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놓아야 하는 사랑

아프지만

by 류광현

내가 잡은 손을 내가 놓아야 하는 사랑이었나 봐.

많이도 애썼지 너를 품으려고
내 안에 없는 걸 억지로 꺼내주려 했어
초라한 마음이 들킬까 봐
괜찮은 척, 웃는 척만 했던 날.

말없이 견뎌내던 너의 밤을
나는 왜 보지 못했을까
사랑을 핑계로 너를 가둔 채
내가 불행의 이유였다는 걸.

미안해, 내 곁에서 울게만 했던 너
행복을 빌기엔 너무 늦어버렸지
그래도 떠날게, 마지막 남은 용기는
널 위해서 내게 준 벌이라 생각할게.

우린 참 오래도 서로를 끌었지
잡을 수 없단 걸 알면서도 놓지 못했고
조용히 버텨온 네가 더 아팠단 걸
이제야 겨우 알아버렸어.

꿈꾸던 내일은 흐려져 가고
남은 건 지친 두 마음뿐
붙잡을 이유도, 버틸 힘도
사랑으로는 채울 수 없더라.

고마워,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해서
내가 받은 마음은 모자람 없이 컸어
하지만 보내줄게, 이제는 네가 웃기를
내 안에 남은 슬픔까지 가져가기를.

사랑해서 떠나는 게 비겁해 보여도
이게 우리가 살 길이라서
내 이름을 잊어도 돼, 다 지워도 돼
너의 내일에 난 없기를 바랄게.

괜찮아, 나 따윈 미워해도 돼
그 미움이 너를 더 강하게 만든다면
내 몫의 눈물은 내가 모두 삼킬게
끝까지 네 편이었던 사람으로 남을게.

부디 행복해.
그 말 하나 남기고 난 여기까지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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