jan 04. 2023

비행#6

한 타일공의 이야기

오늘은 나보다 2개월은 늦게 들어온 동료가 임금 인상을 받았다. 이 사람이 타일 시공에 능숙한 기술자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타고나기를 손이 빠르고 꼼꼼한 사람이었다. 이 동료는 평소 다른 동료들과 관계도 좋았기에, 다들 이 동료를 축하하기 위해 일을 마치고 회식을 간다고 했다. 나는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빠졌다. 아무도 붙잡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웠다.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억지로 눈을 감으며 잠을 청했다. 


오늘은 호숫가에 있었다. 호수 옆을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빨리 달리려 해도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물가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나는 거북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 토끼 한 마리가 뛰어왔다. 임금 인상을 받은 동료의 목소리로 말했다. 

“달리기 시합 어때? 여기에서 출발해서 숲의 끝까지 먼저 가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내가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토끼는 준비 자세를 잡았다. 나도 얼결에 출발선에 섰다. 토끼가 소리쳤다. 

“준비, 시작!”

그러고 토끼는 아주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자신 있게 달려가는 발걸음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삐끗하지도 넘어지지도 않으며 아주 열심히 뛰어갔다. 나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내 몸은 무겁게 느릿느릿 움직였다. 조금만 빨리 움직이려고 하면 이내 삐끗해 숲길에 붙어 있는 타일을 내 등껍질로 깨뜨리고 말았다. 토끼는 쉬지도 않고 꾸준히 달려 어느새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계속 걸었다. 그러나 토끼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실수로 넘어지면 깨진 타일 틈에 낀 내 등껍질을 빼내느라 낑낑거려야 했다. 토끼가 숲의 끝에 도달한 듯 신나게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나는 낙담해 더욱 느릿느릿 걸었다. 앞으로 가는 것이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번뜩 잠에서 깼다. 아직도 내 등에 등껍질이 붙어 있는 듯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제대로 잠들지 못한 몸이 무거워 느릿느릿 움직였다. 매일 아침 느릿느릿 움직이는 모습이 꿈속에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 중 일부 인용

*위 이야기는 가상의 인물에 관한 소설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행#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