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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타래 May 03. 2020

나의 연대기 Part. 2


1) 출생 ~ 유치원

약간 소심하지만 일반적인 어린이였다. 나와 동생을 키우기 위해 본인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전업 주부가 된 엄마와 나머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추가 근무를 자청해서 돈을 벌어온 아빠 덕분이다. 그래서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편이었고 팔꿈치가 부러진 사고 이외에는 크게 말썽을 부리지도 않았다. 동생과도 평범하고 놀고 싸우고 부모님한테 혼나는 아이였다. 하지만 오래된 기억이라서 어땠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2) 초등학생

여전히 약간 내성적이지만 평범했던 것 같다. 부모님께서 노력을 해주셔서 풍족하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았다. 초등학교때도 내성적인 성향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원래 타고난 성향이 내성적인 성향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3학년 때 발야구를 하는데 공 바로 앞에 봉이 있어서 그 뒤로 옮기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뭐라고 했다. 그래서 잘 못 찼는데 외향적이고 인기가 많은 친구가 나랑 똑같은 행동을 하려고 할 때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비난을 받거나 다수에게 내 주장을 펼치는 걸 무서워했던 것 같다.


3) 중학생

이 시절에는 축구와 스타크래프트가 전부였다. 나름 공부도 했지만 그건 시험기간일때뿐! 스타크래프트 이야기와 학교 끝나고 학원 가기 전까지 축구하는 것이 인생의 낙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사춘기도 오고 여자친구도 사귄다고 했는데 정말 눈에 하나도 안 들어왔다. 남고-공대-군대-공장의 테크트리를 탄 나에게 유일한 기회였던 남녀공학 중학교였지만 여자친구는 커녕 여자 사람 친구도 없었다.


4) 고등학생

이상하게 별로 추억이 없다. 특별한 기억도 없고 정말 무난하게 3년이 흘러갔다. 모범생이지만 가끔은 야자를 도망가서 친구들이랑 피씨방에 가고 농구를 좋아하는 그런 학생이었다. 아마 사춘기였던 것 같은데 지금 돌아봐도 긴가민가할 정도로 조용히 넘어갔다. 엄마한테 물어봐도 사춘기가 없는 거 같다고 할 정도니...


5) 대학생

정말 재미있게 놀았고 나름 학점도 선방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돌아봤을 때 가장 후회되는 기간이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관심사는 무엇인지, 내 진로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다. 당장의 시험, 친구, 축구, 게임에만 집중했다. 전자공학을 나왔지만 전자공학에 대해 설명을 1분도 못할 정도로 전공에 대한 관심이 없었고 그렇다고 어디 하나 푹 빠져서 덕후 수준으로 가지도 못했다. 차라리 여러가지 도전을 해봤으면 좋았을테지만 당장의 삶이 만족스러웠기에 가만히 있었다. 이때의 나비 날개짓은 취업 준비때 폭풍으로 돌아온다.


그래도 만족도 점수가 평균 이상이 되는 점은 ROTC를 하면서 좋은 동기들을 만난 것이다. 3학년 때는 선배들 눈치를 보면서 우리끼리 뭉쳤고, 4학년 때는 완전한 자유를 만끽했다. 특히 친했던 동기들은 여전히 주기적으로 만나고 나머지 동기들도 1년에 한번은 꼭 만나는 것 같다.


6) 군인

사회의 쓴 맛을 보았다. 중대장이 지옥같았다. 막 전입한 소위를 바로 작전진지에 투입시켜 놓고 제대로 못한다고 엄청 갈궜다. 중대장이 부하 폭행으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어서 나를 때리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정말 많이 괴롭혔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밥과 라면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쭉쭉 빠졌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내가 일이라도 잘 했으면 괜찮은데 내가 봐도 그때 나는 일을 잘 못했다. 참 일머리가 없어서 중대장이 봤을 때 답답한 면이 있었을 것이다. 중대장의 갈굼 덕분인지 억눌림의 해방 덕분인지 대대 참모로 가서는 그래도 못한다는 소리는 안 들었다. 전역 일주일 전까지 훈련 받으면서 건성으로는 안했으니 그것 만으로도 칭찬 받을 일이지 않을까?


7) 취업 준비

대학교 때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하지 않은 후폭풍이 몰려왔다. 자기소개서 항목 중 '강점과 단점'을 묻는 항목은 입사 동기에 이어서 2번째로 어려운 질문이었다. 게다가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 서툴렀던 탓에 처음으로 사귄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멘탈이 부스러지면서 한동안은 아무것도 안하고 하루종일 게임 하다가 부모님이 퇴근하면 저녁먹고 2시간 동안 공원이나 아파트 주변을 맴돌았다. 1년을 방황한 후 취업 스터디에 들어가서 독하게 준비를 했고 현재 직장 면접을 앞둔 시점에 첫 직장에 합격을 했다. 더이상의 공백이 무서워서 면접을 포기하고 첫 직장에 들어갔다. 그게 잘한 선택인지 잘못된 선택인지는...


8) 첫 직장

인생 만족감 점수 중 26살이 1점이다. 최악이라는 뜻인데 정확히는 첫 직장에 있는 1년이다.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있었는데 차라리 군대에 돌아가고 싶었다. 인수인계 없이 사수의 샘플을 내내 만들다가 갑자기 고객사 대응에 나가고 스스로 배우는게 가장 좋다는 핑계로 자신이 아는 것도 다른 부서로 보내서 물어보게 했다. 담배 냄새를 극혐하는 나를 억지로 흡연장에 끌고가서 자기 말 듣게 하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싫은 하루하루였다. 그래서 처음으로 몸이 아프다는 거짓말을 하고 하루 쉬기도 했다.


그래도 인생의 바닥이었는지 지푸라기를 잡았다. 처음으로 신영준 박사님을 만나고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2016년 12월 24일과 31일인 이유다. 악착같이 공부하고 책을 읽었고, 운이 좋아서 현재 직장으로 탈출하게 되었다.


9) 현재 직장

2017년 6월에 현재 다니는 직장으로 옮기고 곧 만 3년이 된다. 대기업에 다닌다는 것은 나보다 부모님에게 더 좋은 소식이었다. 입사 축하 화환이 집에 오자 엄마가 너무 좋아했다.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 엄마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 그 화환이었다. 결혼과 더불어서 내 인생이 오로지 나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빅보카스터디, 멘토링 프로젝트, 씽큐베이션과 씽큐 ON을 통해서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 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모임들을 제외하면 내 주변에서 열심히 책을 읽고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좁은 우물 안에만 있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안이 조금씩 채워졌다. 이것들이 쌓이다보니 자연스럼게 나도 발전하고 싶어졌고, 이 바람이 다시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으로 돌아왔다. 30년 동안 살면서 미뤄왔던 자아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답을 찾기 시작했다.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나의 인생기를 되돌아봤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쓸게 없을 것 같아 걱정을 했다. 하지만 막상 쓰다보니 50개가 훌쩍 넘는 에피소드가 나왔다. 오늘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정리하면서 몇가지 에피소드가 더 떠오를 정도였다.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생각없는 삶이 문제다. 그저 바로 앞에 보이는 즐거움만 택했고, 발전적인 고통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좋은 대학교가 집 옆에 있으니 당연히 저기 갈 것이라는 착각을 했고 아빠가 대기업에 다니니 나도 대기업 정도는 갈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크게 말썽피우지 않았으니 직장생활도 잘 할 것이라 착각했다. 그 결과는 내가 원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도전의 부재다. 그 흔한 대외활동, 조별과제, 봉사활동, 어학연수를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 도전이라고 할 만한 것은 ROTC에 지원한 것 하나다. 이 도전을 통해서 배운게 많다는 것이 다른 도전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더 괴롭게 만든다. 20대에 나 자신에게 쓸 시간이 많을 시절을 허무하게 날려보낸 것이 후회가 된다.


내 인생을 바꾼 경험 중 대다수는 열정적인 동지가 있는 그룹에 속했을 때다. 아무래도 나는 데드라인이 있을 때 치열해지는 스타일인 것 같다. 나 스스로 데드라인을 조정하지 못하면 자율성이 떨어지지만 한계상황을 맞닥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열정을 불태운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도전들의 결과는 대부분 나쁘지 않았다. 내가 <한달>에 지원한 이유도 이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인증을 해야 하는 환경과 같은 과제를 하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꾸역꾸역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인생을 바꾼 다른 경험들 처럼 좋은 결과를 낼 것 같다.


보통 자기소개서를 쓸 때 단점은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있을법한 단점을 적고 이를 보완할 계획을 이야기한다. 나도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해서 잘 통과를 했다. 하지만 이제 진짜 나의 단점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단점을 해쳐나갈 방법도 알게 되었다. 정말 큰 수확을 얻은 것 같다.


잔잔했던 내 삶이 점점 격해지는 걸 그래프로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점점 우상향할 시기다. 투자의 제 1원칙은 잃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할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내 단점과 이를 보완할 방법을 알았으니 실패를 최소화 하고 점점 우상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이런 기회를 주신 <한달자기발견>리더 및 동료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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