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까지 자극하는 소설
김훈이 묘사하는 칼의 노래 속 이순신은 특이하게 <냄새>로 과거를 더듬는다.
젊은 날 함경도 백두산 밑의 새벽 안개 냄새
마음에 품은 여인을 떠올리는 여진의 젖국냄새
죽은 아들을 떠오르게 하는 어린 면의 젖냄새
아들임에도 늘 어려워 하던 어머니의 아궁이 냄새
그리고
늘 방책없는 곳에서 홀로 방책을 세워야할 때 났던 화약냄새까지.
이름뿐인 나라의 무능함 때문에 개인의 삶은 무의미해지고 희생만 강요받았던,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던 <이순신>을 떠올리니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이 답답해지면서 이순신의 외로운 <겨울냄새> 가 책 냄새와 함께 나는 듯 하더라.
"울어지지 않는 울음 같기도 하고 슬픔 같기도 한 불덩어리가
내 몸 깊은 곳에서 치받고 올라오는 것을 나는 느꼈다.
방책, 아아 방책. 그때 나는 차라리 의금부 형틀에서 죽었기를 바랐다.
방책 없는 세상에서, 목숨이 살아남아 또 다시 방책을 찾는다."
-칼의 노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