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웅' - 누가 죄인인가
과거의 오늘 음악계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뮤직 타임리프(Time Leap- Time과 Replay의 합성어)로 1910년 오늘로 거슬러 올라가 보아요.
1910년 3월 26일
오늘은 안중근 의사가 지금으로부터 108년 전 순국하신 날입니다. 2월14일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은 상업적 연인들의 날인 발렌타인 데이와 겹쳐 의외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은데 정작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 '이라는 유언을 남기며 순국하신 날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살기도 바쁜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며 과거사와 대면하는 노력을 가지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에너지를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전쟁을 몸소 겪은 세대에 비해 필자를 비롯해 요즘 세대들은 과거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거 안중근과 같은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현재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과거사에 대한 관심과 진상규명은 계속 이어져야할 것입니다.
너무 이야기가 무겁고 어렵다구요? 그렇다면 우선 문제인식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의 눈 높이에 맞춰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안중근'에 대한 뮤지컬 '영웅'으로 말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8wQIDKMybl8
정성화 - 뮤지컬 영웅 중 '영웅'
‘영웅’은 1909년 10월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사형 선고를 받고 뤼순감옥에서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삶과 사상을 그린 국내 창작 뮤지컬로 2009년 초연된 이후 한국뮤지컬 대상의 주요부문을 휩쓸고 최근까지 재공연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 '정성화'는 개그맨에서 탤런트를 거쳐 뮤지컬 배우로 전업하여 가장 성공한 배우가 아닐까 합니다. 그의 진정성 있는 연기와 성악가 뺨치는 감정선이 좋은 노래로 이 작품은 더욱 완성도를 높일 수 있지 않았나 싶은데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에 대해 인간적으로 사과하면서도 그를 살해할 수밖에 없었던 15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열거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확인해 보시죠. 그는 이 작품으로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남우주연상 ,제16회 한국뮤지컬 대상 남우주연상, 제1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 어워즈 연기예술부문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게 됩니다. 그야 말로 이미 대스타임에도 불구하고 늘 겸손한 자세를 잊지 않는 뮤지컬계의 진정한 '영웅'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0lAE8gFYZg
정성화 - 뮤지컬 영웅 중 '누가 죄인인가'
개인적으로 이 뮤지컬에서 제일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인물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설정. 일본의 관점에서 보면 이토 히로부미 또한 애국자이기에 미화해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를 인간 대 인간으로 영웅 대 영웅으로 표현한 점입니다. 물론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집단에 속해 있으니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으로 놓고 본다면 판단력이 있는 인간으로서 양심에 걸리는 행동을 하며 아무 죄의식이 없다는 것은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상기시킬 뿐 영웅으로 그려내야 하는 존재는 아니지 않나 싶었습니다.
다음은 안중근 의사의 유언입니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각각 모두 나라의 책임을 지고 국민된 의무를 다하며 마음을 같이 하고 힘을 합하여 공로를 세우고 업을 이르도록 일러다오.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DQrABRTrsKE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그의 유해가 묻힌 곳을 모르는 상황입니다. 유해만이라도 그의 유언대로 이 땅에 편히 모셔지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