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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그네 한 May 10. 2022

발전과 진보?

2022년. 30-40년 전보다 행복한가?

그림: 최한나
농업 혁명, 산업 혁명, 과학 혁명, 정보 혁명,
4차 산업 혁명...


 '사회 변화'에 대한 사회 과학자들이 내린 정의(definition)다. 우린 이러한 사회 변화 가운데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특별히 40대는 산업 혁명과 과학 혁명 그리고 정보 혁명을 모두 격었고 그 변화의 흐름 안에 여전히 몸무림 치며 살고 있는 세대다. 그리고 우린 곧 앞으로 다가올(이미 온?) 4차 산업 혁명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40-50대는(50대도 추가해보자) 우리의 부모 및 조부모의 세대 그리고 자녀들(10-20대)의 세대에 비해 어느 시기보다 빨리 지나가는 사회를 경험하고 그 안에 살아가는 독특한 어쩌면 특혜를 받은 세대라 할 수 있다.


우리 어릴 적에는... 라떼는 말이야.


오징어 게임 그림 - 출처: 네이버 이미지

불과 수계월전 전 세계에 '오징어 게임'이라는 한국 드라마가 큰 히트를 쳤다. 인간의 잔인함과 살기 위한 처절함을 보여주기 위한 드라마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30-40년 전의 유년의 추억들을 되돌려주는 드라마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드라마가 방영되는 몇 개월 동안 전 세계에서 한국의 길거리 게임들이 큰 유행을 했다. 문화와 정서 그리고 전통 놀이가 다르지만 많은 전 세계의 사람들은 오징어 게임에 소개되었던 오래된 한국의 길거리 게임을 하며 자신들의 옛 추억을 그렸던 것이다.


지금은 오래된 추억의 길거리 게임이지만 실제로 40-50대는 친구들과 길거리 그리고 모래가 쌓인 운동장, 놀이터에 나와 그렇게 함께 모여 놀았다. 지금과 같이 컴퓨터, 핸드폰, 소형 게임기는 없었지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땅따먹기", "고무줄", "뽑기", "오징어 게임" 등을 하며 즐거움과 여유를 느끼며 살았다. 그리고 간간히 오락실이라는 공간에 들어가 50원, 100원짜리 동전을 기계에 넣어 '스트리트파이터', '테트리스', '너구리'와 같은 스크린 게임은 길거리 게임과는 다른 스릴감을 주기도 했다.


그와 더불어 다른 한쪽에서는 빠른 산업의 발전이 일어나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몰려왔고 우리의 부모들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시골에서 살던 나 역시 국민학교 (초등학교)시절 아버지의 사업으로 도시로 왔다. 난 서울 도로에 꽉 찬 자동차와 높이 서있은 63 빌딩 그리고 강남과 강북을 오가는 한강 위의 긴 다리들을 보며 놀라워했다. 서울의 거리는 시골에 살던 촌놈이 감당하기엔 너무 무대가 컸다.


삐삐 그리고 PCS 그리고 인터넷, 핸드폰...


90년 대 중반 사용하던 삐삐와 PCS폰 - 출처: 네이버 이미지

사업 혁명은 과학 혁명과 정보 혁명을 나오게 했다. 세상은 풍요로운 삶의 목표에서 편리한 삶의 목표로 바뀌었다. 우린 작은 기계에 울리는 삐삐 소리에 우린 반응하며 집 전화나 공중전화로 달려가 음성을 확인하고 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게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집 그리고 회사에 찾는 이가 없다면 바로 소식을 전할 수 없었고 다음을 기다려야만 했었다. 하지만, 삐삐라는 작은 기계는 서로 간의 연락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최소화시켜주었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PCS폰이 생각보다 싼 가격에 보급되면서 어른, 청소년 할 것 없이 자신이 원하시는 시간에 어느 때든지 가족과 친구 그리고 업무를 위해 연락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사람 간에 단순히 일의 업무와 안부를 묻는 것을 넘어섰다. 다른 이에게 삐삐를 치고 PCS폰으로 전화를 한다는 것은 공유된 취미 생활이 되었으며 빠르게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원하는 이에게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등장한 인터넷의 보급은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인터넷은 혁명이라 불릴 만큼 엄청난 사회 변화를 일으켰다. 불가 20년 전만 해도 멀리 있는 이에게 편지를 써서 소식을 전했고 답장을 받기 위해 며칠, 몇 주, 몇 달을 기다려야만 했다. 하지만, 인터넷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가족과 친구에게 단 몇 분 만에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했다. 인터넷은 현실 세계와는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주었고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세계의 어떤 정보든 원하는 만큼 가져올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인터넷의 발전은 컴퓨터에서 손바닥만 한 핸드폰으로 이동시켜주었고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핸드폰을 통해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20-30년 사이의 변화는 어느 시대도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변화였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의 진보와 발전은 사회 구조뿐만 아니라 개인 그리고 공동체까지도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이것을 풍요라고 여기며 살 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진보와 발전은 진정 우리의 삶에 풍요와 편안함을 가져다주었을까?


난 그래도 옛날이 좋다.

집 소파에 누워서 핸드폰 앱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고 간단한 회사 업무를 처리하고 브런치와 같은 소셜미디에 글을 쓸 수 있는 시대. 우린 20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일을 매일 매순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 겉보기엔 우린 풍요, 편안, 편리가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린 정말 그러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일까? 혹시 우린 풍요로워졌다고 편안한 세상이 되었다고 스스로에게 속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빨라진 세상.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받을 수 있는 세상.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가족과 친구에게 지금 당장이라도 얼굴을 보며 통화를 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아주 빠르게 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는 더욱 바빠지고 자신만의 시간이 없어지고 있다. 사회 발전, 과학 발전, 정보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했다고 믿지만 과연 나의 어린 시절보다 풍요로워지고 편안해진 것은 무엇일까? 수많은 기술과 정보를 통해 아는 것들이 많아지고 손에 주어진 기계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우리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지거나 편안해지진 않은 것 같다. 그냥 옛날보다 풍요로워 졌다고 편안해졌다고 하나의 신앙처럼 믿고 있는 듯하다. 세상은 30년과 비교해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우리에겐 안락함과 편안함을 허락해주진 못했다. 더욱 세상은 치열해지고 바빠지고 개인주의가 되어가고 공동체 정신 역시 약화되고 있어 보인다.


그래서 난 옛날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야기를 알지 못해도 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카톡'을 보내지 못해도 핸드폰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거나 소셜공간에 글을 쓰지 못해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던 그 시절이 많이 그립다. 그래서 지금보단 치열하지도 바쁘지도 않았고 마음의 여유가 있었던 나의 10대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4차 산업 혁명 시대. 우린 새로운 시대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난 나의 자녀들에게 그 새로운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요구한다. 잘 살고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살 것을 기대하면서...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허상이며 헛된 희망일 수 있다.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욱 바빠지고 치열해질 것이다. 그래서 다가올 미래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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