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그 겨울에 이별을 하고

by 류광현

그 겨울에 이별을 하고

도시는 유난히 조용했지

사람들 발자국 소리마저

우리 얘길 피하는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너는 고개만 끄덕였고

나는 끝이라는 단어를

끝내 입에 담지 못했어


그 겨울에 이별을 하고

우린 서로를 놓았고

손에 남은 온기 하나가

끝까지 나를 붙잡아

그 겨울에 이별을 하고

시간은 계속 흘러가도

사랑이었던 기억만은

눈처럼 쌓여만 가


네가 자주 걷던 길 위에서

나는 아직도 멈춰 서고

괜히 휴대폰을 열었다 닫고

이미 지운 번호를 찾아


괜찮아졌다는 말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지나간 일이라고 하기엔

너는 아직 현재야


그 겨울에 이별을 하고

계절은 바뀌어 가도

내 마음은 그날에 머물러

조금도 움직이지 못해

그 겨울에 이별을 하고

우린 각자의 밤으로 가서

다시 만나지 못하는 별처럼

멀어져 가


만약 그때 한마디 더 했더라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사랑은 늘 뒤돌아서야

진짜 얼굴을 보여 줘


그 겨울에 이별을 하고

너를 미워하지는 못해

아팠지만 전부였던 시간을

부정할 수 없어서

그 겨울에 이별을 하고

나는 조금씩 배워 가

사랑이 끝나도 마음은

오래 남는다는 걸


눈은 녹아 없어져도

그날은 아직 그대로야

내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