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션은 내 삶에 변화를 일으킨 세 가지 전환점에 대한 것이다. 이 미션지를 받자마자 생각난 책은 히스 형제의 <순간의 힘>이다. 씽큐베이션 2기의 첫 책이고 기대했던 것 보다 너무 좋은 책이라서 내 인생을 돌아보고 책 내용을 정리해서 서평을 작성했었다. 씽큐베이션에 참가하기 까지의 이야기를 각각의 결정적 순간에 빗대어 표현했다.
현재 나는 일, 가족, 건강이라는 3개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스스로는 3대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이 3가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게 된 이유를 적어보려고 한다.
1.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으세요.
지옥같던 전 직장을 벗어나 삼성으로 왔다. 하지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 전 직장만큼은 아니었지만 제조부서 특성상 공장같은 문화가 있었다. 그리고 직급이 올라갈 수록 퇴근시간이 급격하게 늦어졌다. 게다가 설비엔지니어지만 설비를 보고 고치고 개선하는 업무보다 피피티를 만들고 설비 커버에 스티커를 땠다 붙였다 하는 비엔지니어링 업무가 많았다. 그래서 몰입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입사 1년 축하로 신입사원들이 모여 행사를 하는 Blue Festival이 열렸다. 거기서 종이비행기 국가대표이자 이색 스포츠 마케터인 이정욱 대표님의 강연을 듣었다. 어릴 적 종이비행기 세계기록 보유자의 영상을 보고 종이비행기에 푹 빠져 스스로 항공역학, 유체역학 등을 공부하고 적용해보았으며, 각종 종이비행기 세계대회에서 우승하고 자신이 원하는 '업'을 찾게 되었다.
이 강연의 핵심은 업을 찾으라는 것이다. 회사나 기업이 목표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 것을 중점으로 두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어떤 일은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일이면 더 좋다고 했다. 덕업일치가 되면 금상첨화이다. 이런 메세지를 본인의 삶으로 보여주는 이정욱 대표님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 그때부터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하고 잘 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는 전형적으로 내향적인 사람이다. 혼자서 일을 하는게 효율이 더 좋고 취미도 혼자서 할 때가 더 편하다. 아이온이라는 MMORPG 게임을 할 때도 남들은 길드에 들어가서 함께 파티를 맺고 게임을 하지만 나는 스토리 미션만 따라가면서 혼자 게임하는 쪽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에서 에너지를 얻고 사람이 많은 곳만 가면 힘이 쭉쭉 빠지는 사람이다.
하지만 2018년 11월에 옆 부서 형에게서 지금 아내를 소개받았다.160cm 초반 정도 되는 키에 갈색 생머리를 하고 짙은 녹색 코트를 입고 오는 첫 모습을 봤을 때 '어? 괜찮다!' 라고 속으로 말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처음 만나자마자 말이 잘 통했다. 언제나 소개팅을 하면 어색한 침묵이 절반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별의별 이야기를 다 했다. 가족의 이야기며 학교 이야기며 회사 이야기며 말이 줄줄줄 나오고 또 아내가 하는 이야기도 즐거웠다. 그 날 아내도 이상하게 말이 잘 나왔다고 한다. 잘 될 운명이란게 있나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내의 다른 면이 보인다. 똑 부러지고 현명하다. 할 때는 제대로 하고 아닐 때는 확실하게 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과 결혼을 하고 한 가정을 이뤄 같이 지내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내 인생에서 이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해진다. 그리고 <러브 팩츄얼리>를 살펴보면 나는 불안형 애착 유형이었지만 아내를 만나 안정형 애착 유형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함께 있을 때 마음이 참 편하고 고마운 사람이다.
삼성전자에 입사해서 설비엔지니어로 일을 하고 있다. 3개 조로 나누어서 24시간 교대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야간 근무가 너무 힘들다. 밤 10시에 시작해서 아침 6시에 퇴근하는 근무형태인데, 약 일주일동안 이렇게 야간근무를 하고 이틀 쉰 다음 오후 근무로 돌아간다. 오후 2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하는 오후 근무를 일주일간 하면 일반적인 오피스 근무가 된다. 일주일 후에는 다시 야간 근무이다. 즉, 3주마다 한 번씩 야간근무가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2018년 여름에 열심히 야간 근무를 하고 있던 중 같이 일하는 형에게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들었다. 교대 근무는 암을 유발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매번 시차가 바뀌고 적응할 때 쯤 다시 생체 시계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하는가>라는 책을 보고 무서워졌다. 8시간의 수면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였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심혈관 질환이나 암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교대 근무를 하면서 수면 패턴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수면의 질이 안 좋고, 연속으로 8시간 푹 자는 경우가 거의 없게 되었다. 실제로 체력이 떨어지는게 느껴졌다.
그 후로 잠을 잘 자기 위한 방법을 찾고 적용하고 있다. 침실에 암막 커튼을 설치하고 잠자기 8시간 전에는 좋아하는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 4시간 전에는 식사를 끝내려고 하고 2시간 전에 따뜻하게 씻는다. 최근에는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최강의 식사>, <움직임의 힘> 등의 책을 읽고 수면, 식사, 운동 이 3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근력 위주의 운동과 밀가루, 유제품, 설탕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방탄 커피도 시도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일, 가족, 건강은 나의 3대 기반이다. 각각의 기반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들이 있다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 가지 긍정적인 경험과 두 가지의 부정적인 경험을 통해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 직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직장을 찾고 있었다면 데이터 분석이라는 내 적성과 흥미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아내를 만나 결혼하지 못했다면 함께 하는 행복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다.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정말 큰 일이 일어났을 것 같다. 야간 수당을 위해 내 생명을 더 팔고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의 행복한 나는 없었을 것이다.
대나무는 죽순의 상태로 약 5년 간 땅 속에 있다. 그 동안 넓고 깊게 뿌리를 내리며 탄탄한 기반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기초 공사가 끝나면 땅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며,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이런 대나무처럼 나도 3개의 기반을 통해 행복한 인생의 기초를 만들고 있다.기초가 어느정도 쌓였을 때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