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2011 말러, 서거 100년을 기념하다

말러 - 교향곡 제 5번

by BeyondNietzsche

과거의 오늘 음악계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뮤직 타임리프(Time Leap- Time과 Replay의 합성어)로 2011년 오늘로 거슬러 올라가 보아요.


2011년 5월 18일


오늘은 2010년 구스타프 말러 탄생 150년에 이어 서거 100년을 맞이한 날입니다. 이에 맞춰 클래식 공연계에 말러의 열풍이 다시 불었었죠. 1960년대 '레너드 번스타인'의 전곡 녹음 이후 '말러 붐'으로 일컬어지는 시기에 살면서도 대학시절 클래식 음악감상 동아리에 '말러'를 절절히 사랑하던 공대 후배를 보면서도 왠지 다가가기 어려워 의식적으로 피했던 작곡가였는데 신기하게 말러가 죽은 100년이 됐던 그 해 필자는 말러의 음악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필자가 말러와 친해진 첫 번째 방법은 그와 유사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태리 영화 ' 베니스의 죽음'을 통해서였습니다. 독일의 작가 토마스 만의 동명소설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이 영화에는 말러를 연상케하는 작곡가 신사가 등장합니다. 50이 넘도록 평생을 균형잡히고 절제된 세계를 추구하며 살던 주인공은 베네치아로 홀로 여행을 떠났다가, 호텔에 함께 묵게된 미소년의 아름다움에 매혹돼 이성은 마비된 체 감각만이 그를 지배하는 경험을 하고 괴로워 합니다. 머리로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엄격한 초자아가 미소년에 대한 사랑을 금지하지만 마음으로는 관능적 욕구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콜레라때문에 죽음에 휩싸인 도시를 떠나려 했다가 그를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베니스에 다시 돌아와 결국 객사하게 됩니다.


그의 심리를 대변하듯 오프닝부터 영화 내내 어둡고 침잠하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배경음악으로 말러의 교향곡 제 5번의 4악장인 '아다지에토'가 쓰인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JT5BUZr_9Y

영화 '베니스의 죽음' 중


https://www.youtube.com/watch?v=yjz2TvC2TT4

말러 - 교향곡 제 5번 4악장


말러는 '삶'보다는 '죽음'에 초점을 둔 음악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러의 첫번 째 교향곡 '거인'이 초연되었을 때, '장송곡 풍으로'라고 명명된 4악장을 기획했고, 제 2번 교향곡 '부활'도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한 편의 드라마이며, 교향곡 9번은 아예 죽음에 관한 곡으로 알려져 있고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라는 가곡도 작곡하였으니 말이죠. 이 중 제 2번 교향곡 중 일명 '장송행진곡'이라 불리우는 1악장 감상해 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JlORKi6A_SE

말러 - 교향곡 제 2번 1악장


그는 왜 이렇게까지 죽음에 집착할 수 밖에 없었을까요? 유대인의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시절 인종차별에 시달려야했고, 11명이나 되는 형제들이 질병과 죽음에 이르는 것을 보았으며, 결혼을 해서도 두 딸을 낳았지만 모두 어려서 죽고 제2번 교향곡의 작곡에 매진하고 있던 1889년에는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유전적으로 심장은 약했고 아버지의 학대로 어머니에게 강한 집착 끝이 다리를 절었던 엄마를 따라 다리를 저는 습관까지 생겼던 그입니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불우한 환경에 노출될 뿐 아니라 쇼펜하우어나 니체 등의 철학에 큰 영향을 받으며 회의주의와 존재론적 고민을 하면서 그의 음악에 '죽음'이라는 소재가 빠질 수 없었던 것 같네요습. 죽음의 그늘을 잠시라도 떨쳐버리기 위해 음악에 몰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11년 필자는 예술의 전당에서 정명훈의 지휘로 말러의 9번 교향곡을 감상한 적이 있는데요. 말러가 교향곡 8번 작곡을 마쳤을 때, 병세로 인해 본인도 베토벤처럼 9번 교향곡을 쓰고 죽을것이라고 불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9번을 교향곡이라는 이름 대신 교향곡에 '대지의 노래'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일화가 있는데 결국 교향곡 10번의 초고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게 되죠. 이 일화를 알고 9번의 4악장을 듣고 있는데 그가 사라져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아 가슴 한 켠이 찡했던 기억이 납니다. 함께 간 친구는 그렇게 열정적인 정명훈의 연주에도 연주 내내 잤던 기억도요. ㅠㅠ



https://www.youtube.com/watch?v=44sabKxEhsI

말러 - 교향곡 제 9번 4악장


원래 연애도 이기적인 사람이 잘하고 인생도 세속적인 사람들이 더 잘 산다던데 니체나 말러처럼 비세속적인 이들에게 세상은 위안받을 곳 하나 없는 가혹한 공간이었을 겁니다. 서거일을 맞아 자신이 만든 아름다운 음악으로나마 스스로 안식처를 마련하며 삶을 견뎠을 말러를 추모합니다. 그리고 필자에게도 삶의 짐이 무거운 순간마다 위안을 주어 감사합니다. 오늘은 토마스 만의 소설 '베니스의 죽음' 에 나오는 한 구절로 마칠까 합니다. '아름다움만이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고 감각적으로 견딜 수 있는 유일한 정신적 형태이니라'


https://www.youtube.com/watch?v=yHXZjBgBL4Q

말러 -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중 '이제 빛나는 태양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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