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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타래 Oct 30. 2019

한강을 동쪽에서 서쪽 끝까지 걸으며 깨달은 점

내가 여기까지 왔네. 대박이다.


2017년 10월에 한강을 걸었다. 천호대교에서 가양대교까지 서울 기준으로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약 30km를 걸었다. 멘토링 프로젝트에서 신박사님이 '자신만의 이야기 거리 만들기'라는 과제를 내주셨다.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만한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한강을 처음부터 끝까지 걸었다는 블로그 글이 생각났다. 나에게는 시간이 하루밖에 없었고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서울'을 기준으로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걸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배낭에 음료수와 작은 우산, 초코바 2개만 들고 무작정 버스를 탔다.


천호대교 ~ 가양대교, 서울의 동쪽에서 서쪽 끝으로


처음 2시간까지는 정말 좋았다. 선선한 날씨에 왼쪽에는 공원, 오른쪽에는 파란 한강이 있었다. 걷는 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고민도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3시간이 넘어가니 슬슬 발목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4시간이 지난 후에는 무릎에도 통증이 오기 시작했고 옆구리에 근육통까지 왔다. 1시간 걷고 10분 쉬던 페이스가 30분 걷고 15분 쉬는 정도까지 떨어졌다. 여의도 공원을 지나 성산대교부터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앞에 보이는 다리까지만 가자는 생각으로 걸었다. 그렇게 12시에 출발한 여정은 6시가 되어 끝이 났다.


서울 기준으로 한강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걷기를 성공했다. 끝나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어이없게도 '두 번은 안 되겠다.'였다. 그리고 나서는 '그래도 내가 이걸 해냈구나'라는 뿌듯함이 들었다. 지도로 전체 거리를 살펴보고 휴식 장소를 정했고 걸을 때마다 눈 앞에 보이는 다리까지 가자는 중간 목표들을 세우며 걸었다. 이때의 경험으로 다음 멘토링 프로젝트 모임에서 자신 있게 발표도 하고 체인지그라운드 영상에도 출연했었다. 하지만 제일 크게 배운 점은 아무리 힘들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중간에 멈추고 쉬더라도 느리더라도 목표를 보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어떻게든 끝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날의 기록은 다시 봐도 뿌듯하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벨라 마키 작가의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라는 책을 보고 나서 작가의 태도에 감명받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불안증 등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불안한 정도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로봇으로 보이고 나라는 사람이 어색해지며 아무런 이유 없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불안이었다. 뇌가 뒤집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결혼 8개월 만에 이혼을 하면서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달리기를 시작했고, 꾸준한 달리기를 통해 이런 현상들을 완화하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왔다.


© andrewtanglao, 출처 Unsplash


나는 오늘 3분을 달렸다. 어둠 속에서 가다 서다 하며 천천히. 이래 봬도 내 인생 최고 기록을 3분이나 늘린 것이다. 숨이 차고 옆구리가 뻐근하지만 기분은 요 몇 년 사이 최고다. 첫 시도치고는 괜찮았다. 이제 집에 가서 좀 울어야겠다. 아니면 와인이나 마시든가.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 6페이지

작가의 첫 달리기 기록은 무려 '3분'이다. 3분을 달리고는 숨이 차고 옆구리가 뻐근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생각만큼 즉각적인 효과도 없었다. 여전히 불안하고 누가 쳐다볼까봐 무서웠다고 한다. 그래도 꾸준히 밖으로 나갔고 조금씩 달리는 시간과 거리를 늘려갔다. 그래서 현재는 15km 정도가 적당할 정도로 실력이 향상되었다. 3km도 제대로 못 뛰는 나에 비해서는 엄청난 실력자이다.


© jennyhill, 출처 Unsplash


터벅터벅 걸어가다.


이 책의 원제는 <jog on>이다. '터벅터벅 걸어가다'라는 의미이다. 터벅터벅이라는 단어 때문에 힘 없이 축 늘어져 간신히 움직이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고 있다. 성산대교를 지났을 때부터 터벅터벅 걸었다. 힘들면 멈추고 쉰 다음 다시 걸었다. 그러다 보니 한강을 동쪽 끝에서부터 서쪽 끝까지 걸을 수 있었다. 벨라 마키 작가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면 언제가 됐든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터벅터벅이라도 꾸준히 나아가자.


© huckster, 출처 Unsplash


참고 :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벨라 마키, 비잉(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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