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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광 Jun 03. 2020

일과 휴식에서 찾은 '관성의 법칙'

남들에게 공개하는 반성문

20대를 돌아보면 늘 일을 했다. 군대 가기 전에는 학교 빵집, 근처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군대에서 전역한 후에도 물류센터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그러다가 학원강사 일을 시작했고 그곳에서 3년 동안 일했다. 이후 취재기자가 되면서 30대에 접어들었다.


유럽 여행 중 찍은 사진.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도를 잡고 찍은 설정샷이다.


오래 쉬었던 때가 언제였는지 돌이켜봤는데, 딱 한 번 밖에 기억이 안 난다. 


대학교 3학년 때는 내가 살면서 가장 여러 일을 동시에 했던 때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학과 학생회장도 맡았다. 그러면서 학원강사 일도 쉬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을 보내니 정말 쉬고 싶었다. 그래서 4학년을 앞두고 1년 휴학을 결정했다. 


휴학 기간에도 학원강사 일은 계속했다. 늘어난 여유만큼 일하는 시간이 더 늘어서 수입이 커졌다. 그렇게 돈을 벌다 보니 문득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약 40일 동안 친구 한 명과 함께 유럽여행을 갔다. 아마 그 기간이 장기간 일을 안 하고 쉬었던 유일한 때가 아니었나 싶다.




일하는 것도, 쉬는 것에도 ‘관성의 법칙’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20대를 보내는 동안 왜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지, 돌이켜보면 딱히 이유는 없다. 그저 바쁘게 사는 게 익숙해서, 일하는 게 자연스러워서 그랬다. 그렇게 열심히 살다 보니 군대에서도 ‘부지런하다’라는 말을 들었고, 학생회를 하면서도 여기저기서 ‘일 잘한다’라고 칭찬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긴 통학, 학교생활, 일까지 해내는 바쁜 생활이 결코 힘들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지금보다 더 열심히 돌아다니고 놀았으니까.


그러다가 아프고 지쳐서 일을 그만두고 쉰 지 두 달째. 언제 열심히 일했었냐는 듯 쉬는 게 편하다. 슬슬 뭔가 일을 해야 할, 구해야 할 때인데 몸이 거부하는 것 같다. 의욕이 식은 건 쉬고 싶은 몸과 일을 찾아야 한다는 머리가 부딪히면서 생긴 결과물일 거다. 


사실 고민도 많다. 갈수록 기자 일은, 특히 스포츠 기자는 전망이 어두워지는 직업이다. 그렇다고 딱 3년 기자 경력으로 다른 일을 알아보려고 해도 마땅히 살려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내리막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무릎 주의.


관성의 법칙은 ‘외부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물체는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려 하는 경향’을 뜻한다. 정지해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는 것도 관성의 법칙으로 설명 가능하다. 20대 때는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뒤로 계속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반면 지금은 멈춘 채로 있는 상태다. 


코로나 사태로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빨리 나를 다시 움직일 만한 뭔가를 찾았으면 한다. 쉬는 게 편하긴 해도 머물러 있는 건 내 성격에 안 맞는다. 그러기 위해선 거부하는 이 몸뚱이를 의욕적으로 움직이는 게 우선이다. 


게으름 피웠던 일주일을 반성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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