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광 Oct 11. 2023

면도

기약 없는 날이 다가왔다.


미루고 미룬 날이 다가 올 수록 

너나 할 것 없이 자기가 아프다고 징징이다. 


빗으로 다듬기도

물을 묻혀 가다듬어 봐도

미운털은 미운털이다.


가세를 들었다.


초점을 마추기 쉬운듯 보여도

안쪽일까

바깥쪽일까


이내 짜증스런 마음으로

가위를 세로로 접어든다.


쑤컹쑤컹 잘리는 털이

내 머리털 보다 길다.


시원하다.


우울하다.


그 쳇바퀴가 아직도 돌도 돈다.


짧아진 털을 보아하니

더는 미룰 수가 없다.


떠날 건 떠나 보내고

밀어 없앨 건 밀어 없앨 일이다.


끈적하게 추근덕 거리는 마음을

이젠 보내야할 일인가 보다.


도삭하는 마음으로

자를 건 자를 일인가 보다.

작가의 이전글 파이란白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