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무소유

by 김광훈 Kai H

예전에 신문 칼럼에서 읽은 내용이다. 어떤 사람이 새들과 친하다 보니 자신의 어깨에 앉을 정도였다. 그걸 친구에게 자랑하며 자신에게 새들이 다가오면 손으로 잡겠다고 공언했다. 그날은 평소에 오던 새가 그 사람의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새에 대해 불순한 의도를 품는 걸 기심이라고 하며 새가 그걸 감지한다고 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 입구 철쭉나무 덤불 속에 제법 나이가 든 암고양이가 산다. 저녁마다 산책을 하며 마주치다 보니 이젠 가까이 다가가도 별다른 경계를 하지 않는다. 물과 밥도 몇 번 챙겨 주었다. 그래서인지 내 주위를 맴돌고 등과 꼬리를 내 다리에 가볍게 비비기도 한다. 에릭 클랩톤이 부르는 <원더풀 투나잇>이라는 팝송에서 자신의 여자임을 표현하면서 "아름다운 여자가 내 주위를 맴돈다"라고 묘사한 것은 신의 한 수라고 느껴진다. 여자들은 자신의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하지만, 좋아하는 남자가 있으면 남자 근처에 자주 <출몰>하는 경향이 있다는 팁과 일맥상통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 길고양이는 <스트리트 캐스팅>되기엔 나이가 많은 듯하다. 게다가 야생에 적응이 되어 보통 집고양이와는 달리 집안에서의 생활이 몹시 갑갑할 것이다. 실제로 동네 주민이 입양을 시도했지만 거부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내가 고양이 숲 근처에 가거나 잠시 나와보라고 이름을 부르면 어김없이 나오곤 했는데, 이제는 아는 체도 하지 않는다. 처음엔 앓아누운 줄 알았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내킬 때나 배가 고플 때는 아래로 내려와 기지개도 켜고 내 주위를 돌기도 한다. 결국 깨달은 것은 비록 생계는 나를 포함한 사람들에게 의존하지만, 호의 좀 베풀었다고 부르면 아무 때나 다가와 애교를 떠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말없이 웅변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고양이도 분명 마음의 온기 정도는 판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진 게 분명하다.


사람이나 집고양이는 사실 상 풀소유를 누리고 있다. 그에 반해 이 길고양이는 먹이까지 탁발(mendicancy)에 의존하고 그 흔한 <스크래치>판이 없어 주변의 자동차 타이어를 활용하며 영하의 날씨에 풍찬노숙하고 있으니 진정한 무소유의 실천자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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