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먹이 주는 시간에 보니 밤새 구피가 네 마리나 죽어 있다. 수 백 마리를 키우다 보니 자주 겪는 일이다. 치어 네 마리를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는데 삼 년이 넘어가면서 죽는 녀석들이 생겨났다.
구피를 개나 고양이처럼 껴안아 줄 수는 없지만 물도 갈아주고 가끔 들여다보니 평균 수명보다 더 사는 것 같다. 구피의 죽음을 처음 목도했을 때는 가슴이 덜컥했으나 지금은 익숙한 상황이다. 대응 프로세스도 정형화되어 있어 당황하는 법이 없다. 나중에 처리하려고 작은 보조 어항 속에 따로 치워 두었는데 집에서 문자가 왔다. 거의 죽었는데 이유를 알 수 없어 큰 어항에 넣는 (응급) 조치라도 해야 하는가 묻는 내용이었다.
고대에는 중병이 들면 큰 거리에 환자를 내놓아 유사한 병을 겪은 사람들의 치료법을 구하는 지혜가 있었다고 하지만, 구피에게 그런 전통이 있을 리 만무하다. 구피를 사 년 넘게 키우다 보니 수명이 다하거나 발병해 빈사(moribund) 상태가 된 것과 구피끼리 사랑에 빠져 반사(half-killed) 상태가 된 정도는 구별할 줄 아는 감별력을 갖췄다. 경우에 따라 돈과 명예가 따르는 소믈리에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구피의 이런 번사 (frequent deaths)에 초연해진 내가 좀 두렵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