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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광 Jun 03. 2020

눈썹문신, 열매는 고통과 인내로 맺힌다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어렸을 때부터 눈썹이 얼마 없었다. ‘왜 그렇지’하고 어머니를 봤는데 어머니도 눈썹이 얼마 없었다. 난 확실히 우리 엄마 아들이다.


진짜 어릴 때도 없었나 싶어서 열어본 사진. 왼쪽이 나다. 저 때도 반쪽밖에 없었다.


시간도 많고 마침 돈도 있겠다, 바로 예약을 했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원한 건 아니었다. 그저 눈썹이 너무 비어있어 흐릿한 인상을 주는 게 싫었을 뿐이다. 많이 말고 조금만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아프고 간지럽고 불편한 거란 걸 알았다면, 아마 안 했을지도 모른다.




시술을 받은 뒤 관리법을 들으면서 멍해졌다. 최소 3, 4일은 운동 및 음주 금지. 그리고 물이 묻는 것도 안 된단다. 당장 다니던 복싱 체육관 걱정을 했다. 한창 재미 들려서 하고 있는데 일주일 가까이 참아야 한다니, 삶의 낙 하나가 잠시 곁을 떠나게 됐다.


그건 참는다고 치고, 왜 이렇게 간지러운 건지 죽을 지경이었다. 원래 간지러움을 잘 못 참는 성격(다른 말로 ‘급하고 더러운 성격’)인데, 가는 손을 말리느라 내내 힘들었다.


자면서 무의식적으로 긁으면 어쩌나 걱정이 돼 ‘24시간 헤드밴드’ 처방을 내렸다. 머리에 땀이 많아 운동할 때 쓰는 헤드밴드인데, 머리카락이 이마를 건드리면서 간지러움이 올라오지 못하게 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브런치 프로필 사진에서도 쓰고 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났다. 지금은 통증도 많이 가라앉았고, 다행히 씻어도 되는 수준이 됐다. 시술자가 한 말이 “피부 톤이 밝으시고 눈썹 숱이 굉장히 적어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수준으로 해드릴게요”였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티는 잘 안 난다. 그래도 고통을 참아내고 얻어낸 것이어서 그런지 만족스럽다. 예뻐지는 건 어렵다고들 하더니, 그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됐다.



꽃은 훈풍으로 피지만 열매는 고통과 인내로 맺힌다.

- 정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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