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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1974 김동률, 세상에 답하다

김동률 - 답장

by BeyondNietzsche

과거의 오늘 음악계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뮤직 타임리프(Time Leap- Time과 Replay의 합성어)로 1974년 오늘로 거슬러 올라가 보아요.


1974년 3월 15일


오늘은 필자가 우리 나라 가수 중 가장 사랑하는 감성천재 '김동률' 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날입니다. 이 페이지를 빌어 "동률 오빠~ 생일축하해요~!! 오래도록 지금처럼 좋은 음악 많이 만들어주세요" 라는 축하메시지를.

김동률은 올초 답장이라는 수록곡과 동일한 제목의 미니앨범을 발표했죠. 우선 현빈이 등장하는 MV를 감상해 보시요.


https://www.youtube.com/watch?v=kMRLzSQorK0

김동률 - 답장


필자가 김동률이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고교 야자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절엔 밤 10시였는지 9시까지 학교에 학생을 잡아두고 야간 자율학습을 의무적으로 시켰었는데, 어느 더운 여름 선풍기 몇대만 돌아가는 답답한 공기의 교실 안에서 공부는 안 되고 딴 생각만 잔뜩 나던 날, 짝꿍이 갖고 있던 소니 워크맨을 잠깐 빌려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필자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던 음악이 있었으니 바로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두 주인공들 사이 이어폰을 나누어 끼고 들었던 이 곡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j3v-FXhVmY

영화 건축학개론


https://www.youtube.com/watch?v=0FJwFNmxOoA

김동률 - 기억의 습작


그 때 이후로 김동률에 빠져 클래식만 사던 필자는 처음으로 가요CD를 구입하게 되고 김동률이 발표하는 모든 곡은 다 듣고 심지어 김동률이 작사/작곡한 곡도 빠짐없이 찾아 들어보는 취미가 생기게 되었죠.


이어폰을 두 귀에 꼽고 김동률의 음악을 듣고 있자면 잠시라도 세상과 단절되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편안히 쉬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 음악에만 몰입할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해 줍니다.


김동률은 대학1학년 때 서동욱과 함께 '전람회'라는 듀엣 그룹으로 93년 대학가요제에 출전해 대상을 받게 되면서 건축학과를 중퇴하면서까지 음악에 올인하게 되지요. 그들의 1집은 신해철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제작하면서 필자의 관심을 더욱 끌게 됩니다. 전람회 1집 중 신해철의 목소리가 잠시 등장하는 재즈느낌이 물씬 흐르는 곡을 한 번 들어보시죠. 살짝 연기가 어색하긴 하지만 음악으로 인해 뭉친 사람들이 음악으로 너무 즐거워하는 한때가 잘 그려진 듯 해 좋아하는 곡이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jSrXEJlJcQ

전람회 1집 - 여행


전람회 2집은 군대를 마친 후 제작한 앨범인데 필자와 동일한 시기에 대학생활을 하며 비슷한 고민을 하던 때라 그런지 마치 일기 쓰듯 써내려간 가사는 나의 생각을 대변해주는 듯 공감가는 부분이 참 많았었죠. 그 중 그 시절 노래방 가면 잊지 않고 분위기 잔뜩 잡고 부르던 곡이 바로 이 곡입니다. 여기서도 플레이 4분쯤 신해철님이 코러스를 넣어주셨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B-qx9cDeqGQ

전람회 2집 - 이방인


이렇게 활동을 하던 전람회는 서로 갈 길이 달랐던 멤버의 진로문제로(전람회 또 다른 멤버인 서동욱은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투자회사의 한국지사 대표로 기업가의 길을 걷고 있죠)3집 졸업을 마지막으로 해체를 하게 됩니다. 아쉽지만 장난스러운 듯 긍정적으로 헤어짐을 맞이하는 두 청년의 실제 이야기를 음악으로 담아내어 인상적이었던 곡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S21_bdRo6U

전람회 3집 - 우리


김동률은 전람회가 해체한 후, 듀엣 그룹 패닉으로 활동을 하다 역시 해체를 하게 된 이적과 '카니발'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활동을 하게 됐죠. 그들은 아주 짧게 활동을 했지만 주옥같은 곡들을 많이 남기게 됩니다. 그 중 한 곡이 바로 이 곡이죠. 독백을 하듯 읊조리다 간절하다 못해 애절하게 올라가는 고음은 여전히 압권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Yrv24yNh0

카니발 - 거위의 꿈


98년 여전히 필자가 대학생활을 하고 있던 때, 그는 드디어 '김.동.률.'이라는 이름 석자를 내걸고 솔로로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모든 싱어송 라이터들이 그러하겠지만 김동률의 곡들은 특히 자신의 상황을 가사로 잘 승화시켜내는 탁월함이 있어요. 게다가 IMF가 터지고 곧 졸업은 해야하는 시점에 곧 사회생활을 '시작'해야했던 필자 또래의 미래가 막막했던 팬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그와 비슷한 또래의 마음을 노래가사와 서정적이면서도 크라이맥스에서는 오케스트라는 대동한 폭발하는 듯한 곡으로 잘 대변해 줬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K2uYScjUnQ

김동률 1집 - 시작


1집을 마치고 영화음악에도 관심이 있었던 김동률은 미국의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떠나게 됩니다. 재학 중 2집희망과 3집 귀향을 발표하며 멀리서지만 활발히 활동을 합니다. 김동률의 노래가사를 보면 그는 사랑에 서투른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었어요. 그래서 더 애틋하고. 사랑은 이기적인 사람이 잘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한 사람으로 김동률은 무조건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 못 되고 늘 조심하고 상대를 배려하고 어떻게 할까 심사숙고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않았을가 싶은거죠. 상대는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을.


https://www.youtube.com/watch?v=KhW4K6yPgzQ

김동률 3집 -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피아노 선율과 함께 울려오는 김동률의 중저음 보이스가 너무 조화로웠던 곡으로 김동률은 4집을 발표합니다.

노래 제목처럼 노래가 끝나고 나서도 그 소리가 아련히 오래도록 남는 김동률의 명곡 중 명곡이 아닐까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K4D-H_ssng

김동률 4집- 잔향


버클리를 졸업하고 돌아온 김동률은 콘서트도 하고 공연실황을 편집한 첫 라이브 앨범도 발표하며, 방송활동에도 주력하면서 2007년 베스트 앨범 'Thanks'를 발매합니다. 이 앨범에 수록된 '감사'는 이후 결혼식 때 신랑이 부르는 축가로 사랑받는 곡이 되었지요. 김동률만큼 소화해 내는 신랑을 아직 본적이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요.


https://www.youtube.com/watch?v=CQOmKZh99Vw

김동률 베스트앨범 - 감사


그 이듬해도 김동률은 활동을 계속 이어가면서 5집을 발표합니다. 이 앨범을 만든 시기는 개인적으로 왠지 김동률이 연애를 하고 있지 않았나 싶어요. 워낙 인터뷰도 잘 안하고 예능출연도 전무라 그의 상태를 짐작케하는 유일한 수단은 그의 노랫말인데 5집의 노랫말들에선 왠지 사랑이 느껴졌거든요.


https://www.youtube.com/watch?v=a8OH2vN0O1A

김동률 5집 - 아이처럼


이렇게 홀로 음악활동을 하다가 2010년 애시드 재즈 밴드 롤러 코스터의 멤버이자 지금은 이효리의 남편으로 더 유명한 이상순과 베란다 프로젝트를 결성합니다. 한 동안 유투브로 잘 듣다가 다 삭제되어 못 들었던 곡이 다시 살아났네요. '거위의 꿈'에서 그냥 막연히 꿈을 꾸는 단계였다면 '기필코'에서는 꿈을 이루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고 들으면 괜시리 힘을 받아 출근곡으로 자주 듣고 곡이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Jfc_dptggo

베란다 프로젝트 - 기필코


2011년 가을에는 크리스마스 앨범인 'KimdongrYULE' 발표하는데 타이틀곡인 Replay는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2001) 다시 시작해보자 (2008) 에 이어 다시 ‘다시’버전. 소심남들이 열심히 듣고 또 들으며 부작용으로 헤어진 연인에게 술먹고 전화하는 일이 없기를 바랬던 곡이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PFj9eeR61Y

KimdongrYULE - Replay


김동률은 2014년 또 다른 방식으로 팬들에게 그의 노래를 선사하게 됩니다. 동행이라는 6집을 발표하며 음악에세이라는 형태의 창작물을 만든 것. 그의 곡이 워낙 서정적이서 멜로디와 함께 가사를 읊조리기만 해도 노래만큼 파워가 생기는 듯 하네요. 동행의 개별 곡마다 이렇게 여러 나레이터를 통해 음악에세이를 만들었는데 그 중 엄정화가 나레이션한 이 곡이 참 좋더라구요. 노래에 감동하고 노래로 행복해지고 노래로 위안받는 제 경험담을 라디오 DJ가 사연으로 소개시켜주는 느낌이랄까.


https://www.youtube.com/watch?v=S4ctrE4W2a4


어떠셨나요? 김동률 생일 맞이 그 간이 동률오빠 곡들을 쭈욱 정리하고 나니 그가, 그의 음악이 더욱 귀하게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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