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낭만이 필요한 이유

영화 <이보다 좋을 순 없다>를 보면서

by 김광훈 Kai H

낭만이라는 것은 쉬운 듯하면서도 알듯 모를듯한 말이기도 하다. 대체로 현실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감성을 존중하는, 감미로운 상태나 행동을 뜻한다. 현실주의자의 시각에선 보면 천 길 폭포 위에서 외줄을 타는 걸 지켜보는 심정일 수 있다. 낭만은 또 모험적이고 사람을 흥분시키기도 하며 매력적이어서 몽환적이기까지 한 상태이기도 하다. 이러한 환상적인 태도가 남녀 사이에 존재하게 되면 요정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시적이며 변덕스러운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지만 경이원지(敬而遠之)의 대상이 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실존적인 우리로서는 현실을 도외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지나친 현실주의는 모든 일상을 메마르게 한다. 피로가 쉽게 몰려온다. 인생의 활력소라 할 수 있는 사랑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을 지키는 것도 낭만적이라 한다. 하지만 진정한 낭만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추구하는 용기를 말한다. 조금 빗나간 이상이긴 하지만 그런 점에서 돈키호테도 낭만적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새로 사귄 남자를 집에 불러들여 사랑을 나누려 하는데 전혀 사생활이 보호가 안 되는 환경에 질린 남자가 한 말이 생각난다. ‘너무 현실적인 주말은 딱 질색이야 (Too much reality for a Friday night.) 바꾸어 말하면 금요일 밤인데 너무 각박한 현실이 느껴지는 건 싫다는 뜻이다. 이혼남도 마찬가지겠지만 천식에 걸린 아이 딸린 이혼녀에다 가난한 친정 엄마까지 다 드러나니 로맨틱한 분위기가 살아날 리 없다.




첫눈에 반하는 비율은 남자가 여자에 비해 두배 가까이 된다는 통계가 있다. 여자들은 십 년 뒤를 생각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듯싶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외모에 끌리는 경우가 많고 여자들은 외모도 보지만 능력을 중시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라는 말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나 드라마도 그렇고 현실적으로 크게 성공한 남자들 중 여자들이 로맨틱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전형이 있다. 아무리 바빠도 그녀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준다는 것이다. 그녀를 특별한 사람으로 느끼게 하는 남자가 가장 로맨틱한 남자다. 아무리 크게 성공하더라도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남자를 떠나는 것이 여자다. 여자의 높은 사회 경제적 지위에 어울리지 않게 선택되는 남자는 이런 점에서 탁월한 사람들일 것이다.


감정적이나 재정적으로 안정되고 여력이 있을 때 자연히 낭만을 추구하게 된다. 따라서 로맨틱하다는 것은 능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능력은 아름다운 것이다. 로맨틱하다는 것은 자신의 빈틈을 보여주는 거다. 빈틈을 보여줄 여유가 있다는 점에서 세파에 떠밀려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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