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서평을 써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냥 막연하게 책 내용 정리만 하면 내 생각이 안 들어가 있고, 거기에 내 생각을 붙이자니 너무 길어진다. 핵심 내용으로 추려서 짜임새 있게 쓰고 싶은데 아직 글쓰기 실력이 부족해서 언제나 머리를 쥐어뜯는다. 쓰자니 힘들고 안 쓰자니 찝찝하고... 매번 딜레마에 빠지는 기분이다.
서평으로 시작된 본격적인 독서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제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 가끔씩 서평을 쓰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씽큐베이션을 하면서이다. 참가 조건이 일주일에 한 권씩 지정 도서를 읽고 서평을 써서 제출하는 것이었다. 토요일에 모임이 있었기 때문에 이틀 전인 목요일까지는 서평을 써야 했다. 그래서 주말에 집중해서 책을 읽고 월~화는 서평 내용을 정리, 구성하고 수~목에 작성했었다. (이 기간에 결혼과 신혼여행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렇게 8주간 노력을 하고 나니 서평을 쓴 8개의 책 내용이 지금까지 쓰지 않고 읽기만 한 책들보다 내용이 더 기억에 남고 삶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컸다. 서평 쓰기의 장점을 알게 되어 그때부터 최대한 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언제나 기쁘게 쓴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는 매번 서평을 쓸 때마다 힘들다. 정말 재미있고 감명을 받으며 읽었더라도 막상 서평을 쓰려고 컴퓨터를 켜면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시 책을 펼쳐서 쭉 훑어본 다음 쓰려고 하니 그 내용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생긴다. 거기에다 책 내용을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 거기에 대한 내 생각까지 적으려 하다 보니 머리가 과부하가 온다. 정말 좋은 책이지만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서 서평을 쓰지 못한 책들이 수두룩하다. 이것저것 적었다가 지우고 다시 쓰고를 반복해서 끝내면 다행이지만, 포기한 서평도 많다. 쓸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서평의 의미 : 잊어버리지 않게 고정시킴
서평을 쓰면 책의 내용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나의 언어로 풀어내야 하기 때문에 내용을 여러 번 보고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내용이 들어오게 된다. 이렇게 들어온 내용들은 내 삶에 적용하기가 더 쉬워진다.
2019년 최고의 책으로 될 뻔했지만 아쉽게 탈락한 <순간의 힘>은 씽큐베이션의 첫 지정 도서였다. "고양, 통찰, 긍지, 교감"이라는 결정적 순간들이 모여 인생을 이룬다는 내용이었는데, 서평을 쓰고 나서 한 달 후에 아내에게 프러포즈를 할 때 "고양"이라는 결정적 순간의 내용을 활용했다. 그래서 나름 성공적인 프러포즈를 할 수 있었다. <행운에 속지 마라>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나오는 "평균 회귀의 법칙"은 작년에 상위고과를 받았지만 결국은 내 실력으로 돌아온다는, 자만하지 말라는 교훈을 알려주었다. 서평을 쓰면서 얻은 책 내용들은 나에게 실제로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서평을 쓰지 않은 책들은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팩트풀니스>, <스케일>, <바른 마음> 등의 책을 읽을 때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확히 어떤 내용들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정말 좋은 책이라는 생각만 들고 어떤 내용이냐고 물어보면 답을 하지 못한다. 열심히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서 읽었지만 정작 남는 건 거의 없는 것이다.
최고로 안티프래질 한 방법인 서평 쓰기
나심 니콜라스 탈렙의 저서인 <안티프래질>은 세상을 살아갈 때 가장 좋은 전략인 안티프래질에 대해 설명한다. '깨지기 쉬운'이라는 영어 단어인 Fragile의 반대로 저자가 만든 개념인데, '충격을 받으면 깨지지 않고 오히려 강해지는 것'이라는 뜻이다. 운동이 대표적인 예인데 운동을 하는 순간에는 상대적으로 몸이 약해진다. 부하가 걸려 근육들이 미세하게 찢어지고 체력도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치는 정도만 아니라면 우리 몸은 회복을 하고 운동을 하기 전보다 더 강해지는 것이다.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최소화하고 위를 개방하는 전략인 것이다.
서평은 나에게 최고로 안티프래질 한 방법이다. 서평을 쓸 때 오는 스트레스는 운동할 때 미세하게 근육이 찢어지는 것과 같다. 그 순간은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고 나서 얻는 이득은 쓸 때의 스트레스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크다. 잃을 것은 별로 없지만 얻는 것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서평 쓰기는 분명히 부담이 있다. 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는 소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읽는 순간부터 극도로 집중을 해야 한다. 내용을 이리저리 조합하며 내가 말하기 편한 언어로 바꾸고 논리 있게 글로 풀어야 한다. 이 과정은 나에게 꽤 스트레스이지만 이 과정을 통해 얻는 이익은 내가 생각하지 못할 정도이다. 한동안 정말로 시간이 부족해서 못 쓰고 있었는데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다시 정리하면서 서평으로 남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