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가을에 남기는 편지

by 류광현

창문 가득 느슨한 빛이 내려와

창가에 앉은 나의 그림자를 길게 늘여요

텅 빈 의자 하나에 남은 온기처럼

당신의 웃음이 아직도 숨 쉬고 있어요


바람은 천천히 우리 사이를 훑고 지나가

낙엽은 말없이 손끝에 올라와 머물다 가요

말하지 못한 계절의 이름을 입에 물고

나는 또 하루 당신을 떠올려 봅니다


이별이란 말 대신에 남긴 우리 길 위의 발자국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계절에게 부탁해요

다시 돌아오라 말 대신에 안아달라 말할게요

가끔은 창밖에서 당신을 불러보겠어요


거리의 불빛들이 하나둘 누워갈 때

손목에 감긴 시간은 더 얇아지는 듯해요

우산을 접는 소리 속에 묻힌 말들은

비에 씻겨 반짝이며 나를 비춰요


당신이 좋아하던 카페 창가, 그 자리엔

아직도 같은 향기, 조금은 익숙한 먼지

누군가의 웃음이 스쳐도 나는 알아요

그건 당신이 남긴 작은 흔적이라고


이별이란 말 대신에 남긴 우리 길 위의 발자국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계절에게 부탁해요

다시 돌아오라 말 대신에 안아달라 말할게요

가끔은 창밖에서 당신을 불러보겠어요


밤이 깊어도 나는 불안하지 않아요

별 하나가 당신의 이름을 대신 불러주니까

추억은 차갑지 않게 손을 녹여주고

내일의 창문엔 또 다른 빛이 올 테니까


이별이란 말 대신에 남긴 우리 길 위의 발자국

말없이 남긴 편지처럼 바람에 실어 보내요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다 말할 수 있게

나는 오늘도 가을에게 고맙다고 속삭여요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