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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805 베토벤, 기꺼이 경계를 뛰어넘다

베토벤 - 교향곡 제3번 '영웅'

by BeyondNietzsche

과거의 오늘 음악계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뮤직 타임리프(Time Leap- Time과 Replay의 합성어)로 1805년 오늘로 거슬러 올라가 보아요.


1805년 4월 7일


오늘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 3번 '영웅(에로이카)'이 베토벤의 직접지휘로 초연된 날입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되었을 당시 이 곡은 대중으로부터 혹평을 받았답니다. 그 이유인 즉슨, 대중들이 듣기에 기존 모차르트나 하이든과 같은 고전의 교향곡과는 다르게 다소 요란하고 스케일도 장대했으며 심지어 불협화음같은 느낌마져 들어 연주자가 악보에 에러가 있나하고 의구심을 가질 정도였답니다. 고정관념이 참 무섭죠. 초연 전 귀족들 앞에서 리허설했던 그 때의 상황을 영화 '에로이카'에서 잘 그리고 있네요. 한 번 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hiuFvDOcxy0

영화 ' 에로이카' 중


잠시 사담으로 이 '영웅' 교향곡은 과거 오디오 소유가 부의 상징이었던 시절(지금은 상상이 안되는 일이지만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라 불리우던 시절엔 집에 차, 오디오, 피아노 등의 유무를 묻는 설문을 해오라던 어처구니 없는 학교도 있었답니다), 가전회사의 오디오 브랜드로 CF에도 등장했었죠 . 우선 그 시절 대표적인 국내 오디오 브랜드는 인켈과 롯데가 있었는데요. 성능이 좋은 오디오로 들어야 하는 음악의 장르는 뭐니뭐니해도 클래식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그런지 두 광고 모두에서 클래식 씬이 나옵니다. 롯데 파이오니아 광고에는 배우 '이상아'의 전성기였을 때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반갑기도 하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G2EexDET-qQ

인켈 광고


https://www.youtube.com/watch?v=zjOvjO1zoqs

롯데 파이오니아 광고


이 두 오디오 브랜드와 더불어 유명했던 오디오가 '에로이카'였답니다. 79년 당시에 85만원이었다니 부의 상징이 될 만도 하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ymuPO5mrmj4

에로이카 광고


각설하고 베토벤이 교향곡 제 3번을 작곡했을 당시는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후로 시민의 시대가 도래하여 음악계에서도 기존 귀족의 구미에 맞는 종교나 사교음악 대신 작곡가 자신들의 내면의 감정과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낭만주의 음악이 꽃피기 시작한 때입니다. 그 소용돌의 가운데 베토벤이 있었던 것이죠.

(*낭만주의 음악: 일반적으로 서양음악사에서 1815년 나폴레옹의 패전 이후부터 1960년까지의 음악을 일컬음. 고전주의 음악이 '가슴'보다는 머리에 무게중심을 두었다면 고전주의는 ‘가슴’보다는 ‘머리’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다면 낭만주의는 주관적, 개성적, 신비적, 상징적 특성을 보임)


특히, 베토벤은 이곡을 작곡할 당시만 해도 프랑스 혁명 사상을 대변하는 나폴레옹을 영웅으로 생각하여 그에게 헌정하기 위해 이 곡을 썼으나 나폴레옹이 황제로 즉위하자 격노하여, "그놈도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머지않아 그놈이 온갖 인권을 짓밟고 자기의 야심을 만족시킬 것이 틀림없다"고 예언했다고 합니다. 그 후 나폴레옹은 그의 예언대로(?) 유배되고 베토벤은 그 날을 위해 미리 음악을 써두었다고 했는데, 그 곡이 바로 '영웅'의 2악장 '장송행진곡'입니다. 나폴레옹이 현실을 인지하듯 어둡게 시작했다가 잠시 헤이데이(heyday)를 회상하는 듯 밝아졌다가 다시 현실을 직시한 듯 무겁게 바뀌는 이 곡은 실제 장례식에서 단독으로 연주되기도 한다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6l_bPmJifV4&list=PL309A90E867BAEEB1&index=2

베토벤 - 교향곡 제 3번 2악장


특히, 영웅 교향곡의 4악장은 주제를 수십 가지로 변주하는 기법으로 당시만 해도 충격적인 시도 그 자체였답니다. 기존에는 없던 기득권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 뻔한 혁신적인 음악을 귀족들 앞에서 선보인 베토벤의 용기있는 행동 자체가 '혁명'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IJ1xqShTQCc

베토벤 - 교향곡 제 3번 4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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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편안한 데 머물지 않고 불안을 감당하면서까지 경계에 서서 새로운 첫 걸음을 뗄까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조용한 곳에 고즈넉이 자리하고 '영웅' 에 기꺼이 한 시간 정도 투자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BgIjGSPmk7I&t=1584s

베토벤 - 교향곡 제 3번 전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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