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하얗게 쌓인 그 자리에서
난 조용히 너를 기다렸어
찬 바람만 스치는 밤에도
네 발자국만 기다리던 마음
서툰 미소로 서 있었던
작은 눈사람 하나처럼
언제 올지 모르는 너를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봤어
혹시라도 네가 돌아올까
오늘도 난 녹지 않으려 했지만
너의 따뜻한 온기 앞에
내 마음은 이미 봄이 되었어
바보처럼 너만 기다리던 나는
따스한 사랑 앞에서 사라지는 눈사람
너의 온기가 다가올수록
내 모습은 점점 흐려져 갔지
사랑의 끝에서 남은 건
너를 향한 미련뿐
차가운 밤을 버티던 내가
유일하게 두려워한 건
네가 다시 미소 짓는 순간
진짜로 끝이 온다는 사실
너의 손길이 닿는 순간
기다림의 의미도 녹아 흘러
아무것도 남지 않은 자리엔
너의 그림자만 따뜻했어
그래도 난 너만 바라보던
하얀 겨울의 작은 눈사람
사라질 걸 알면서도
너의 온도를 기다렸던 바보 같은 사랑
남아 있지 않아도 괜찮아
잠시라도 너를 품었다면
그걸로 충분했어
눈 녹은 자리 위에 조용히 남는 건
아직 끝나지 않은 내 기다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