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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그네 한 Dec 06. 2021

환대(歡待)

Welcome to Egypt - 환대(歡待)의 민족


왜 이집트를...?

난 이집트에서 만 4년째 살고 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다. 남의 나라에서 빌붙어 사는 '나그네'가 거주하는 나라와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다소 무례한 것일 수 있다. 나의 이야기가 사실과는 먼 개인의 이야기 일 수 있으며 어떤 이들에겐 나로 인해 이곳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게 공간을 빌려 이 나라에 대해 쓰는 이유는 지난 4년 동안 이곳 사람들에게 받았던 '환대(歡待)'를 소개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환대'로 인해 난 이 나라에 큰 감동을 받았고 현재까지 '나그네'의 삶을 자처하게 했다. '이집트'. 보통 '이집트'하면 이곳에 굳이 살거나 방문해보지 않더라도 (조금은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최초로 시작된 나라, 나일강의 선물, 피라미드와 파라오의 나라, 아랍지역에서 무실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나라, 기독교인들에겐 성지, 성경의 땅 등의 이미지가 있는 나라다.


사실 난 이 공간에서 (인터넷만 두들겨보면 알 수 있는) 이러한 사실과 정보들을 더 보충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난 지난 4년의 시간 동안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이집트의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을 만났고 사람들이 관심 밖에 있는 것들을 보려 노력해왔다. 그러면서 보고, 배운 것이 있다면 이 나라는 단순히 우리 모두가 고정된 이미지만(피라미드 등)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이곳은 아직 세상에 드러나있지 않은 것들이 넘쳐나는 나라다. 난 지금 이 시간도 계속해서 그런 것들을 찾아 집을 나서고 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객관적인 사실들을 보고, 만나고, 만지고, 먹고, 마심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가던 나귀를 멈추고 인사하는 야채 파는 청년 - 나그네 한

"윌컴 투 이집트. 인타 아이즈 티 슈랍 쉐이?"(이집트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차 마실래요?)


평소 이집트의 거리을 걷다 보면 지금도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이집트에 온 것을 환영해요. 차 한잔 할래요?"이다. 최근 이집트도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고 난 이집트의 문명과 이들 본래의 삶들을 찾기 위해 일주일에 1-2일은 집을 나선다. 운전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오랜 시간 걷다 보면 여러 모양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또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름, 가족, 직업, 종교 등을 서로 물으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나에게 차나 아랍식 커피를 권한다. "월컴 투 이집트. 인타 아이즈 티 슈랍 쉐이?" 이들에게 있어서 처음 보는 이방인에게 차나 커피를 권한다는 것은 깊은 환영과 관심을 의미한다. 난 그 깊은 환영과 관심을 집을 나설 때마다 받는다.


장작불에 홍차를 끓여주는 아저씨 - 나그네 한

이집트. 아프리카와 아랍을 잇는 '허브'


이집트는 아프리카 최북 동쪽에 위치한 문명 발생지의 하나로 지형적으로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아프리카와 중동을 연결하는 교통로이다. 고대에는 주변의 많은 민족에서 정치, 사회적 난민이 된 이들이 이집트에 머물렀고 중세에는 아프리카에서 아라비아로 가는 이슬람 성지 순례객들이 잠시라도 들렀다 가는 곳이었다. 그래서 중세의 사람들은 이집트를 ‘세계의 어머니 도시’라고도 불렀다. 그리고 ‘세계의 어머니’ 역할은 지금 아랍,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아프리카와 아랍지역에서 많은 난민들이 이곳에 들어오고 있다. 그 난민들은 전쟁과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문제 등으로 의도치 않게 자신의 나라를 떠난 사람들이다. 이집트의 카이로, 알렉산드리아와 같은 큰 도시에 가면 길거리 어디에서든 이러한 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들도 이곳에서 작게나마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난민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이 이곳에 함께 살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이들이 나를 비롯한 여러 나라, 여러 사람들을 받아주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많은 나라가 위드 코리아가 시작되자 얼마 전 나의 한 지인이 이스라엘이 외국인 입국을 허가한다는 발표를 듣고 이집트를 10일 동안 여행하고 육로로 이스라엘을 들어가려고 시도하였다. 하지만, 공항으로의 입국은 가능하지만 육로로의 입국은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잇는 국경 '티바'에서 입국을 시도하려 하였지만 이스라엘 이민국에선 그의 입국을 불허하였다. 다시 이집트 이민국으로 들어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니 이민국을 지키는 경찰 서장이 이러한 말을 하였다. "이스라엘은 당신의 입국의 거부했지만 이집트는 당신을 환영합니다. 당신이 한국으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나의 지인은 이 경찰 서장의 말을 듣고 큰 감동을 받고 지금까지 그 경험을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다. 이집트의 이민국은 목적한 곳에 가지 못해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한 동양의 한 여행객에서 환대를 베푼 것이다. 그는 여러 이집트인들의 도움으로 급히 카이로에 돌아와 나를 다시 만나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개인적인 것이지만) 이러한 감동적인 경험 때문일까. 그래서 난 사람들에게 이집트를 피라미드의 나라, 파라오의 나라라 소개하지 않는다. 가끔은 이 거대한 문명과 큰 유적들이 이집트의 참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난 이집트를 먼저 이렇게 소개하고 싶다. ‘환대(歡待)의 나라’. 월컴 투 이집트. 오늘도 변함없이 난 이들에게 이 환영의 인사를 듣고 있다.


광야에서 만난 유목민 가족들 - 나그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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