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타래 May 06. 2020

어바웃타임과 전 여자친구에게서 얻은 인생의 가치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자


내가 이 날을 위해 시간 여행한 것처럼 매일을 살려고 노력할 뿐이다.
I just try to live every day as if I've deliberately come back to this one day

영화 <어바웃타임>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나오는 대사 중 하나이다. 주인공인 팀은 대대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을 알게 된 후 더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며 살아가다가 여자친구인 메리를 만난다. 그녀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행동을 고치면서 살아가지만 점점 삶이 틀어지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진짜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면서 저 대사가 나온다.



이 영화는 인터스텔라와 함께 나의 인생 영화 중 하나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로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고 각 캐릭터들의 매력도 넘쳐나기 때문이다. 2013년 전 여자친구와 썸 아닌 썸을 탈 때 봤던 영화인데, 공교롭게도 나의 가치관 중 하나를 전 여자친구와의 경험에서 얻게 되었다. 지금부터 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려고 한다.




베베 꼬인 마음



전 여자친구 : 내일 아마 10분 정도 늦을 거 같아
나 : 그 말은 내일 늦겠다는 뜻이네


예전에 말 뒤에 숨은 뜻을 찾아내는 습관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차마 직접 말하기 힘들거나 싫을 때 그것을 캐치해서 반응을 하면 상대방이 놀라거나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상대의 의도를 잘못 해석하거나 내 마음대로 풀이해버리기 때문에 양날의 검이다.


당시 전 여자친구와 만나는 횟수로 갈등이 있었다. 그때 생긴 서운함이 마음 한편에 남아 있으면서 내 생각을 베베꼬고 있었다. 못된 생각과 마음가짐이 양날의 검인 숨은 뜻 찾기와 합쳐져 저렇게 말도 안 되는 반응으로 나왔다. 어마어마한 싸움으로 번졌고, 잠시 헤어지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이때부터 숨은 뜻을 찾느라 내 생각을 헤집고 다니는 일을 그만하고 방금 들은 그 말과 상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 좀 봐줘



나 : 미안한데... 핸드폰 좀 그만 보고 나 좀 봐주면 안 될까?
전 여자친구 : 어... 미안해...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대화가 잠시 끊겼다. 어색한 침묵이 생겼고 전 여자친구가 핸드폰을 잠깐 확인을 했다. 하지만 잠깐이 5분이 되고 길어졌다. 중요한 연락이라 생각해서 나도 무슨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없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길어졌다. 10분이 지나자 얘가 나한테 별로 관심이 없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5분이 지나자 서운함이 확 밀려왔다. 그리고 나 좀 봐달라고 이야기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짝사랑을 하다 용기를 내어 사귀기 시작했다. 그래서 전 여자친구와 나 사이의 좋아하는 감정이 차이가 많이 났다. 좋아하는 마음이 큰 상태에서 나를 더 바라봐줬으면 했다. 하지만 나를 앞에 두고 한참이나 핸드폰을 하면서 딴짓을 하고 있으니 서운했었다. 다행히도 이런 서운함을 이해해줬고 나에게 집중을 해주었다.


나도 이 일이 있은 후로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이 서운하지 않기 앞에 있는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서 살자.


어바웃타임와 2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지금 눈 앞에 있는 현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대화를 할 때 그 사람에게, 회사에 있을 땐 일에, 취미 생활을 할 때는 취미에 집중하고 있다. 가끔은 이게 지나쳐서 미래나 계획을 잊고 현재만 사는 경향이 있어서 요즘에는 조금만 줄이고 있다. 하지만 이 생각들은 그때 이후로 나에게 닥친 일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지금은 나의 가치관 중 하나가 되었다.


어바웃타임의 주인공은 시간 여행의 능력을 활용해서 애인과 더 좋은 시간을 보내려 여러 시도를 한다. 하지만 과거를 바꾸려 할수록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게 되었다. 마지막에 가서는 과거를 바꾸는 것보다 오늘에 집중하고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한다면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시간 여행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주인공인 팀 처럼 나도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서 굳이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없는 현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글을 쓰는데 출퇴근 시간을 다 쓰고도 부족했다. 그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다. 판도라의 상자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나에게는 다시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다시 읽으면서 속이 안 좋아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트라우마 같은 기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둘러볼수록 내 가치관이 시작된 시기라는 것이 신기하다. 그리고 그 가치관이 지금의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이렇게 생각을 하니 전 여자친구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그 시절이 그렇게까지 피해야 기억은 아니라고 느껴진다.





작가의 이전글 3년간 221권을 읽게 된 최초의 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