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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타래 Oct 28. 2019

전문가가 되기 위한 최고의 방법

집에 애물단지가 있다. 바로 디지털 피아노다. 전역하는 해에 동기 방에서 디지털 피아노를 보고 연주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생겼다. 그래서 전역하고 영어 학원을 다니면서 그 근처 피아노 학원도 같이 등록했고, 약 1년 반 정도를 꾸준하게 다녔다. 취업 준비에 집중하면서 그만두었다가 현재 다니는 직장으로 옮기면서 피아노를 구입했다. 거금 60만 원을 주고 샀는데 문제는 집 안에 자리만 차지하고 거의 연주를 안 했다. 결혼하면서 가족들이 피아노부터 가져가라고 난리였고, 결국 지금은 가져와서 설치만 해 두었다.



피아노를 구입하기 전까지 1년 넘게 공백이 있어서 다 까먹었다. 게다가 아무리 연습을 해도 기억이 안 나고 실력도 잘 안 늘었다. 악보 보는 것도 힘들고 소리도 잘 안 나고... 연주할 수 있는 곡이 2개밖에 없으니 재미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피아노가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요즘 제일 무서운 말은 아내가 피아노 연주해달라는 말이다.


기억나는 곡과 아닌 곡의 차이


© shotsbywolf, 출처 Unsplash


그래도 용케 2곡 정도는 악보 없이 완곡할 수 있다. 이상하게 이 2곡만큼은 오랜만에 쳐도 대부분 기억이 나고 기억이 안 날 때에도 손이 저절로 움직인다. 가끔 컨디션이 좋으면 나도 모르게 강약 조절도 하면서 즐기고 있다.


지금까지 기억나는 2곡은 내가 정말 좋아했던 곡이다. 그래서 학원을 다닐 때에도 스스로 악보를 뜯어보고 음원과 비교해보고 고쳐도 보면서 연습했다. 잘 안 되는 부분은 왜 안 될까 치열하게 고민하고 운지법도 바꿔가면서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본 것 같다.


하지만 나머지 곡들을 연습할 때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그냥 여러 번 하다 보니 조금 손에 익었고 그다음 곡으로 넘어가면 또 연주 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잊어버렸다. 그저 반복만 했던 것이다. <1만 시간의 재발견>이란 책을 읽으면서 왜 앞의 2곡과 나머지 곡들의 기억하는 정도 차이가 나는지 알게 되었다. "의식적인 연습"의 유무가 원인이었다.


© keviatan, 출처 Unsplash



단순 반복 vs 의식적인 연습


의식적인 연습은 일반 연습과 무엇이 다를까? 가장 큰 차이점은 지속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찾아 방법을 익히고 집중해서 연습한 다음 피드백을 통해 문제점을 찾고 다시 보완해가는 것이 의식적인 연습이다. 반면 일반적인 연습은 제대로 의식하지 않고 단순하게 횟수만 채운다. 그래서 자신이 어떤 부분이 약한지 모르고 그 부분을 보완할 방법을 알 수가 없다.


교사 : 연습 일지를 보니 하루에 1시간씩 꾸준히 연습하고 있던데, 연주 시험 성적은 C밖에 안 되는군. 이유를 말해줄 수 있겠니?
학생 : 저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젯밤에만 해도 과제 곡을 잘 쳤는데요!
교사 : 얼마나 연습했나?
학생 : 열 번이나 스무 번이요.
교사 : 제대로 연주한 것은 얼마나 되나?
학생 : 음, 모르겠습니다... 한 번 아니면 두 번...
교사 : 음... 어떻게 연습을 했나?
학생 : 모르겠습니다. 그냥 연주했습니다.

<1만 시간의 재발견> - 50페이지


두 번째는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다. 의식적인 연습의 특징은 지속적으로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것이다. 몸과 뇌는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이 항상성 유지보다 더 강한 자극이 지속적으로 오면 뇌와 몸은 항상성 수준을 끌어올리게 되는데 이 과정을 거쳐서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의식적인 연습에서는 '컴포트 존 (Comfort zone)'을 살짝 벗어나는 수준으로 연습한다. 반면에 단순 반복은 굳이 한계를 벗어나지 않아도 횟수만 채우기 때문에 항상 제자리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편안함을 느끼는 상태인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도록 스스로를 밀어붙이지 않으면 향상도 없다.

<1만 시간의 재발견> - 55페이지


© Pexels, 출처 Pixabay


의식적인 연습이 없으면 퇴화한다.


의식적인 연습이 아닌 단순 반복을 해서 성장할 수 있는 한계는 명확하다. 그 이후부터는 단순 반복을 통해서 간신히 현상유지를 하거나 오히려 퇴보할 가능성이 높다.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는 오랜 경력을 가진 의사보다 오히려 2~5년 정도의 의사가 진료를 더 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시가 나온다. 끊임없이 자신을 개발하지 않은 의사는 십수 년을 거의 동일한 진료만 반복했을 것이다. 그래서 매번 봤던 질병에 대해서만 진료를 할 수 있고 조금만 패턴이 벗어나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순 반복연습만 해서 2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은 연주할 수 없는 나처럼 말이다.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수행능력을 측정한 연구 결과, 20년 또는 30년 동안 진료를 한 의사가 갓 의대를 졸업한 2년 차나 3년 차 풋내기 의사보다 못했다.
(중략)
심지어 실력을 유지하는 일과도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1만 시간의 재발견> - 55페이지


© linkedinsalesnavigator, 출처 Unsplash


누구나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서 누구든지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피나는 연습과 함께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천재는 99% 노력과 1%의 재능으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몇몇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분에서는 제대로 된 연습을 통해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년 동안의 노력으로 82개의 임의의 숫자를 순식간에 기억하는 사람, 연습을 통해 32살에 절대음감을 익힌 사람 등 다양한 예시도 보여준다.


의식적인 연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전문성은 생존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역량이다. 의식적인 연습은 전문성을 만들고 향상할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의식적인 연습 방법을 내가 향상하고 싶은 분야에 적용시키고 실천한다면 우리 모두 원하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Free-Photos, 출처 Pixabay




참고 : <1만 시간의 재발견>, 안데르스 에릭슨 & 로버트 풀, 비즈니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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