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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그네 한 Apr 09. 2022

#네 번째 이야기

현지인은 모국어, 외국인은 외국어

여보! 아랍어 학원에 가자. 공부해야지.
가기 싫다. 너무 어려워. 그냥 영어 쓰며 살면 안돼?


일주일 삼일. 아침 8시. 데이비드를 학교에 보내 놓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랍어 수업 시간. 이집트 현지어를 배우는 시간이 왔다.


첫날. 새로운 언어를 배우러 가는 기대감. 그 기대감이 절망감으로 바뀌는 것은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영어와도 전혀 다른 느낌. 꼬불꼬불한 알파벳이 소리로 표현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날 난 두 시간 동안 가장 기본적인 '아침인사'도 외우지 못하고 집에 왔다.


그렇다면 영어로...?


이집트는 다른 아랍 국가에 비해 영어가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외국인들을 만나면 영어로 이야기하려고만 한다. 외국인을 영어 연습 상대로 생각하는 듯하다. 문제는 아랍어의 강한 소리가 섞여있는 발음, 주어와 목적어가 뒤바뀌어 있는 문장들.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영어를 하지만 자신감을 갖고 말한다. 그것을 듣고 있으면 알고 있는 영어 문장도 잘 안 나온다.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래서 다시 현지어인 아랍어로...


몇 번 그들의 영어를 들으면 그냥 아랍어를 배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히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어보다 아랍어로 소통하는 것이 타지 생활에 유익한 것이 많음을 경험한다. 특히 쇼핑할 때 그렇다. 영어로는 만원 하던 물건이 아랍어를 하면 5000원 많게는 3000원으로 변한다.


생활에 필요한 말부터 통째로 외운다. 내가 먼저 이집트인들을 아랍어로 대하면 그들도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서로에 대한 존중함이 생긴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표현임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아직은 아랍어가 참 어렵다.

아직 나의 세컨드 랭귀지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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