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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오리 Sep 16. 2021

언어를 통한 낯설게 보기

서평 <여행하는 말들> by 다와다 요코(돌베개,2018)

언어는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도구로서 공기처럼 존재하기 때문에 문자 자체의 의미와 소리가 생경하면서도 분명하게 인식되는 경험은 흔치 않다. 2021년 볼로냐 도서전 라가치상을 수상한 한국 그림책인 <모모모모모>(밤코 작, 향출판사, 2019)는 ‘모모모모모’, ‘내기내기내기’, ‘벼피벼피벼피’, ‘피뽑피뽑피뽑’등 5~6개의 글자로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벼가 모내기에서 쌀이 되는 과정까지를 보여준다. 글자 자체의 소리와 모양으로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유추하게 하면서 동시에 입말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이런 느낌은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성대의 쓰임으로 언어의 존재를 실감하게 해 준다. 언어를 낯설게 하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이러한 체험은 다와다 요코(1960~)의 <여행하는 말들-모어 바깥으로 떠나는 여행>(돌베개,2018)을 통해서도 경험할 수 있다.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 러시아 문학과를 졸업한 다와다 요코는  독일로 이주해 독문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차례로 받았다. 대학 재학 중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독일로 건너가는데, 시간을 두고 공간을 너머 다른 세계의 다른 언어를 마주하게 된 경험은 다와다의 문학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독일어와 일본어로 책을 펴내기도 하는 등 이중 언어 사용자로서의 정체성은 언어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세계와의 관계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고찰하게 만든다.     


엑소포니, 모어 바깥으로 나간 상태 일반, 또는 모어가 아닌 언어로 쓴 문학을 말한다. 다와다 요코는 ‘모어에서 한 발짝 떨어져 외국어를 통해 자기를 다시 발견하고 인간관계를 다시 생각하고 세계사를 다시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썼다고 서문에서 밝힌다. 독일어와 일본어로 저술활동을 해 온 저자는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 전 세계를 오가며 수많은 낭독회와 강연을 가지고 여러 작가들과 만나 소통하며 모어 바깥에서 다른 언어를 통해 언어 자체를 공감각적으로 체험한다. 저자의 시선은 언어를 매개로 외국어 공부의 의미, 다언어 사회의 가능성, 음악을 통한 언어의 재발견, 번역문학의 중요성 등 다양한 주제에 머문다.     


‘나는 많은 언어를 학습하는 것 자체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 언어 자체보다 두 언어 사이의 좁은 공간이 중요하다. 나는 A어로도 B어로도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A어와 B어 사이에서 시적 계곡을 발견해 떨어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p.52) 다와다 요코는 독일어를 통해 모어인 일본어 뿐 아니라 언어 자체를 낯설게 보고 나아가 사회와 세계에 대한 통찰을 시도한다.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자각 없이 모어로 생각하고 말하고 읽고 쓰는 행위는 어쩌면 관성에 의한 성찰없는 행위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모어 바깥에서 언어와 언어 사이를 가로지르는 모험’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작가는 말한다.       


 수단으로서의 언어가 아니라 그 자체의 존재를 감각하는 것은 새로운 자극이 아닐 수 없다. ‘외국어 공부는 새로운 자기를 만드는 일, 미지의 자기를 발견하는 일이다.’(p.208) 언어, 특히 모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 사회적 금기의 경계 안으로 포섭된다는 것 까지를 의미하지만 외국어는 그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니 자유로운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눈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여행은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좀 더 나아진 내가 되기 위한 방법중의 하나다. 다와다 요코의 ‘모어 바깥으로 떠나는 여행’으로 언어의 낯선 측면을 경험해 보고 나와 세계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로서의 감각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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