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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타래 May 05. 2020

3년간 221권을 읽게 된 최초의 순간

2016년 크리스마스 이브의 기억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 5월 5일 기준으로 221권째를 읽고 있다. 2017년 1월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1주일에 1권 이상은 꾸준히 읽고 있다. 한국인의 평균 독서량은 연간 7.5권이라고 하니 나는 한 달 반 만에 웬만한 사람들이 1년 동안 읽는 책 보다 많이 읽게 된다.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0/03/254368/


예전부터 책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초등학교까지였다. 게임과 축구에 빠져서 중학교부터 2016년까지 15년 정도는 해리포터를 제외하고 10권도 읽지 않았을 것이다. 1년에 1권 읽을까 말까 하던 내가 1주일에 한 권(연간 52권) 이상을 꾸준히 읽는 사람으로 바뀌게 된 순간은 바로 2016년 12월 24일이다.



2016년 12월 24일 그날.



2016년 크리스마스 이브인 그날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중 하나다.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 할 그 날 내 감정은 불안함으로 가득했다. 운이 좋게 입사를 했지만 회사의 조직문화와 업무량, 사수와의 갈등으로 힘든 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섣불리 퇴사를 하지 못한 이유는 그 회사를 나가서 다른 회사에 취업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기본인 전자회로조차 제대로 모르는 상태였다. 요리사로 취업을 했는데 양파 하나 제대로 못 써는 것과 같은 수준이었다.


막연한 불안감과 무계획인 상태로 페이스북을 보던 중 <빅보카>때문에 팔로잉을 해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완벽한 공부법>이라는 책을 내고 저자가 서점에 온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실력이 부족해서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고 있던 나는 시간을 확인한 후 바로 옷을 갈아입고 강남행 버스를 탔다. 그리고 강남 교보문고 자기 계발 코너에 서 있는 신영준 박사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취업한 지 6개월 된 신입사원인데요..."



"됐고, 이 책 두 번 딸딸딸 읽고 독후감 써서 나한테 보내"



당황스러웠다. 185cm가 넘는 키에 약간 살집이 있는 듯한, 살짝 마른 곰 같은 거구가 내 고민도 제대로 듣지 않고 내게 건넨 말이다. 이름하고 신입사원이라는 말만 꺼냈는데 도중에 말을 끊고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보내라니? 너무 당황스러우면 짜증이나 화도 안 난다는 걸 그때 알았다. 얼떨결에 "네"라고 답하고는 서점을 나섰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걸어가는 10분 동안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하지만 허탈함과 함께 잘 모르겠는 오묘한 감정이 생겼고,  내 가방에는 신영준 박사님의 사인이 맨 앞장에 있는 <완벽한 공부법>이 들어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책을 폈다. 상상 이상의 당당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나의 불안함 때문이었을까? 지금도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나도 모르게 손이 갔던 것 같다. 서문과 1장인 '믿음'편을 보고 나서 더 이상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집에서 훑어보기에는 내용이 너무 와 닿았던 것이다. 다시 옷을 입고 집 근처 스타벅스로 달려간 다음 따뜻한 카라멜 마끼아또와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10년 만의 독서는 점원의 매장 정리하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짙은 회색에서 밝은 파스텔 톤으로


그 날 이후로 꽤 많이 바뀌었다. 주말에는 게임하고 티비만 보면서 빈둥거리던 내가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고 전공에 관련된 강의를 찾아서 듣기 시작했다. 지속하지는 못했지만 6시에 일어나서 3~40분 정도 기숙사 앞을 뛰었고, 헬스장을 등록해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한 덕분에 현재 다니고 있는 삼성전자로 이직을 할 수 있었고 이후 멘토링 프로젝트나 빅보카 스터디, 씽큐베이션에서 활동하면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자극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 책을 사고 읽으면서 지식을 쌓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조금씩 방향을 잡아가고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이브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 혹은 아픈 기억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인생이 바뀌는 기적의 시작이다. 2016년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점으로 내 삶의 색이 짙은 회색에서 점점 파스텔 톤으로 바뀌고 있다. 아무 생각 없는 사람에서 책을 읽는 사람으로, 그리고 읽고 쓰면서 좋은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으로 변하고 있다.





지금 나를 있게 만든 최초의 기억은 2016년 크리스마스 이브의 강남 교보문고 안이다. 그때의 오묘한 감정은 희망의 빛이었던 것 같다. 그 순간이 지금의 나로 이어졌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가? 지금의 당신을 만든 최초의 순간은 어떤 순간인가? 그때의 기분은 어떠한가? 한 번쯤 되돌아보면 당신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만약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게 지금 이 순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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