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눈빛
우연히 스친 그 눈빛,
그 안의 맑은 파동이
내 마음의 바다 얕은 곳까지 번져와
모래를 살짝 들어 올리고,
나는 그 물결 소리를 오래 들었다.
너무 짧아 놓치기 쉬운 찰나였는데,
그 한 번의 반짝임 사이로
숨이 고이고 시간은 얇아져
내 이름도 잠시 잊은 채
설렘이라는 새 단어를 배웠다.
돌아서는 발뒤꿈치에 남은 온기처럼,
어느 골목 모퉁이를 지날 때마다
그 빛이 불쑥 떠오르고,
박동은 나를 먼저 알아보고
앞질러 뛰어가 종소리를 흔든다.
다시 마주칠 수 있을까,
그 눈빛을 다시 불러올 수 있을까.
말 한마디 못 건넨 빈자리에서
나는 수없이 네가 올 법한 풍경을
작은 기도로 접어 가슴에 넣었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먼저 번지고,
목 아래쪽 얇은 공기가 뜨거워져
하루의 색이 반 톤쯤 더 투명해진다.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기다림도 설렘이면 빛이 된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아주 천천히
발걸음 소리를 낮추어 걷는다.
혹시라도 그 눈빛이 다시 피어날까,
골목 끝 연약한 오후에
내 심장은 예의 바르게 문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