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합 여행 수난기

이렇게 가족 휴가는 망쳐졌다.

by 나그네 한

쉬러 갔지만, 더 지쳤던 시간들


우리는 쉬러 떠난 것이었다. 다합. 이름만으로도 한숨처럼 느긋해지는 이 도시에서, 오랜 시간의 피로를 조금은 털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해변을 따라 걷고, 아이들과 웃고, 바람과 해의 틈에서 몸을 녹이며 그렇게 몇 날을 보내리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도착한 첫날 밤, 우리의 계획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예약한 에어비앤비 숙소는 말 그대로 ‘재앙’이었다. 화면 속 사진은 정갈했고, 설명도 매끄러웠다. 하지만 실제는 전혀 달랐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숨이 턱 막혔다. 담배 냄새와 향수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결국 어른 두 명과 아이 한 명은 머리가 아파 이틀 동안 누워만 있어야 했다. 쉬러 왔는데, 아프고 나가지도 못하고, 숙소에 갇힌 채로 시간만 흘러갔다.


그래서 에어비앤비에 문제 제기를 했다. 처음에는 영어로만 대응해야 하는 줄 알고 고군분투했지만, 알고 보니 한국어 상담 서비스도 가능하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상담원은 친절했고, 한국어로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했다.


결국 우리는 전액 환불을 받았고, 120달러 상당의 에어비앤비 쿠폰도 추가로 보상받았다.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플랫폼에서 불편함을 겪은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된다는 점에,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어쨌든, 그날 밤 우리는 급히 짐을 싸서 나왔다. 밤늦은 시간, 근처의 작은 호텔을 찾아 2박을 묵었다.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 그곳은 컨디션이 괜찮았고, 최소한의 쉼은 가능했다. 가격은 8,900LE, 약 25만 원. 비싸긴 했지만, 몸을 눕힐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좀 더 큰 숙소 하나를 발견했고, 곧장 그곳으로 이동했다.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묵을 새로운 숙소는 6,800LE, 약 19만 원. 그런데도 첫 에어비앤비보다 훨씬 더 쾌적했다.


처음 에어비엔비로 예약했던 숙소는 무려 600달러. 그런데 욕실 하나는 문을 걸어 잠가두었고, 다른 하나만 사용하라고 했다. 8명이 함께 쓰기엔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조건이었다. 아이들도 어린데, 우리는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했다. 주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다른 숙소를 보여달라고 요청했지만, 그가 보여준 것은 훨씬 더 좁고 관리되지 않은 공간이었다.


화가 났지만, 아이들 앞에서 억지로라도 웃어야 했다. 여행의 기억이 이 냄새와 분노로만 남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오프라인으로 발품을 팔아 숙소를 옮겼다.


현재 머물고 있는 숙소는 공간도 넓고 깨끗하다. 그런데 이번엔 관리자가 “4명만 예약했다”고 우기기 시작했다. 분명 8명이라고 말했는데, 말을 바꿨다. 결국 몇 만 원을 추가로 내고서야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이쯤 되니 내가 여행을 온 건지, 숙소 관리인들과 협상을 하러 다닌 건지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이 모든 일이 그냥 운이 나빴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쉽게 넘기고 싶지 않다. 적어도 첫 숙소는, 에어비앤비에서 다시 점검되어야 한다. 그곳은 누군가의 휴식을 앗아가는 곳이 되어선 안 된다.


화면 속의 이미지와 현실 사이에는 너무 큰 괴리가 있었고, 그 괴리만큼 아이들과 나의 여행은 지쳐갔다. 환불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진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이들이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책임’이 뒤따르는 것이다.


쉬고 싶었던 이 여행에서, 나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믿음과 회의, 감정과 이성, 그리고 낯선 도시에서 스스로를 지켜내야 하는 일상의 전쟁.


그리고 그럼에도,

다합의 바다는 여전히 파랗고, 아이들은 파도에 웃음을 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