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타래 Sep 07. 2019

후배들을 진짜 성장시키는 방법

후배 : 형은 확실히 장교 출신이 맞는 거 같아요.
나 : 응? 왜?
후배 : 누구 하나 포기 안 하고 같이 끌고 가려고 하는 거 같아요

약 한 달 전 오후 근무를 마치고 퇴근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같이 근무하는 후배와 나눈 대화이다. 나는 육군 중위로 전역한 장교 출신이다. 자발적으로 ROTC에 지원하였고 후보생 2년과 4번의 입영훈련, 2년 4개월이란 시간 동안 장교로 근무하면서 자부심을 가질 법하지만, 사실 나는 장교 출신이라는 게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이 날은 장교였다는 게 뿌듯했다.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장교 출신은 어때야 하나요?


취업을 하고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은 "장교 출신 아닌 거 같다."이다. 중위로 전역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인데, 그 이유는 내 성격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장교는 활발하고 사람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으며 큰 목소리와 건장한 체격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난 반대다. 내향적이고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호리호리한 편이고 목소리도 작은 편이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이미지와 달라서 실망감을 주는 기분이었고, 그때마다 이런 사람도 있다는 걸 설명하기 싫어서 보직을 물어볼 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었다. 특히 이전 직장에서 팀장님이 한 달에 한번 정돈 꼭 저런 말씀을 하셨다. 전형적인 장교의 이미지를 기대하셨나 보다.



사람의 재능은 다 다르다.


<평균의 종말>은 평균의 잘못된 사용이 우리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올바른 사용법과 평균의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개개인학이라는 대안 중 들쭉날쭉의 원칙이 있다. 


개개인성의 첫 번째 원칙인 들쭉날쭉의 원칙이 부각된다. 이 원칙에서는 일차원적인 사고를 통해서는 복잡한 데다 '균일하지 않고 들쭉날쭉한' 뭔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관점을 취한다.

- <평균의 종말> 126 페이지


직장인들에게 들어보면 '공부 머리'와 '일 머리'는 따로 있다고 이야기한다. 학벌 좋고 스펙이 빵빵한 신입사원이 와서 일을 잘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실력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반대로 막 고등학교 졸업하고 온 신입사원한테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스펀치처럼 쭉쭉 흡수해서 일을 잘하는 경우도 많다.

이 책에서는 개인의 신체, 재능 등 모든 면이 다르다고 한다. 체격이 크다고 해서 팔다리가 다 길고 큰 것이 아니다. IQ가 높아도 공간지각력이 낮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차원적인 사고에 의해 '머리가 좋으면 일도 잘할 것이다.'라고 단정 지어 버린다. 고정관념에 빠져 있는 것이다.



나의 장교 상은...


나는 내 성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장교의 모습을 선택했다. 추진력이 약해서 퍼포먼스를 잘 내는 유능함보단 내 병력들과 잘 지내고 개개인의 성향을 존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활발하진 않지만 생각하는 것을 좋아해서 전투 교리를 실제에 적용해보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당시 중대장님 하고도 안 맞았던 것 같다. 볼 때마다 상황실에 앉아만 있다고. 꼭 한참 돌아다니다가 앉아 있을 때만 봤으면서......


그래서 후배가 저 말을 해줬을 때 티는 못 냈지만 정말 기분이 좋았다. 같이 Shift를 도는 후배들이 어떤 일과 상황일 때 잘하는지, 어떨 때 힘들어하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권한이 적어서 해주지는 못했지만 잘하고 흥미 있어하는 부분으로 일을 분배하려고 노력했다. 개개인에 맞추려고 한 노력이 한 번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고영성 작가님 추천으로 이 책을 2018년 후반에 읽었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평균이란 개념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일차원적으로 드는 생각이 아닌 맥락과 상황에 따라 개인을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좋아서 원서를 사서 안 되는 영어로 또 읽고 독서모임에서 추천해서 발제도 했었다. 그 후에 Shift leader가 되어서 책의 내용을 적용하려고 노력했고, 다행히 성과가 있는 것 같다. 

개개인의 강점과 보완점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자. 찾은 강점과 보완점을 그대로 보지 않고 갱신하자. 빠르다고 좋아하고 느리다고 질책하지 말자. 목표는 후배들의 성장이고, 빠르든 느리든 어쨌든 성장하면 결국 나한테도 좋은 일이다. 그리고 나라는 개인에 집중해주는 기쁨을 후배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응원하고 힘을 북돋아주는 건 리더의 역할인데 오히려 후배에게 받았다. 이 친구들 힘들지 않게 리더로서 더 잘해야겠다.


참고 : <평균의 종말>, 21세기북스, 토드 로즈

원글 주소 : https://blog.naver.com/ympo6325/221583139116

작가의 이전글 슬럼프를 벗어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