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해체(解體)'의 시대...?
그리 멀리 않은 과거 난 철학자 '자크 데리다'에 관심을 갖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난 그의 대한 짧은 글, 강의를 통해 아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난 그의 책을 읽기 위해 몇 권을 사긴 했지만 누군가의 해석이 없이 그의 깊은 철학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웠다. 난 그의 대해 잘 모르지만 많은 이들이 그를 '해체주의 철학자'라고 말한다. '언어'로 정의된 많은 결론들을 뒤집어 그 언어 위의 조립된 논리를 다시 살피고 의미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이다. 즉, 세상의 언어로 정의된 모든 문장과 단어들(예: 사랑, 진리, 믿음 등)을 해체해야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21세기. 하루가 멀다 하고 지금도 끊임없이 정보와 지식이 쏟아지고 있다. 다양하다 못해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전혀 다른 생각과 말, 의견들이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많은 이들에게 '다름'을 요구하고 요구받게 된다. 그래서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말들이 더욱 생각하게 한다.
독서를 즐겨하는 아들에게 아빠는 자주 이런 질문을 던진다.
아들아. 넌 이 책을 보며 어떠한 생각을 했어?
(책의 내용을 말한 후) 아무 생각이 안 들었는데...
아무런 생각이 안 나는데 책은 왜 읽어? 책 내용을 아빠에게 말할 필요는 없어. 아빤 너의 생각과 느낌을 알고 싶을 뿐이야.
아빠는 아이에게 자주 자신의 생각을 묻는다. 아이는 엉뚱한 말, 앞 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할 때가 많지만 아빠는 아이가 정답을 말하는 것을 늘 경계하며 신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아이를 통해 한 번도 생각지 못한 새로운 의견들을 듣게 된다.
'정답(正答)'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정답이 아닌 다른 '생각'과 '의견'을 묻는다. 우린 그것을 '새로운 것'이라 말한다. 자꾸 새로운 것을 찾아보면 세상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정답을 말하지 않고 무언가를 '정의(定義)'하지 않는다면 무엇에 대한 더 큰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삶, 죽음, 종교, 신앙, 사랑, 나라, 인종, 사람...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인생에서 고민하지 않으며 살 수 없는 것들이다.
이미 스케치가 되어 있는 종이에 색을 칠하기보다 매일 '백지'에 스케치를 하고 독특한 색들을 칠해보는 것은 어떨까? 40년 넘게 그려온 나의 도화지의 그림을 이제 조금씩 지우려 시도한다. 그리고 다시 백지를 꺼내어 다른 그림을 그려본다.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한 방법 찾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