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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오리 Jan 30. 2021

매혹됨에 매혹되다

<혼자가 되는 책들> by 최원호 (북노마드, 2016) 서평

알라딘 예술서적 MD로 일하면서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예술서적 서평을 연재하던 최원호 작가는 그의 칼럼들을 모아 <혼자가 되는 책들>(북노마드, 2016)을 펴냈다. 인문사회서적과 달리 예술서적에 대한 서평은 흔치않다. ‘왜 많은 인문사회과학 애호가들은 그 많은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의 예술에 이토록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p.149) 책에 실린 한 에피소드처럼, 꽤 유명한 인문학 애호가들 조차 종종 스스로 인정하는 예술에 대한 무관심은 예술 MD로 일하는 저자에게 큰 장벽이자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흔치않은 내용으로 책까지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덕력’이다. 무언가에 대한 사랑은 우리를 멀리 갈수 있게 해 주는 힘이 된다. 작가는 음악, 미술, 소설, 사진,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책을 읽음으로서 무엇을 새로이 발견’할 수 있는지 몸소 보여준다. 


‘비평은 신뢰가 아니라 의심과 걱정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며, 비평 언어는 질문에 접근하기 위한 도구로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한다.’(p.46) 저자는 책을 추천하면서 일방적인 정보만을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의 인생을 돌아보며 어떤 삶을 살아왔고 뭘 하고 싶고 뭘 두려워하는지 아는게 먼저라고 말한다. 그는 열쇠를 쥐어주고 독자 스스로가 그 문을 열고 들어가게끔 만든다. 크게 4장으로 나뉘어진 챕터는 문을 두드리는 마음, 문이 서있는 곳, 문을 열고 들어간 사람들, 문과 바깥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문을 들어가서 나오면 다시 새로운 문이 등장하는 순환구조다. ‘감식안은 지성만으로는 원활히 작동하지 못한다. 늘 더 많은 경험과 자극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감식안이 키워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 속에 숨겨진 의미를 알게 되면 세상은 그 사람에게 또다른 문을 열어 보인다.’(p.307)


책에 녹여낸 작가의 경험과 서사는 건조할 수 있는 서평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사진을 전공한 작가가 사진찍기를 그만둔 후 다시 카메라를 잡기 시작했을 때 만나게 된 타인의 내면 풍경은 ’사진과 인생사이의 비밀스러운 연결을 학습시킬수 있는 책’을 찾게끔 한다. (<내 사진을 찍고 싶어요>) 대학 신입생 시절 농활에서 동네 고등학생에게 받은 고백은 생빅투아르 산을 그린 세잔의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인 합의가 아닌, 각자의 내면이 추구하는 꿈으로서의 예술에 대한 책으로 연결되는 식이다. (<우연한 걸작>) 


작가의 ‘덕력’은 보편성과는 거리가 있다. 교양이나 지식의 습득이 아닌, 자신만의 보물을 발견하라는 작가의 서문에서처럼 혼자되기를 두려워 하지 말라는 다정한 메시지가 책을 관통한다. 독자는 소개되는 책을 통해 다양한 취향의 세계를 발견 할 수 있으며 한발 더 나아가 무언가에 매혹된다는 것이 어떤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밀고 감으로서 멀리 떠난다. 모두 언젠가는 혼자가 될 것이다.’(p.26) 좋아하는 것에 대한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은 매혹의 황홀함을 독자에게 일깨운다. 혼자됨에 두려움 없이 있을 수 있는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 좋아하는 것을 가진 사람은 힘이 있고 빛이 난다. 저자의 다음 책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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