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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타래 May 08. 2020

인생을 어쨌든 성공하는 방법

오늘 걷고 내일도 걷는다.


운이 좋게 ROTC가 되었다. 3, 4학년을 대학교에 다니면서 군사학을 듣고 방학마다 입영 훈련을 다녀와서 4학년 2학기 때 임관종합평가를 본다. 군사학과 체력시험을 통과해야 장교로 임관을 할 수 있었다. 떨어지면 2년 간의 고생은 물거품이 되고 남들과 같이 병사로 입대를 해야 했다. 그런데 나에게는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달리기를 참 못한다는 것이다.


15분 15초



15분 15초. 그 당시 나의 평균 기록이었다. 합격 기준인 달리기 2급은 14분 34초이니 1분 정도를 더 줄여야 했지만 더 이상 기록이 줄어들지 않았다.


나의 달리기 패턴은 언제나 비슷했다. 1.5km까지는 남들과 비슷하게 달릴 수 있지만 그 후로는 점점 느려지다가 2km가 되면 달리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터벅터벅 걸으며 숨을 고르다 보면 같이 뛰던 동기들은 저 앞에 있고 내 뒤에 있던 동기들이 내 옆을 지나간다. 그때부터는 나와의 싸움이었다. 찢어질 것 같은 폐를 부여잡고 천근만근인 다리를 억지로 움직이면서 걷다 뛰다를 반복해서 간신히 결승점에 들어온다. 헥헥대면서 통과를 하면 이미 다 뛰고 물도 마시고 숨도 다 고른 선두권 동기들이 앉아있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서 호흡도 제대로 못하면서도 그 동기들이 참 부러웠다.


이런 장면은 4학년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1년 동안 노력해서 입단할 때 20분이라는 기록을 14분 후반까지 줄였지만 점점 줄어드는 폭이 작아졌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구간별로 내 체력 상태와 스피드를 확인하려고 스톱워치까지 들고 측정하면서 뛰었지만 벽에 막힌 기분이었다. 이대로라면 평가 때 2급이 될지 장담할 수가 없어졌다. 불안한 마음에 같은 과이자 한 기수 선배에게 전화를 해서 달리기를 잘할 수 있는 비법을 물어봤다.


기록 신경 쓰지 말고 한 번도 안 쉬겠다는 생각으로 뛰어!


생각보다 비법은 간단했다. 쉬지 말고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라는 것이었다. 멈추고 걷는 시간이 빨리 뛰어서 얻는 시간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 그 조언을 듣고 바로 운동장으로 가서 달렸다. 스톱워치는 출발할 때 누른 다음 바로 바닥에 놓고 달렸다. 오로지 시간을 보지 않고 오로지 3km를 계속 달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초반에 스퍼트도 내지 않고 천천히 조깅하듯이 그저 달렸다. 2km 구간에 들어서자 여전히 힘들었지만 그래도 달릴 수는 있었다. 그렇게 결승점에 도착해서 내려놓은 스톱워치를 확인했을 때 찍힌 숫자는 잊을 수가 없다. 14분 39초였다. 아무리 구간별로 나누고 달리는 구간과 쉬는 타이밍을 정해도 14분 후반대만 나왔는데 그저 쉬지만 않고 달렸는데 비슷한, 조금 더 나은 기록이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때부터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쉬지 않고 달리는 것만 생각하면서 뛰었다. 이게 익숙해지자 다시 조금씩 기록이 단축되기 시작했다. 4학년 여름 훈련을 다녀오고 나서는 2급 커트라인인 14분 34초를 거든하게 기록했고, 임관종합평가때는 1급에 조금 모자란 13분 중반을 기록해서 안전하게 임관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도 걷고 내일도 계속 걷는 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인상 깊은 부분은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1번은 쉬어도 2번은 빼먹지 말고 하라는 것이었다. 원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하다가도 주변 환경이나 상황 때문에, 혹은 컨디션 때문에 어떨 수 없이 한 번은 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2번이 되면 3번이 되고 하는 날 보다 안 하는 날이 많아지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 포기하기 일수다. 그렇기 때문에 쉬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어디선가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스치듯 지나가면서 봤었지만 정말 공감이 되는 말이다. 회복을 위해 페이스를 낮추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발걸음을 멈추면 그만큼 메꿔야 한다. 메꿔야 하는 양이 많아지면 거기에 압도당해 포기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나는 좋은 습관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페이스를 낮추더라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책을 읽는 습관을 유지하려고 하루에 딱 한 페이지라도 보려고 하거나 그것도 못하면 가지고 다니기라도 한다. 운동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 최소한 지하철역에서는 에스컬레이터를 거의 타지 않고 계단으로 오르내린다.


예전의 나 같은 사람들이 초반에 치고 나간다. 그걸 뒤에서 보면서 조바심을 내지 않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저 포기하지 않고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하게만 간다면 어느새 치고 나간 사람이 내 뒤에 있고 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루하루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간다면 어느새 성공적으로 결승점에 다다른 나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걷고 내일도 걷는다.




1일차 : 당신은 당신 자신으로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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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 나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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