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랑코에여
한겨울에도 발코니에서 몇 송이가 끊임없이 피어 내 눈을 호사하게 했던 칼랑코에가 이젠 만발하다. 이 꽃은 낮엔 들판의 꽃처럼 하늘의 별이 내려와 앉아 있다 선녀처럼 밤하늘로 되돌아가는 듯하다.
발코니에 천리포 수목원에서 산 만데빌라를 비롯해 국화 몇 그루를 데려다 놓았다. 만데빌라만 두어 번 꽃을 피웠을 뿐, 모두 해를 넘기지는 못했다. 주인을 잘 못 만나서다. 물과 거름을 정기적으로 공급하고 가끔 다가가 쓰다듬어 주기도 해야 하는데,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나의 그러한 아쉬움을 칼랑코에가 거뜬히 해소해 주고 있다. 꽃은 최고의 가치와 정점 그리고 긍지를 상징한다. 저명한 생물학자였던 나의 은사는 '따지고 보면 꽃이란 식물의 생식기관'이라고 과학적으로 설명했지만, 꽃은 과학을 넘어선 샹그릴라의 세계다. 꽃이 없는 결혼식장이나 천국은 상상할 수 없다. 지상 최고의 인공낙원도 마찬가지다.
주말농장을 하면서 배추, 가지, 고추, 호박, 상추, 감자 등을 풍성하게 수확한 적이 있다. 그게 내 원예 실력인 줄 알았는데 주위 고수들이 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고 익힌 덕택임을 깨달았다.
식물도 자신의 영역은 있겠지만, 야생에서는 무한한 공간을 차지할 수 있다. 반면 화분은 그에 비하면 극도의 마이크로 세계다. 순전히 인간의 시각적인 즐거움을 위해 꽃나무가 희생하고 있다. 그래서 꽃은 그들의 극한의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치환한 환희를 간직하고 마침내 피어나는 것이다. 칼랑코에여 ~